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아이 졸업식

리틀윙 2017. 2. 27. 02:00

오늘 우리 둘째가 졸업한 구미여중의 졸업식, 참 좋았다.

 

전체적으로, 중등학교이면서 초등 못지않게 선생님들께서 행사 기획과 준비를 굉장히 섬세하고 정감 있게 하신 것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3년간 공부를 마치고 졸업하는 제자들을 위한 따뜻한 배려의 흔적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어서 학부모로서 참 고마웠다.

 

국민의례를 마치고 첫 순서로 보통 표창장과 장학금 수여를 하는데, 전날 해당 학생들에게 주고 당일 졸업식에선 이 순서를 뺀 것이 참 좋았다. 사회를 맡으신 교무부장님께선 졸업식을 축제 분위기로 가져가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하셨는데, 그런 뜻도 있지만 아마도 상을 못 받는 대다수의 학생들을 위한 배려가 아닌가 싶다. 교장선생님 이하 이 학교 선생님들 참 멋진 분들이시다. 이 글 쓰면서 다른 중고등학교의 형편은 어떤지 궁금해진다.

 

 

 

 

다음 순서로 교장선생님의 격려사가 있었는데, 개량한복 차림의 여교장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어머니 혹은 인생 선배 된 입장에서 구구절절 학생들을 향한 사랑과 따뜻한 마음을 담은 연설문을 읽어 가신다. 인상적인 것은, 교장선생님께서 중간 중간에 학생들에게 부탁하는 어투로 말씀하시는 대목으로 이를테면, “여러분들 꼭 이 다음에 훌륭한 일꾼이 되십시오라 하실 때, 아이들이 !”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물론 많은 아이는 아니고 두서넛 밖에 안 되는 아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 아이들보다 훨씬 순수하다 할 초등학교에서도 보기 드문 장면이다. 이것은 반응이라기보다 추임새에 가깝다. 판소리에서 관객의 추임새로 소리꾼이 힘을 얻듯이, 소수일지언정 아이들의 이러한 화답은 연설하는 사람에게 큰 힘이 된다. 학교장은 교사를 대표하는 분인지라, 그 힘 받기는 학교 전체 교사들에게도 전이가 될 것이다. 따라서 그 추임새에서 이 학교 교직원들과 학생들 사이에 어떤 일체감과 끈끈한 유대를 느껴졌다.

 

 

 

이어서 교가제창을 끝으로 1부 행사를 마친 뒤 2부가 이어지는데 2부는 축제분위기 속에 공연과 플래쉬몹을 학생들이 선보였다.

1부나 2부 순서 모두, 어떤 형식에 치우침 없이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진행되었다. 그 속에 어떤 사전 리허설이나 학생 동원의 수고 따위의 흔적이 엿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학생들을 위해 선생님들께서 애쓰신 흔적이 많이 보였다. 졸업생 모두에게 담임선생님께서 손수 장미(조화) 한 송이를 예쁘게 만드시고 포장해서 나눠주시면서 학생을 포옹하고 학생과 포토타임을 가져주시는 모습에서 학부모로서 너무 고맙고 죄송스러웠다.

 

남중이나 남녀공학 학교에 비해 여중학교가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겠지만 모든 여중학교가 이렇지는 않을 것 같다. 구미에서 중등교사로 근무한 적이 있는 아내의 이야기로, 이 학교가 전통적으로 이런 분위기라 한다. 우리 두 딸이 모두 이 학교를 졸업했는데, 이렇게 훌륭한 학교를 다녔기에 아이들이 모두 나를 닮지 않고 착하게 잘 성장한 것 같다.

 

학부모로서 이 좋은 학교의 선생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이다.

 

2017.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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