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의기투합

리틀윙 2017. 4. 3. 10:10

새 학교에서 새 아이들과의 학급살이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한 가지로 점심시간을 힘겹게 보내는 것도 있다.

 

18학급 규모의 이 학교에선 급식 시간을 조절하기 위해 학년별로 시간대를 달리 하며 배식을 하는데, 우리 3학년이 제일 늦게 급식을 한다. 1220분에 4교시 마치고 30분을 교실에서 기다리다가 1250분에 식사를 하는데, 어떤 때는 5교시 수업시작 종이 칠 때까지 급식을 하기도 한다. 아이들 입장에서 점심 먹고 놀지도 못 하는 것도 문제지만, 4교시 마치고 30분 동안 기다리는 시간이 여간 힘들지 않다. 교사 입장에서도 아이들이 안쓰럽기만 하다.

 

그래서, 이번 ()에는 수업 마치고 아이들을 데리고 운동장에 나갔다. 아이들을 뛰어 놀게 하고 나는 조회대에서 아이들에게 시선을 두었다. 이럴 때 내 모습은 흡사 양떼들을 지키는 목자와도 같다. 어린 양떼를 돌보는 목자란 얼마나 근사한 역할인가? 목자가 아니면 호밀밭의 파수꾼이라 일컬어도 좋을 일이다.

 

.............

 

오늘 기분이 좋은 게, 학부모참관수업을 끝낸 뒤 퇴근 시간 무렵에 옆 반 선생님께서 우리 교실로 건너 오셔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방금 언급한 점심시간 보내는 문제 이야기가 나와 내가 ()에 그렇게 했다고 하니 선생님께서도 내일부터 반 아이들을 데리고 그렇게 하시겠다고 하신다. 내친 김에 3반 선생님께도 제안을 했더니 대찬성이시란다. 3반 선생님은 초임 남교사이시다.

 

가까운 듯싶으면서도 먼 이웃이 옆 반 선생님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업무 이야기나 시시콜콜한 집안 이야기는 함께 공유하기 쉬워도, 정작 교육이야기는 선뜻 쉽게 못 건네는 게 교직살이이다. 교사가 아닌 일반인들은 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실 것이다.

 

사실,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점심 먹기 전 30분 동안 운동장에 나가는 작은 수고를 하는 것은 교사된 입장에서 선량한 판단임이 분명함에도 옆 반은 그렇게 하지 않는데 나만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나 역시도 앞뒤 두 반 선생님이 눈에 밟혀 꺼림직했다. 그런데, 오늘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앞으로도 우리 동학년 선생님들이랑은 건설적인교육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또 의기투합해서 실천해 갈 수 있겠다 생각하니 너무 기분이 좋다.

 

페이스북 같은 온라인에서는 좋은 교사 벗을 만나기 쉽지만 오프라인, 특히 바로 이웃한 교실에서 나와 뜻이 통하는 동료교사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친목배구로 의기투합은 쉽게 해도 교육이야기로 의기투합하는 동료교사를, 전교조사무실이 아닌 옆 반 교실에서 만난 적이 잘 없었다. 버거운 학교 행사도 하나 매조지고 좋은 벗도 알게 되어서 오늘 여러모로 행복한 기분에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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