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말한다

드럼 바이러스

리틀윙 2021. 1. 27. 09:48

요즘 우리 반에 팬데믹까지는 아니지만 어떤 바이러스가 전파되고 있으니 그 이름은 ‘드럼 신드롬’이다.

 

이 아이는 처음에 토요방과후 기타반에 들었다가 기타에 적응을 못해 드럼으로 전과(?)시킨 학습자다. 기타 배울 때는 그렇게 힘들어 하더니 드럼을 배운 뒤로는 매일 드럼 치고 싶어 환장하는 모양새다. 아마 이 아이는 식탁에 앉을 때 반찬 그릇이 드럼 북으로 보일 것 같다. 우리가 당구에 미칠 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기타와 달리 드럼에는 흥미도 많고 소질도 꽤 있는 편이다. 지금 영상은 아이 몰래 찍은 것인데(드럼 연주에 흠뻑 몰입해서 내가 촬영하는 것도 몰랐다), 다양한 리듬을 나름대로 조합하여 필인을 시도하는 것으로 이는 내가 아직 가르치지 않은 과정이다. 새로운 시도를 하다 보니 자기 생각대로 잘 안 되는 듯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해내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기특하다.

 

아동의 세계에서는 비고츠키가 말한 공유된 활동(shared activity)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니, 또래가 또래의 스승과 학생이 되어 서로 가르치고 배운다. 어른들 세계에서처럼 ‘기브앤테이크’라는 물화된 급부의 교환 따위는 필요치 않는다. 교수자가 학습자로부터 받는 급부가 있다면, ‘자랑질’ 정도다. 시쳇말로 이 녀석은 가오 잡으려고 반 아이들 모두에게 드럼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 아이가 내게 드럼을 배운 것이 한 달 정도밖에 안 되는데 자기가 드럼을 가르친 ‘문하생’이 벌써 세 명이나 되고 그 중엔 여자 아이도 있다.

 

그 문하생 중 하나가 오늘 내게 카톡을 보내왔다. 우리 반에서 제일가는 말썽꾸러기여서, “선생님, 오늘 학교 문 열어요?”라고 묻길래, 또 무슨 온라인학습준비물을 안 챙겨서 가지러 가려나 싶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드럼 치러 가고 싶어서”란다.

 

지금 목도하는 드럼신드롬의 전염 현상은 교육학적으로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현장교육학자로서 나는 “흥미제일주의자”다. 나의 관점은 존 듀이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인데, 듀이는 “흥미에 의한, 흥미를 위한, 흥미의” 교육을 주창했다. 아무리 좋은 배움거리도 학습자가 흥미를 품지 않으면 헛일이다. 아무리 좋은 수업도 교사가 학생에게 흥미를 일깨워주지 못하면 성공적인 수업이라 할 수 없다. 반대로, 시험 성적이 바닥을 쳐도 학습자가 무엇에 흥미를 품었다면 그 자체로 성공이다. 흥미를 품으면 발전은 저절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보다시피 흥미는 전파된다. 또래끼리 드럼에 대한 흥미를 공유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이 흥미가 담임교사인 내게서 출발한 점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교사는 아동 흥미의 원천이다.

 

교사가 많은 것에 흥미를 품고 있으면 아이들도 다양한 흥미를 품게 된다. 기타에서 출발한 이 아이가 드럼이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없었다면 지금 아마 음악에 대한 좌절감과 열등감에 빠져 있을 것이다. 내가 드럼이라는 흥미를 제공할 수 있는 게 아이에게 큰 다행이고 축복일 것이다.

(어쩌다 보니 내 자랑으로 끝났다. 내가 말하고자 한 것은 다음과 같다.)

 

학생의 성장에서 흥미가 정말 중요한데, 흥미는 또래끼리 전파될 수 있지만 교사가 흥미의 중요한 원천이라는...

 

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