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년들의 문화, 이해하기 힘들다. 내가 늙었다는 뜻인가?ㅠㅠ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반전 드레스’라는 말이 눈에 들어오기에 클릭했더니 내가 기대했던 것과 전혀 거리가 먼 화면이 뜬다.
반전은 anti-war(反戰)가 아닌 reversal(反轉)인 것이었다. 여성이 입는 옷이 앞면은 평범한데 뒷면이 과감하게 파인 형식이 ‘반전 패션’이란다.
사창가의 나이든 창녀가 손님 끌기 위해 속이 깊게 팬 옷 입으면 ‘일탈’이고 연예인이 입으면 ‘반전 패션’이란 이름 갖다 붙여준다. 여고생 하교길에 출몰하는 바바리맨의 퍼포먼스는 정신병이고 팔등신 미녀가 '짠'하고 자랑하는 반라의 뒷모습(요즘 유행어로 '뒤태')은 신선한 충격으로 매겨진다. 반전드레스에 시골 할머니가 받는 충격은 바바리맨 앞의 여고생이 받는 충격과 유사할 것이다. 행인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의 효과를 의도하는 점에선 차이가 별반 없음에도 여성 연예인의 노출증은 가상한 용기(?)를 인정받아 스포트라이트에 담아 부각시켜준다. 참으로 정신이상적인 사회가 아닐 수 없다.
어처구니 없다. ‘反戰’이 아니어도 좋은데, 누가누가 과감히 노출하냐는 식의 관음증을 유발하는 패션이 '反轉'과도 무슨 관계가 있다고... 자본주의’ 참 우스꽝스럽다. 돈 되겠다 싶으면, 말도 안되는 말을 만들어내 ‘상품화’시켜낸다. 이 말도 안되는 조작적 언어로 청년들에게 '집단최면' 걸어 자본의 아가리로 들어오게 만드는 것이다.
요즘 대학생들 보고 놀라는 점이 만다.
1) 먹을 것이 늘려 있는 풍족한 소비사회에서 울 학교 초딩들은 비만이 심각한데, 대학교에선 뚱뚱한 학생을 보기 힘들다. 모두들, 살빼기 위해 목숨 건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정작 대화를 해보면 머리 속에 뭘 넣고 살아가는지 의아스럽다.
2) 데모하는 것은 구경도 못한다. 학점 관리에 굉장히 민감하다. 그런데 공부는 안 한다. 아니, 도서관에 처박혀 공부는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서적이 아닌 TEPS나 임용고시 공부 같은 걸 열심히 하는 것이다. 이른바 스펙은 부지런히 쌓는데 지적으로나 감성적으로 내공은 안 쌓이는 것 같다.
3) 스마트폰 보유율이 99%쯤 되지 싶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소통하자고 카페 만들어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 스마트폰은 소유자가 스마트한 것을 전제하지도 않으며 소유자를 스마트하게 이끌지도 않는 것이다.
우리 대학 시절 축제 때 정태춘을 불러 시대의 아픔과 저항의 의식을 공유했지만, 요즘 총학생회는 소녀시대를 부르고 학생대중이 'Gee'를 부르며 열광한다. 우리 486의 눈에 '지'랄 떨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40대 교수가 '20대개새끼론'을 주창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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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반전'이 필요하다^^)
참으로 허탈하지만, 냉정히 생각하면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물질적 풍요 속에 말초적 문화에 몰입해 살아가는 이들을 탓할 수는 없다. 이들이 과잉 소비 문화의 첨병이 된 것은 이들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이 천민자본주의가 그렇게 몰고간 결과이다. 머리 속에 뭘 품고 사는가 하는 문제도 그렇다. 어릴 때부터 치열한 경쟁교육에 길들여져온 이들에게 "무엇이 인간다운 삶인가" 하는 문제에 깊이 있게 사색할 여유 자체가 이들에겐 없었다. 우리 시절엔 고3 한 해만 열심히 공부하고 대학 들어오면 '놀 자유'를 만끽했다. 높은 학점 받지 않아도 그저 졸업만 해도 취업이 보장되었다. 할 짓 없으면 사대 나와서 선생하면 되었다. 그러나 요즘 사대생들에게 임용고시는 사법고시만큼이나 어렵다. 졸업 후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88만원 세대'란 엄연한 현실이다. 비싼 등록금을 대주시는 부모님의 부담을 덜기 위해 목숨 건 오토바이 곡예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피자배달원, 우리 시대 안타까운 대학생의 자화상이다.
덧붙임) 최근 전교조위원장이 "전교조가 가벼워질 필요가 있다"는 것은 정말 맞는 말이다. 나는 다만 그 분의 철학이 의심스러워서 그저 불안한 눈길로 행보를 지켜볼 뿐이다. 정태춘으론 씨알도 안 먹히는 신세대 교사들이라 해서 '소녀시대'로 다가가다가는 완전히 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