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죽은 시인의 사회

리틀윙 2011. 3. 31. 09:44

 

교직실무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교육영화 감상’이란 과제를 내면서 괜찮은 교육영화(외화) 8편을 안내하였습니다. 그 가운데 로빈 윌리암스 주연의 <죽은 시인의 사회>를 선택한 학생들이 많네요. 1989년 “굴종의 삶과 침묵의 교단을 딛고서 분연히 일어나” 참교육을 선언하면서 1,500명의 참스승이 해직의 고통을 겪던 시기에 이 영화가 국내에 소개되어 우리에게 바람직한 교육과 진정한 스승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던 좋은 영화죠.

세월이 한참 흐른 나에겐 이 영화가 뭐 그리 신선한 기억으로 남아있진 않은데, 신세대 학생들에겐 엄청난 충격과 반향을 일으키기에 남음이 있는가 봅니다.

학생들이 카페에 올린 감상문을 보면서 아래와 같이 한 마디 거들어봤습니다. 여러분들과도 함께 나누고 싶어 여기 올려봅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 society)'란 개념은 철학자 플라톤에서 연유합니다. 플라톤은 그리스인들을 위해 철학학교를 지었는데 그것이 아카데미아입니다. 오늘날 학문의 전당이란 의미인 아카데미란 말의 어원이기도 하죠. 그런데 이 아카데미아라는 학교의 입구에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들어오지 말라는 다소 오만한 간판을 플라톤이 걸어놓았습니다. 그러니까 플라톤은 철학이 기하학처럼 엄밀한 규칙성에 따라 돌아가는 학문이기를 바랬던 것으로 이해됩니다.

플라톤은 자신의 유명한 저서 [국가, the Republic]에서 국가가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이 저마다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가운데 모든 것이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정확히 돌아가야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런 사회에서는 질서와 규칙 따위를 강요하게 되는데, 이런 플라톤이 보기에 시인이 가장 위험한 존재였습니다. 시인은 불필요한 상상력을 자극하여 인간의 영혼을 더럽힌다고 봤던 거죠. 그래서 국가가 시인을 통제해야 하며 이것을 거부하는 시인은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니까 상상의 나래에 족쇄를 채우는 비이성적인 사회, 이것이 죽은 시인의 사회인 것입니다.

일제고사에 신음하는 우리 한국의 학교가 죽은 시인의 사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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