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영어공부에 관해

리틀윙 2017. 2. 26. 23:44

영어공부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나 영어실력 증진을 위해 고민하는 분들에게 약간이라도 도움 되는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한다.

 

영어는 정말 중요하다.

내 삶을 돌이켜보건대, 나의 지적 성장에서 제일 중요한 한 가지 힘을 말하라면 영어실력이라 하겠다.

이런 내 경험상 학생들에게 영어공부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스피킹 실력이 아니라, 쉽게 말해, 예전 우리들 배울 때처럼 문법과 독해 위주의 공부가 지금의 영어몰입교육보다 훨씬 더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스피킹 역량은 평소 일상적으로 영어를 구사할 조건이 구비되지 않으면 특정 시기에 배운 실력이 말짱 도루묵이 된다. 반면, 문법과 어휘가 탄탄한 사람은 스피킹을 구사해야 할 상황이 닥쳤을 때 마음만 먹으면 금방 실력이 는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어 역량은....... 영어사전 없이 영어 원서를 대충 읽어낼 수 있는 역량을 말한다. 이러한 역량은 특히 최근에 위키피디어가 일상화되면서 진가를 발휘한다. 원하는 정보를 인터넷에서 검색할 때, 한글로 쓰인 정보와 영문판 정보의 양은 비교가 안 된다. 후자가 말 그대로 (정보의) 바다라면, 전자는 연못 혹은 저수지에 불과할 것이다.

 

1.

그러면, 어떻게 하면 영어사전 없이 영문을 독파해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누구나 이미 정확히 알고 있다. 어휘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러면 어휘력은 어떻게 길러지는 것일까? 똑 같은 질문을 6년 전 내가 교원대 심화과정에서 만난 후배들로부터 많이 들었다.

 

선생님은 우리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이 어떻게 영어단어를 그렇게 많이 알고 계시나요?”

 

그것은 우리가 국어 어휘력을 어떻게 발전시켰는가에 대한 답과 똑같은 것이다.

 

우리가 국어 어휘력을 기르기 위해 국어사전이나 단어장을 들고 외운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저 국어로 된 문장을 많이 접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다. 초등학생이 초등교과서를 읽을 때 국어사전을 참조하지 않는다. 자기 수준에서 모르는 단어가 몇 개 나와도 그냥 뛰어 넘는다. 그러나 초등학생이 한겨레신문을 읽을 수는 없다.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기에 이내 흥미를 잃고 포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어휘력을 기르고 싶으면 일단 영어 문장을 많이 접하라는 것이 그 첫 번째 답이라 하겠다.

여기서 중요한 원리는 반복의 원리이다. 단어장을 통해 기억한 영어 단어는 돌아서면 이내 까먹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어휘력의 관건은 새로운 단어를 두뇌에 입력하는 것보다 익힌 단어를 까먹지 않는 게중요한데, 이것은 오직 일상 속에서 영어 문장을 많이 접하는 것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최근 무슨 획기적인 단어 암기법 어쩌구 하는 학습방식이 말짱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학습방법은 죄다 입력에만 방점을 두고 있을 뿐 파지(把持, duration)에 관해서는 처방을 간과하는 것이 치명적인 맹점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관건은 영어 문장을 가까이 하는 것인데... 사실 그게 쉽지는 않다. 여기서 나는 존 듀이의 말을 빌려 학습의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제일 중요한 요건인 흥미를 강조하고자 한다.

일단, 자신이 현재 가장 흥미를 갖는 내용의 영어문장(=원서)을 가까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자신의 어휘력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분들을 위해 미국 중학교나 초등학교 교과서를 공부할 것을 권하고 싶다. 미국 중학교 과학책이나 사회책 읽으면 재미있다.

 

어휘력이 준비되어 있지 않지만, 독한 마음 먹고 바로 교육학 원서를 보고 싶다?

좋은 생각이다. 큰 마음 먹고 한 100페이지 정도까지 읽어 나간다면 장담컨대 분명 어휘력 실력이 엄청 늘 것이다.

 

 

2.

기본 어휘력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데 무작정 영어로 쓰인 책 열심히 읽으라는 주문은 어찌 보면 무책임하다 할 것이다.

인정한다.

그런 분을 위해 보다 효율적인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별도의 노력을 병행할 것을 권하고자 한다.

 

[Vocabulary 22,000]

이 책은 무조건 달달 외워야 한다. 보캐뷸러리 22천을 떼지 않고 영어원서 읽기가 너무 어렵다고 불평하는 것은, 헬쓰클럽 등록은커녕 집에서 윗몸일으키기 따위도 하지 않고 명품 복근 생기기를 바라는 것이나 다르지 않다.

Harold Levin의 이 책은 정말 좋다. , 이런 책은 무조건 영문판으로 공부해야 한다. 주어진 영어 단어의 뜻을 영어로 설명하는 것으로 공부해야 한다. 그러면 영어 단어 하나 익히면서 여러 개의 단어를 동시에 알게 되는 점에서 일석이삼조의 효과가 있다.

 

나는 이 책을 완전히 익혔다. 더 높은 수준의 책으로 영단어를 효율적으로 익히기 좋은 책이 없냐?”는 분이 계시면 이 글 밑에 댓글 달아주기 바랍니다. 그런 분을 위해 또 좋은 책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3.

12를 병행해 가다 보면 많은 문장 속에서 만나는 영어 단어 가운데 내가 예전에는 몰랐던 단어인데 자주 만나는 단어가 눈에 들어오게 된다. 그러면 그 단어는 곧 나의 어휘력으로 자리하게 된다. , 그 수나 양 만큼 어휘력이 느는 것이다.

이게 진정한 어휘력의 성장이다. 이런 실력은 조잡한 영단어장 암기를 통해서는 절대 길러지지 않는다. 이러한 어휘력의 성장은 내가 1에서 말한 우리 한국인의 한글 어휘력 성장과 똑같이 길러지는 것으로서 힘 있는 공부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영어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어느 시점에 이르러 다음과 같은 요령이 생겨난다.

, “어떤 새로운 단어는 굳이 애써 익힐 필요가 없다는 판단력!!!

 

현재 내가 만나는 영어 단어는 크게 세 종류가 있다.

1) 이미 완전히 알고 있는 단어

2) 현재 알고 있지만 반복적으로 만나지 않으면 까먹을 가능성이 있는 단어 / 예전에 알았는데 지금 까먹은 단어

3) 생판 처음 보는 단어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2)에 해당하는 단어다. 이런 단어는 끊임없이 익혀야 한다. , 그 익힘의 방법이 ‘drill’을 통한 암기가 아니라... 1에서 말했듯이 문장 속에서 그 단어들을 자주 만남으로써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이런 단어들은 특별히 <나만의 단어장>을 만들어 관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마트폰으로 ‘daum 단어장앱을 깔아 활용하라. 명심할 것은 3)의 단어가 아닌 2)의 단어가 단어장의 주를 이루게 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3)에 대한 것이다.

1)2)가 어느 정도 축적이 되어 있는 학습자의 경우.... 3)의 단어는 무시해도 된다. 왜냐하면 그런 단어는 너무 어려운 단어이기 때문에 그 단어를 다시 만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지금 머릿속에 입력해 봤자 잊혀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1)2)가 바탕 되지 않은 사람의 경우...... 이런 판단 자체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은 까닭에 현재의 이 단어를 다음에 만날 가능성의 여부에 대한 판단 이 서질 않는 것이다.

 

새로운 단어를 익힐 필요가 있다 없다에 대한 판단이 서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답은 영어로 된 문장을 많이 접하기외의 답은 없다.

 

따라서... 어휘력의 관건은 결국 영어로 된 독서의 일상화라 하겠다.

 

(새로운 단어를 다시 만날 가능성이 많다/적다 판단할 필요 없이 그냥 외우면 안 되냐고? 하는 분들은 지금까지 내 글을 잘 못 읽으신 분이다. 아니 그게 쉽게 되는 사람은 이 글을 읽을 필요가 없는 셈인데... 미안하지만 그런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

 

2016.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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