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삶과 공부

스펙이 인간 지성에 관해 말해주는 것은 없다

리틀윙 2017. 6. 23. 11:21

  

법치국가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모든 법의 으뜸인 대한민국 헌법 첫머리에 나오는 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태극기 집회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 김진태 국회의원과 김평우 변호사.

이들은 법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고 법에 관한 한 최고 엘리트들이다. 김진태는 서울대 법대를 나왔고 김평우는 서울대에 이어 하버드까지 나온 사람이다.

 

그런데 이 훌륭한 사법 엘리트들의 머릿속엔 저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의 테제가 어떤 의미로 자리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교육자로서 우리도 이 나라 교육이 품는 지고의 가치가 민주주의이며, 교육의 목표가 민주시민 육성에 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학생인권이 교문 앞에서 멈추는 현실 속에서 학생이나 교사에게도 민주주의란 낱말은 그저 관념 속의 창백한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어제 고3인 우리 딸이 학교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는 이유로 앉았다 섰다를 100번 해서 걸음을 못 걸을 지경이 되어 집에 왔다. 부모로서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참는다. 같은 교사로서 내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낱말은 인간의식의 소우주다.

A word is microcosm of human consciousness Vygotsky.

 

귀하디 귀한 인간적 가치를 표상하는 민주주의란 낱말이 의식의 소우주에 어떤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는가를 보면, 그 사람의 지성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서울대법대, 하버드법대, 서울교대, 서울대사대 따위의 학벌이 한 인간의 지적 역량에 관해 말해주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행복이 성적순이 아니듯, 지성도 성적순이 아닌 것이다.

  

의식의 소우주로서 민주주의라는 낱말이 인간 지성의 그릇 속에 올바르게 자리하기 위해선 삶과 배움이 일치해야 한다. 민주주의 가치가 참된 모습으로 실천 속에 녹아 있어야 한다.

 

이런 까닭에, 유수의 명문대를 나온 엘리트들보다 역사 시험공부를 포기하고 살아있는 역사공부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는 이름 모를 여고생이야말로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을 바르게 품고 있는 참된 지성인이라 할 것이다.

 

책가방 끈길이나 스펙이 인간 지성에 관해 말해주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2017.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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