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삶과 공부

학문 세계에 깊이 들어가려면 꼭 영어를 잘 해야만 할까?

리틀윙 2018. 7. 12. 13:58

 

학문의 세계에 깊이 들어가기 위해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는 분들이 맨 먼저 걱정하는 것은 영어 실력이다. 특정 학문 영역에 흥미를 품고 공부를 깊이 할 의지는 있는데 전공서적을 읽어내려면 영어 실력이 바탕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어 실력과 학문적 역량 사이에는 사실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기 위해 영어 실력이 요구되는 이유는 우리가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영어문화권 학생들이 대학원 공부를 하기 위해 독일어나 프랑스어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북유럽을 여행하면서 놀랐던 것은, 그 나라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상당한 점이다. 고등학생들이 영어를 거의 모국어처럼 구사하는가 하면, 스웨덴의 유명한 대형 도서관에 책의 절반 이상이 영어책이었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스웨덴어로 쓰인 책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 스웨덴의 인구가 얼마 되지 않은 것과 관계있다. 2016년 스웨덴의 인구는 990만으로 조회된다. 우리나라의 1/4밖에 안 된다.

(사진은 스톡홀름에 있는 유명한 시립도서관인데, 그 규모나 건축 양식이 환상적이다.)

 

반면, 전교조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일본 나라 교조 교사들을 만났을 때 놀란 것은 영어를 너무 못하는 것이었다. 최근에 오사카에 여행을 할 때도 종업원들이 영어를 너무 못해서 소통이 전혀 안 돼서 힘들었다. 우리보다 모든 면에서 선진된 나라인데 왜 영어를 못할까 생각해 봤는데, 그것은 스웨덴과 정 반대의 이유 때문이 아닌가 싶다. 2016년 일본 인구는 12700만이다. 스웨덴의 13배이고 우리나라의 3배가 된다. 인구가 이렇게 많은 데다 학문적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니 일본어로 쓰인 양질의 서적이 한국보다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것이다. 그래서 아마 일본 학생들은 대학원 공부하기 위해 굳이 영어를 잘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인구수로 보면 일본보다는 적지만 북유럽보다는 상당히 많다. 문제는 학문적 수준이다. 어느 사회든 학문의 전당은 상아탑이다. 그런데 한국 교수들 수준은 정말 한심하다. 미국 교수와 한국 교수의 수준이 단적으로 비교되는 것이 저서의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교수들 가운데 자기 저서를 내는 사람이 열에 한 명도 안 된다. 미국 학계에서는 교수가 책을 냈다고 하면 인정해 준다. ‘저 사람은 자기 책을 낸 사람이다라는 평이 뒤따른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개나 소나 책을 낸다. 그것도 자기 역량으로 내는 것이 아니라 대학원생 쥐어짜서 낸다(물론 요즘은 좀 덜 할 것이지만). 이렇듯, 한국은 인구수의 부족으로 학문의 원천이라 할 대학교수들이 생산해내는 저서의 양도 적을뿐더러 그마저도 책 같은 책이 귀하다. 그러니 한국학생들은 영어 원서를 읽지 못하면 대학원 공부를 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대학원 공부하기 위해서는 영어가 돼야 한다?

북유럽 학생들은 원래 영어를 잘 하니 이런 말이 안 나오고 일본 학생들은 자국어로 쓰인 책이 엄청 많으니 이런 말이 안 나오는데, 한국 학생들만 불쌍하다. 일본은 학문적 수준도 수준이지만, 번역 역량도 엄청나다. , 일반 시민들의 영어실력은 한국보다 한참 못하지만, 지식인들의 번역 수준은 한국과 비교가 안 된다. 일본에서는 영어로 된 책으로 이를테면 해리포터 신간이 나왔다 하면, 사흘 만에 번역서가 나온다고 한다.

 

한국 교수들이 지적 역량이 안 돼서 스스로 양질의 저서를 생산하지 못하면, 영어로 된 좋은 책을 우리말로 번역을 많이 해서 세상에 공급하면 좋으련만...... 논문 작성에 비해 번역 작업은 노력 대비 인센티브(연구 실적)가 작아서 모두들 기피한다. 학문 발전을 위해 대학 교수들이 번역서를 많이 낼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20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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