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시민에게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

리틀윙 2020. 4. 4. 01:28


우크라이나 항공기가 이란이 쏜 미사일에 격추되어 17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그나마 가해자인 이란이 자기네의 실수를 인정하고 뼈저린 반성과 참회의 의지를 표명한 것은 나쁘지 않다.


사망자의 구성을 보면, 이란이 82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캐나다 57명이다. 그 외 우크라이나 11명(대부분 승무원), 스웨덴, 아프가니스탄, 독일, 영국이 각각 10명, 4명, 3명, 3명이다. 이 중 캐나다인은 대부분 이란계 캐나다 학생들이라 하니 이 끔찍한 참사의 희생자들은 대부분 이란인들이다(80% 안팎). 다시 말해, 이란 정부군이 요격한 미사일에 많은 이란인들이 죽은 것이다.


민간 항공기를 전투기로 오인하여 요격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8년 호르무즈 해협 상공에서 29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적이 있는데, 피격된 항공기는 이란 국적이고 가해자는 미국이었다.


결국, 이 끔찍한 두 사건의 공통점은 이란과 미국의 분쟁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나는 이번 사건에서도 이란보다 미국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 미국의 최첨단 드론이 이란군의 중요 인물을 살상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명백한 도발이고 학살이었다. 세계 최고의 군사대국이 자신이 개발한 가공할 첨단 무기의 성능을 자랑하는 것이 흡사 어린 아이가 컴퓨터 게임으로 전쟁놀이 하듯 귀한 생명을 앗아갔다.


이에 이란이 보복으로 이라크 내의 미군 군사기지에 미사일을 쐈고 상당한 피해와 사상자를 냈다. 복수는 복수를 부르는 법이어서 이란은 초긴장 상태에서 미국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항공기를 전투기로 오인하여 미사일을 발사한 결과 176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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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지배하는 0.001퍼센트는 군수자본가들이다. 이들은 자기네 사업 번창을 위해 어떻게든 미군 통수권자(대통령)로 하여금 다른 나라를 집적거려 크고 작은 전쟁을 일으키게 한다. 스포츠카와 달리 전쟁무기는 잘 생긴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워 홍보할 수 없다. 전쟁무기의 최고 홍보 전략은 전투 상황에서 신무기의 성능을 입증해 보이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란 군사령관을 저격한 미군의 드론 MQ-9리퍼를 만든 회사는 대박 난 셈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 못 일으켜 안달 난 미국의 군대가 머무르는 곳에서 자국민의 안전과 평화는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을 것이 두려운 이라크가 당장 미군을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주권국가로서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너무도 당연한 요구이건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네가 이라크에 건설한 전투기활주로 비용을 내라며 못나가겠다고 버팅기고 있다. 이건 흡사 패망한 일본이 조선반도에서 철수하면서 경부선 철도비용 달라고 우기는 것과도 같다. 그리고, 이란의 문화유적지를 초토화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도 그렇다. 유구한 페르시아의 유적지를 그 성능 좋은 전투기로 융단폭격을 하겠다니 히틀러도 이런 망상은 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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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나라 걱정할 여유가 없다. 수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사드까지 배치되어 있는 우리 땅도 늘 전쟁의 위험으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이란 사령관 암살 뉴스에 철없는 논객들이 북한지도자에게도 저렇게 해야 한다고 댓글 다는 것 볼 때 아찔하다. 미국의 군사력이 아무리 강한들 북한이 그냥 당하고 있을 리가 없다. 한반도가 불바다가 되고 태평양 건너 미국 본토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MQ-9리퍼라... Reaper라는 이름이 참으로 섬뜩하다. 동사 reap는 ‘곡식 따위를 수확하다’의 의미이고, reaper는 수확하는 도구, 즉 ‘낫’을 뜻한다. 낫으로 벼를 확 베듯이 사람의 목을 베는 것이 미군이 이름 붙인 ‘수확’의 의미다. ‘reaper’ 앞에 ‘grim(단호한, 음침한)’이란 수식어를 붙이면 ‘그림 리퍼’의 무시무시한 형상이 돌출된다. 우리의 저승사자와 달리 서양의 그림 리퍼는 너무 음산한 모습이다. 영어문화권 사람들에게 살상무기 이름을 ‘리퍼’라 붙이면 대부분 ‘그림 리퍼’를 연상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전쟁미치광이 미국 군수업자들이나 트럼프는 모두 싸이코들이다.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grim reaper’를 입력해서 어떤 그림이 뜨는지 보라)


미군이 아무리 강한들 가공할 무기들이 대두되는 현대전에서는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다. MQ-9리퍼 전술로 요인 암살하는 것과 달리 전면전이 벌어지면 모두 죽는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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