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강의 후기

리틀윙 2017. 2. 27. 00:51

어제 대전 강의 만족한다.

절대치로서 만족하는 게 아니라 상대치로서 만족한다. 복기해 보니 아쉬웠던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려운 개념들을 더 쉽고 재밌게 설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영어 표현을 자주 인용하는 건 좋은데 어떤 부분은 불필요했고 또 어떤 부분은 빠뜨렸다. 공부하는 교사가 되자는 말을 선생님들을 대상화해서 너무 남발한 것은 아닌지, 내 잘난 체를 너무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만족한다. 3시간 분량의 이번 강의는 대구지부 북콘서트(1시간)때보다 2배 정도 좋았고 익산(15) 때보다 4배 정도 잘 한 것 같다. 대구와 익산에 오신 분들에겐 다음 기회에 언제 리콜해 드리고 싶다^^

 

부족했던 부분은 앞으로 저절로 극복될 것이다. 너무 자책하지 말자. 나는 나 자신에게 너무 엄격한 것이 흠이다.

아니 어찌 보면 그 결벽증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이었다. 그러니 언제나 나를 자책하고 우울해졌던 과거의 나에 대해서도 꾸짖지 말자. 다만 이제부터는 가급적 긍정적인 시각으로 나를 바라보자. 어제 강의에서 사람이 내성적인 것은 축복이다!”라 한 것은 사실 나에 대한 자기고백적 언설이었다.(모든 지적 결실은 자전적인 것이다. 모든 책은 자서전이고, 모든 영화는 감독의 자기고백이고, 모든 강의는 [마이 웨이]의 나레이션이다.)

 

 

 

뭐든 그 자체로 무조건 좋거나 무조건 나쁜 것은 없다. 이를테면 자신을 긍정하는 자세(=자긍심)와 부정하는 자세(=콤플렉스). 전자는 자만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이런 사람에게 필요한 약은 콤플렉스. 반대로 후자는 낮은 자존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이런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보통 자신감(=자기를 높이 사는 마음, self-esteem)’이라 하는데, 사실 '자신감'이란 자기최면을 통해 잘 얻어지지 않는다. 나는 그 보다는 부정적 측면을 긍정적 측면으로 전화시킬 줄 아는 지혜를 권장하고 싶다.

이 지혜가 어제 강의의 핵심인 ‘Both Sides Now’. 변증법적으로 사고하면 머리가 다섯 배 좋아진다. 변증법을 알면 자기 자신을 치유할 수 있다. 교사인 사람이 이걸 알면 아이들을 더 잘 만날 수 있다. 사랑의 실천은 열정의 문제라기보다 주로 의 문제다. 아는 만큼 사랑할 수 있다.

 

아는 만큼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고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아는 만큼 실천할 수 있다. 내가 전교조를 이끄는 종파패거리들에 과도한 적개심을 품는 이유도 이것이다. , 어제 내 강의에 핵심 키워드인 지성과 철학의 빈곤!

(어제 강의에서도 말했지만) 최근 유시민이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흥미있는 말을 남겼다. 한 사람의 진면목을 알려면 그 사람의 말과 글을 보면 된다. 말과 글의 원천은 지성이다. 말과 글이 안 되는 무식한 인간이 조직을 이끌어서는 안 된다. (청와대 칠푼이가 유적 존재로서 최소한의지성이라도 소유한 사람이라면 대한민국이라는 조직이 이렇게 망가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전교조는 여전히 나의 사랑이다. 전교조 없는 내 교직 삶은 생각할 수 없다. 대학 4년 내내 술집과 당구장을 전전했던 기억 밖에 없는 나를 지성의 길로 이끌어 준 것은 전교조 선배들이었다. 노동자 전태일의 소원이 대학생 친구를 갖는 것이었듯이 나의 로망이었던 사회과학책 권하는 선배를 만난 것도 전교조였다.

 

전교조를 통해 성장했으니 나의 지성을 전교조에 환원하는 것은 보은의 차원에서 마땅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박사학위 받은 뒤 강단으로 향하지 않고 조직을 위해 복무했다. 대학 강의실 대신 전교조 내에 철학스쿨이라는 강의실을 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나는 동키호테였다. 전교조 게시판에 내가 남긴 글을 모으면 책으로 10권은 되지 싶다. 문제는, 전교조에 대한 거친 독설이 대부분인 까닭에 세상에 내놓을 수도 없는 돈 안 되는글들이라는...

 

강의 준비차 슬라이드를 만들기 위해 캡처한 철학스쿨화면을 보면서 울컥해졌다. 그 게시판의 글 가운데 99퍼센트가 내가 쓴 것이다. 원맨쇼였다. 지난 글들을 돌아보니 경북지부 교육국장 하면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때 후배교사 몇몇을 데리고 23일 합숙하면서 공부시킨 적도 있었다. 그때 참여한 정** 선생님을 어제 대전 강의에서 만났다. 남편 분의 직장 때문에 5년 전에 대전으로 옮기신 것이다. , 세상은 이렇게 좁다.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무릇 우연은 필연 속에서 작동하는 것이니 이것이 헤겔 변증법의 대표적인 범주쌍 (우연, 필연)이다. 절대 다수의 조합원들이 내 글을 외면하거나 그저 눈팅으로 읽기만 했을 때 그래도 몇몇 선생님들은 적극적으로 나의 동키호테 짓에 호응하고 성원해 주셨다. 사실, 내가 이 한심한 조직에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은 이런 분들 때문인지도 모른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지 않고 있다!

유시민의 항소이유서로 유명해진 네크라소프의 시구를 나는 전교조를 향해 쓰고 싶다. (전교조에 대한)'사랑과 증오'야말로 마이 웨이를 적확하게 설명하는 대립쌍이다. 전교조에 적개심을 품지 않는 활동가는 전교조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맹목적인 사랑은 개독의 그것과도 같다.

반면, 전교조의 부정적 측면만을 포착하고서 처음부터 전교조를 멀리 하거나 중도에 조직을 이탈해간 사람들이 자기 행보의 합리화를 획책하는 것 또한 옮지 않음은 물론이다. 전교조를 빼고 이 땅의 현대교육사를 논할 수 없다!

 

놀랍게도 어제 대전지부에서 준비한 5일간의 연수에 참여한 교사의 2/3가 비조합원들이었다. 대전이라는 지역의 특수성도 있지만, 나는 현단계의 전교조가 취해야할 자기혁신의 방향이 이것이라 생각한다. 접속!

 

전교조 나이가 서른 가까이 돼 간다. 그때와 지금 교육세상은 엄청나게 변했다. 17개 시도에서 진보교육감이 절대다수이다. 한심한 정치 영역과 달리 교육 영역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전교조는 절대선 교총은 절대악이라는 이분법은 "절대" 금물이다.

 

흑묘백묘.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전교조에 바친 내 청춘의 분신 [철학스쿨].

경북지부에서 외면 받던 내 동키호테적 기질의 소산 철학스쿨’, 그 부활의 가능성을 어제 대전지부 강의에서 봤다.

전교조 교사들을 위해 쓰든 일반 교사들을 위해 쓰든 내 역량이 이 땅의 교육발전을 위해 쓰이면 된다. 내 역량이 쓰일 곳이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Yes, it was My Way!

 

2016.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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