삶과 교육

죽은 시인의 사회

리틀윙 2009. 3. 19. 08:51

재즈기타리스트 민영석씨의 카페에 올렸던 글입니다. 그 카페에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와 한국 교육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길래 글을 만들어 올려봤습니다.

 

..........................

 

“죽은 시인의 사회”

이 개념은 본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에서 유래합니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이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인 플라톤은 음악계로 치면 Bach 쯤의 반열에 드는 위대한 철학자죠. 바흐를 음악의 아버지라 일컫듯이 플라톤을 철학의 아버지라 이름 붙이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철학사적으로 맹아기에 해당하는 고대그리스의 시대적 한계 속에서 플라톤의 사상 또한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플라톤의 철학은 불후의 명저 [국가, the Republic]에 잘 담겨져 있는데, 그 사상의 요지는 국가가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이 저마다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가운데 모든 것이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정확히 돌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이런 사회에서는 질서와 규칙 따위를 강요하게 되는데, 플라톤은 이러한 엄격한 체계를 잘 따르지 않는 부류가 ‘시인들’이기 때문에 그들을 추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게 바로 “시인이 추방된 사회”라는 의미로서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 society)”인 것입니다.

당시에는 학문이 오늘날처럼 세분화되지 않았습니다. 이를테면, 피지카(Physika)는 오늘날에는 물리학이지만 고대그리스에서는 ‘자연과학’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개념이었죠. 마찬가지로 플라톤 시대의 시인(poet)은 오늘날 식으로 보면 일반적인 예술/문학가들이 해당되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즉, 제도권에 순치되지 않고 자유를 쫓는 모든 예술가들은 플라톤이 말하는 ‘시인’에 속합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는 음악의 예를 들면, 불협화음은 물론 텐션의 사용에 대해서도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죠. 그래서 재즈 뮤지션들은 0순위의 추방 대상자가 되겠네요. ^^



김ㅇㅇ님의 글을 읽으면서 교사인 나 자신이 참 부끄러웠습니다.


(김ㅇㅇ님의 글 인용)

어린시절 키팅선생이 되고싶었다.

그것이 꿈이었었다.

그것은 살면서 절망이 되었다.


 "선생님!! 우리가 왜 공부해야 하죠? "

 라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해주는 선생은 없었다.



그에 대한 대답을 주는 선생은 윗글에서 보다시피 짤립니다.

어처구니없게도, 학부모에게 일제고사를 치르지 않을 자유를 안내했다는 이유로 서울시교육청에서 7인의 선생님을 교단에서 쫓아내었습니다.


까라면 까주세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까라는대로 안 까다가는 교단에서 추방됩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분들은 교단에 꼭 남아야 할 선생님들이었습니다.

 

............

 

이 미친 사회에서는 역설적으로 그늘진 곳에 위치해 있는 분들, 낙오된 대열에 있는 분들이야말로 존경받을 교육자, 진정한 예술가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무슨 실용음대 강단에 선 유학파 교수보다, 고시원 쪽방에서 일용할 양식을 걱정하는 아마츄어 기타리스트가 오히려 진정한 예술가에 더 가까울 지도 모릅니다.

 

 

아래의 어떤 글에서는 ‘자유의 의미’에 대해 논하시는데......


자유란, 추방될 줄 알면서 까라는대로 까지 않고 소신대로 까는 정신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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