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운동

삶과 운동

리틀윙 2018. 1. 26. 15:25

학창시절 공부와 담 쌓고 지내던 내가 대학교 문을 나선 뒤로 지금까지 공부를 열심히 해오고 있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겐 열심히 공부보다 열심히 놀기를 강조하지만, 내가 만나는 후배 선생님들에겐 열심히 공부를 주문한다.

 

그렇다. 나는 공부는 어른 돼서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교사인 사람은 끊임없이 지성을 단련해 가야 한다.

 

금쪽같은 토요일 오후 시간을 할애해 참교육실천발표대회에 참석하신 전교조강원지부춘화지회 선생님들과 뜻 깊은 시간을 보내고 숙소에서 아침을 맞는다.

 

사람들은 전교조를 지는 해에 비유하곤 한다.

틀린 표현은 아니다. 그러나 그 가장 큰 이유는 한때 전교조라는 태양이 너무 찬란했기에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누가 뭐래도 전교조 없는 한국교육현대사를 말할 수 없다. 지금 전교조가 예전처럼 빛을 못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역사 속에서 상당한 소임을 이뤘기 때문이다. 이삼십 대 선생님들은 전교조가 학교를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 이해하시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젊은 교사들의 전교조 지지도가 낮은 현실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전교조가 세태 변화에 발맞춰 젊은 교사들의 눈높이에서 자기혁신을 꾀하지 못한 우는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젊은 교사들이 거부감을 갖는 전교조의 어떤 특질은 전교조의 정체성 그 자체에 해당하는 부분이 많다.

 

그런 면에서 나는 변화하지 못한 전교조를 비난할 뿐 변질되지 않고 30년 가까이 한 길을 걸어온 데 대한 성원은 보낼 줄 모르는 이웃들이 야속하기만 하다. 어제 대회 시작 전 인사말을 하러 오신 강원지부장님의 구겨진 헤어스타일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춘기 반항아도 아니고 머리 빡빡 미는 거 좋아할 사람 없다.

 

사실, 젊은 교사들이 비단 전교조에만 무관심하신 것은 아니다. 살인적인 생존경쟁 교육체제에서 어렵게 교대에 들어가 임용고시라는 암울한 터널을 거쳐 나오면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분들의 입장에서 가치 있는 무엇을 함께 하는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조직 활동을 하시는 분들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메일이나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고 심지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거나 하면 힘도 빠지고 상처도 받는다. 특히 젊은 활동가의 데미지는 더욱 크다.

 

고작 1시간 강의를 구미에서 춘천까지 먼 길 마다 않고 간 이유는 이런 후배 활동가 교사들에게 힘을 주고 싶어서였다.

 

지금부터 이 일에 신경을 쓰고 싶다.

전교조 살리기!

 

어제 함께 했던 배** ** ** 선생님을 비롯 여러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와 애정을 표한다.

 

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