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교사에게

<교사가 교사에게> 김승환 교육감님의 서평

리틀윙 2017. 2. 27. 12:05

전북교육청 김승환 교육감님께서 내 책을 호평해 주셨다.

https://m.facebook.com/JBedudream/posts/1206969956022999

 

 

 

 

같은 집단에 속해 있는 동료들에게 글을 통해서 말을 거는 것, 그것은 쉬울 것 같기도 하고 어려울 것 같기도 합니다.

 

그 글이 아프기는 하지만 호소력과 설득력이 있으려면 진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는데 굳이 말할 필요가 있느냐라는 핀잔도 들을 수 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느끼고 고민하고 더 나은 길을 찾기 위해 골몰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말하지 않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것이 개인 또는 집단의 타성으로 굳어 버린다면? 그것은 병리현상이 되어 버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치유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 수도 있습니다.

 

교단 경력 27년차에 할 말이 있어서글을 쓴 교사가 있습니다. 이성우 선생님입니다. 그의 책 <교사가 교사에게>(2015. 6, 우리교육)는 교사 이성우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동료 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쓴 책입니다.

 

지은이는 글을 맺으면서 후배 선생님들의 소박한 멘토를 자임하면서 쓴 이 책(230)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글의 내용은 모든 교사들이 읽어야 할 것들로 가득 차 있고, 저와 같은 교육감도 주의를 기울여 읽어야 할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학부모도 예외는 아닙니다. 학부모의 자화상들이 이 책 속에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총 4(1부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2부 아이들 덜 미워하기, 3부 교육은 관계다, 4부 삶과 교육)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의 처음부터 끝가지 이어지는 글들은 지은이의 교사로서의 삶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초등 교직은 교사가 처신하기에 따라서 초등교육 기능공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상존해 있습니다.(25)라는 말은 저자 자신도 얼마든지 이런 나쁜 상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학교들은 연구학교나 시범학교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지난 해 1223일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적용을 1년 유예한다는 발표를 하면서 전국의 어느 학교나 연구학교 신청을 하면 받아 주겠다고 했습니다.

 

연구학교 지정을 받으면 그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에게는 승진가산점이라는 당근이 주어집니다. 당근의 유혹을 잘 알고 있는 교육부가 이런 천박한 전략을 선택한 것입니다.

 

저자의 말을 들어 보면 이렇습니다. 신성한 학교를 공장으로 일컫는 이 블랙코미디의 진수는 무슨 연구시범학교나 100대 교육과정 따위에서 적나라한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시범학교가 시범적으로 아이들 망치는 반교육적 폐단 그 자체임은 교직 생활 한두 해만 해 보면 알게 돼죠.(29).

 

지은이는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말하지 않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를 말하고 있습니다. 첫째, 페이퍼 워크에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말 것, 둘째 학교 친목회에 재미 붙이지 말 것입니다(32~41).

 

초등교사의 경우 특정 지역의 특정 교육대학이라는 동질 집단적 성격을 갖고 있고, 이 때문에 초등에서는 만인이 만인에 대한 선배이자 후배라는 기치 아래 우리가 남이가?라는 인식이 공유된다고 합니다(35).

 

웃지 못 할 일은 2월에 교사 인사이동 결과가 발표되면 배구 잘 하는 아무개 교사가 어느 학교로 가는가에 남자 교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고 합니다(35).

 

지은이가 말하는 실패의 교육론은 현실감이 매우 깊이 느껴집니다. 훌륭한 교사는 실패를 금과옥조로 여긴다, 훌륭한 교사는 자신의 실패를 기억하는 교사이다, 훌륭한 교사는 실패자의 편에 서서 그의 피난처가 된다, 훌륭한 교사는 교사가 되기 위해 쓰라린 실패와 좌절을 경험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64~70).

 

아이들 덜 미워하기를 읽다 보면 지은이는 아이들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 부분을 옮깁니다.

 

앞의 아이를 집적거려 괜한 장난을 유발하는 개구쟁이의 행위가 추위에 몸을 바르르 떠는 강아지의 반사적 몸부림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 우리는 아이들을 덜 미워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도 건강해지고 무엇보다 교육자로서의 우리 인격이 한층 고양될 겁니다.(83).

 

전략적 교사상으로서의 페르소나?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라틴어 persona는 가면을 뜻하는데, 지은이는 교사에게 이 가면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선량함은 교사의 중요한 자질이지만, 교사는 착하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때론 모진 사람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교사는 자신은 물론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교사의 인격을 개조해야 할 필요가 있는 바, 저는 이것을 전략적 교사상으로서의 페르소나라 일컫고자 합니다.(90).

 

아이들에게 놀이와 학습은 별개의 것인가, 별개의 것이라면 그것은 충돌하는 것인가, 아니면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학습이고 학습이 놀이인가? 라는 물음은 교사에게도 학부모에게도 매우 중요합니다.

 

지은이의 말을 들어봅니다. 역할 놀이라는 개념이 말해 주듯 아이들에게 놀이는 곧 삶이라 하겠습니다. 놀이를 통해 삶의 중요한 기능을 배웁니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놀이를 차단하는 것은 공부를 못하게 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놀이와 공부를 배타적인 속성으로 간주하여 공부에 대한 반대급부로 놀이가 주어지니 아이들에게 공부는 지긋지긋한 무엇으로 학습되는 것입니다.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유명한 책 제목이 웅변해 주듯, 우리 삶에서 중요한 학습의 대부분은 놀이를 통해 익힌 것들입니다.(107).

 

아이들에게 놀이는 발달의 원동력입니다. 신체적 발달과 정서적 발달은 물론 인지적 발달 또한 놀이로부터 말미암는다는 중대한 진리를 한국의 학부모들은 놓치고 있습니다. 한창 성장할 나이의 아이들이 맘껏 놀지 못해 몸과 마음이 망가져 가고 있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일 겁니다. 그러나 어린아이에게 놀이가 지적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그저 자유주의적인 감상적 사고로 치부해 버릴 겁니다. 그런 분들에게 비고츠키를 탐독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166).

 

제가 늘 품고 있는 의문 진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공명이 일어납니다. 인간관계는 운동의 시작과 끝입니다.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첫째 자질은 겸손과 관용입니다.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이웃에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의 실천에 대해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성찰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진보일 것입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진보라는 호명이 너무 남발되고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125).

 

진보는 그리 복잡한 관념 체계가 아니라 상식 그 자체여야 합니다.(178).

 

아웃사이더들에게 교육의 이름으로 어떤 기회나 역할을 마련해 주자는 지은이의 외침은 우리나라 헌법이 최고의 가치로 설정해 놓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풀어놓은 듯합니다.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은 인간이 가진 수천 가지 능력 가운데 단 하나를 잘 한다는 의미이련만 우리네 학교에서는 학업성적이라는 단 하나의 잣대로 아이들을 재단해 버립니다. 공부 못하는 아이는 스스로를 무능하고 열등한 사람으로 자기 최면을 걸어 갑니다. 그러나, 평소 교사의 눈 밖에 벗어나 말썽만을 일삼는 아이들도 야영장에서 장기자랑 시간에는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는 재능을 발휘하고는 합니다. 따라서 학교는 학생이 저마다 타고난 소질과 개성을 발산하게 하고 또 대중 앞에서 자기 실력을 뽐낼 수 있도록 다양한 무대를 만들어 줘야 합니다.(205).

 

이 책은 특별한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책입니다. 읽는 사람은 보물을 만나는 것이고, 읽지 않는 사람은 보물을 만날 기회를 놓치는 것입니다. 일독해 보십시오.

 

2017.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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