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교사에게

한국 교사의 사회적 위상

리틀윙 2014. 11. 16. 03:50

해외에 나가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죠. 외국 여행을 해보면 정말로 이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호텔 방 벽에 걸린 TV 메이커가 삼성 또는 LG인 것을 확인할 때나 거리를 질주하는 승용차 속에서 현대나 기아 차를 볼 때 가슴이 벅차오르죠. 그렇다면,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 교육의 위상은 어떠할까요?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의 교육 현황을 연구하는 기관으로 CIEB(Center on International Education Benchmarking 국제교육평가원)주1)가 있습니다. CIEB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21개 교육선진국의 교육시스템을 비교 분석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느데, 여기서 한국은 단연 톱클래스에 속해 있습니다. CIEB의 자료를 통해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 시선으로부터 다른 나라의 교육 형편을 짐작할 수 있으며, 나아가 이 둘을 종합해서 우리 교육의 객관적 위상을 짚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CIEB에서 한국교육을 소개하는 포스팅 가운데 교사 특성 teacher quality’ 영역의 전문을 우리말로 옮겨 봅니다.

 

교직은 한국사회에서 매우 존경받는 직업으로 한국의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 에 속한다. 이것은 대체로 높은 급여와 안정된 직장, 좋은 근로조건과 관계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교직의 문이 널리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교단에 서는 조건이 매우 까다로워서 심지어 기간제 교사에게도 교사자격증을 요구한다. 하지만 최근주2 초등교사는 부족하고 중등교사는 넘쳐나고 있다. 이는 초등교사가 전국 13개 교육대학에서 배출되는 데 반해, 중등교사를 위한 사범대학은 훨씬 많으며 종합대학을 통해서도 교사자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교사의 임금은 꽤 높다. 중간 경력에 해당하는 중학교 교사가 받는 연봉은 52,699달러로 OECD 평균인 41,701달러 보다 훨씬 높다.

 

인용문의 첫 문장에서 매우 존경받는(highly respected)”란 표현이나 그 다음 문장에서 높은 급여니 하는 말들이 낯설게 느껴질 겁니다.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이 이루어지면 이 글 전체에서 제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가 그대로 전달될 것으로 봅니다.

외국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한국의 교육시스템이나 교사들을 매우 부러워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 선생님들께서 학교에서 같이 근무하는 원어민 교사를 통해 쉽게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이라는 미국사회에서 교사의 사회적 지위는 한국과 현격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것은 CIEB에서 제시하는 정보에서도 그대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CIEB에서 대상으로 삼는 교육선진국 범주에 미국은 아예 빠져 있으며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교사 임금수준이 OECD 국가의 평균에도 못 미칩니다. 요즘 우리 학교에서 교권이 추락되고 학교가 붕괴되어가고 있지만 사실 우리가 겪고 있는 이 같은 학교열병은 외국에선 이미 만성이 되어 있는 것이지 한국학교가 외국 학교보다 더 힘든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합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한 개인의 사회적 지위는 곧 경제적 지위를 뜻합니다. 예전에 교대나 사대를 희망하던 학생이 적었는데 지금 교사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 직종이 된 것도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말해줍니다. 한국교사의 사회적 위상은 무엇보다 한국 교사들이 받는 임금을 외국 교사들과 비교함으로써 분명해질 겁니다.

 

 

 

위의 그래프는 1인당GDP 대비 한국교사의 임금수준을 미국교사의 임금과 OECD평균임금을 비교해서 나타낸 것입니다. 원문에서는 중학교 교사라 적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초중고 교사 사이에 임금차이가 없는 점에 대한 무지의 소치로 이해됩니다. 2008년도에 비해 2012년에 한국교사의 수치가 떨어진 것은 환율의 차이 때문입니다. 통계산출 기준 시기인 2007년도는 원화가 초강세여서 환율은 900원 정도였습니다. 앞의 인용문에서 중간 경력의 교사 연봉이 52,699달러라 한 것도 이 시기에 산출한 액수를 지금도 수정 없이 그대로 게재한 것입니다. 위의 그래프에서 특징적인 것은 우리와 달리 외국 교사들은 초임 연봉과 최고치 연봉 사이에 별 차이가 없는 점입니다. 이는 외국 교사들의 경우 그만큼 이직률이 높다는 것을 뜻합니다. 또한, 2012년의 통계에서도 1인당GDP에 대비한 우리 교사들의 연봉 최고치는 2.4배에 달하는데 비해 미국교사들은 1.1, OECD 평균도 1.33배 밖에 되지 않는 것이 주목을 끕니다.

물론 한국사회에서 대기업 연봉 수준에 비해 교사의 임금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닙니다. 제 동기 가운데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의 연봉은 제 두 배 가까이 되더군요. 이들 직장은 안정적이지 못하고 또 노동 강도 면에서 우리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힘들지만 교사에 비해 임금 수준이 훨씬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글과 관련해 중요한 사실은, 우리 교사들의 임금 수준이 외국에 비해 굉장히 높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다시 말해 우리 보다 훨씬 부유한 선진국에서 교직의 사회적 위상은 그리 높지 않고 또 국가차원에서 교육에 신경을 그리 쏟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인용문에서 보듯, “기간제 교사에게까지 교사자격증을 요구하는한국의 교육시스템을 그들은 놀라워합니다. “한국에서는 교직의 문이 널리 열려 있지 않다.”는 말로 미루어, 그들 사회에서는 누구나 쉽게 교사를 할 수 있다는 뜻이고 그건 그만큼 교직의 사회적 위상이 낮음을 말해주는 것이죠.

서구인들의 머릿속에 군사부일체니 하는 개념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서구 역사 속에서 교직은 노예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교육자를 뜻하는 영어단어 ‘pedagogue’에서 ‘peda-’어린 아이를 뜻하는데, 고대유럽사회에서 노예 가운데 똑똑한 사람을 귀족의 자제 교육에 맡긴 데서 유래합니다. 이솝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솝이 귀족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아동의 흥미를 끌기 위한 유익한 교육도구로 제작한 것이 이솝우화입니다. 반면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에서 보듯, 우리의 교사는 오랜 전통 속에서 사회적 존경의 대상이자 권위의 화신이었습니다. 몇 년 전에 같이 근무했던 미국 출신의 원어민 교사가 한국은 서구와 달리 유교 문화국Confucian culture이기 때문에 교사들에 대한 사회적 대우가 굉장히 좋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저도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유교 문화하면 우리는 부정적 의미로서 이를테면 가부장적인 낡은 습속을 떠올리는데, 서구인들은 이를 굉장히 긍정적인 의미로 쓰는 점이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교문화의 유산으로 한국인들의 높은 교육열과 교사를 존중하는 문화를 연결 짓는 외국인의 시각을 통해 우리가 평소 소중히 품지 못한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교육열이 너무 지나쳐 아이들을 병들게 하고 학교가 황폐화되어 가는 부정적 현실이 심각한 수준이긴 하지만, 교육을 중요시하고 교사를 존중하는 국민정서 자체는 서구인들에게 자랑할 만한 한국적 가치라 하겠습니다.

전 세계에서 한국만큼 교사가 스승으로서 만인의 존경을 받는 사회는 극히 드뭅니다. 외국인은 다들 이렇게 생각하는데 정작 우리들 자신만 이 사실을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교사임에 자부심을 가집시다. 한때 우리가 그렇게도 부러워했던 세계 최고의 국가에서도 한국의 교사들을 저렇게 부러워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주1) CIEB 홈페이지에는 ‘About Us’를 통해 스스로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CIEB(국제교육평가원)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교육시스템에 관해 연구하는 기관이다. 본원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세계 유수의 교육선진국의 교육시스템에 관한 정보와 분석 그리고 의견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본원에서는 교육선진국들의 정책에 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월간소식지를 발행하고 있다.

CIEB의 핵심은 국가별 교육과 경제에 관한 연구 프로그램(a program of the National Center on Education and the Economy, NCEE)인데, 이 프로그램은 교육선진국의 위치를 점해온 국가들의 성공 비결을 밝혀내기 위해 그 나라의 교육시스템에 관한 연구를 20여 년간 수행해 오고 있다. 이 기간 동안 NCEE가 평가 대상으로 삼은 국가들은 다음과 같다: 호주, 벨기에, 캐나다, 중국, 체코공화국,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홍콩, 헝가리, 아일랜드, 인도, 일본, 네덜란드, 뉴질랜드, 폴란드, 싱가포르, 한국, 스웨덴, 영국.

http://www.ncee.org/programs-affiliates/center-on-international-education-benchmarking/about-us/

 

 

 

주2)

제가 이 사이트를 처음 알게 된 것이 20149월이었습니다. 그 때는 통계치를 나타내는 그래프(1인당 GDP 대비 교사 임금)2008년의 자료였는데,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나 이 글을 쓰는 지금은 2012년의 자료로 업데이트가 되어 있네요. 그러나 바뀐 것은 교사 임금에 관한 통계일 뿐, 나머지 본문 내용은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지금 문제가 되는 이 문장도 그러합니다. 초등교사 수가 한 때 부족했지만 지금은 그러하지 않은데, 이 글은 변화된 사실관계에 대한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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