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운동

좋은 세월은 오고 있건만...

리틀윙 2017. 2. 21. 22:41

교육장실에 초대받았다.

 

전교조 지회장님을 비롯 몇몇 운영위원들이 교육장님과 교육지원과장님 그리고 장학사님들과 함께 하고 있다. 이 품위 있는 원탁을 협상테이블이라 일컬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늦으나마 우리를 파트너로 생각하고 이 자리를 만들어주신 교육청 관계자 분들께 감사한다.

 

 

 

 

교육장님은 생각과 달리 나름 소탈한 성향에 소박한 교육관을 지니신 분이다. 제도권이든 어디든 일정한 지도적 포지션은 아무나 서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다.

 

입장의 차이는 어느 정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우리가 교육청에 요구했던 것도 그것이다.(며칠 전 교육청 들어가서 A4용지 4매의 선전포고문을 던지고 왔다.) 교육지원청이 학교교육을 지원하는 곳이 아니라는 건 이 땅의 교사이면 누구나 아는 바이다. 교육을 지원하지 않아도 좋으니 방해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니, 그 존재의 본질상 방해하는 것은 필연이지만, “적당히방해하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예년 수준의 방해, 다른 교육청 수준의 방해만 하라는 것이다.

어제 협상을 통해 이런 점은 어느 정도 전달된 것으로 생각한다. 어제는 구체적인 협상 내용을 주고받는 것보다 교육청이 우리 존재를 인정하고 대등한 협력자로 응대해 준 것에 의의가 있다고 본다.

 

나름 성과를 거두었던 터라 가슴 뿌듯했지만, 마음 한구석에 왠지 씁쓸한 기분을 떨치기 힘들었다.

처음엔 일전을 불사할 것 같은 전세(?)였건만, 교육청에서 이렇듯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왜일까? 내가 작성한 선전포고문의 논리나 기세가 두려워서일까? 아니다. 그보다는 순실의 시대로 대변되는 현 정국 분위기 탓이 클 것으로 판단한다.

 

트럼프의 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 보수반동의 생명은 이제 다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진보진영에서 이 좋은 분위기를 안고 갈 역량이 준비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나는 절대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명박근혜의 10년이 지긋지긋한 것은 사실이지만, 봄날을 맞이하기엔 이르다. 진보는 더 깨져야 한다. 뼈를 깎는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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