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부초 이야기

졸업식 풍경

리틀윙 2017. 2. 27. 01:52

 

 

어제 졸업식의 풍경이다.

다부 졸업식의 하이라이트라 할 장면으로, 6학년 졸업생들이 모두 단상에 올라와 부모님께 큰 절을 올린 다음 한 사람씩 마이크를 잡고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고마운 분들, 즉 부모님과 선생님 그리고 후배들을 향해 이야기를 건네는 모습이다. 그리고 아이의 발언이 끝나면 부모님이 답사(答辭) 형식으로 자기 자녀와 선생님(학교)에게 한 말씀을 하신다.

 

아이들은 처음엔 웃음 띤 표정으로 말을 풀어가지만 부모님 이야기나 학교를 떠난다는 말을 할 때 울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아이의 비애는 일파만파로 퍼져 장내의 모든 참석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이 눈물의 원천은 이별의 설움 이상도 이하도 아닐 뿐, 따뜻한 공동체적 연대의 카타르시스를 연출한다. 이 눈물을 통해 평소 부모-자식, 학생-교사, 선배-후배 사이에 다소간이나마 불편했던 감정이 정화되고 관계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 주고받는 대화 형식이지만 이 대화는 공연성을 띠는 점에서 교육적으로 엄중한 의의를 지닌다. 부모가 돼서 가정에서 자녀에게 건네는 한마디와 이렇게 다중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건네는 것은 그 따뜻함이나 진지함의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다. 아이 또한 많은 사람 앞에서 자기 영혼의 목소리를 토해 내는 점에서 자기 말에 대한 공적 책임감을 의식하게 된다. 그리고 몇날 며칠 동안 대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에 대해 진중하게 돌아보면서 자기성찰의 계기를 맞이할 것이다.

 

모든 것을 떠나, 학생 하나하나가 주인공이 되어 다중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서는 자체가 소중한 경험이 된다. 이건 오직 다부초처럼 작은 학교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이런 면에서 학교는 작아야만 한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1년에 한두 번쯤은 집단 속에서 모든 아이들이 주인 노릇을 하는 기회가 주어지면 좋을 일이다.

 

누구나 무대 울렁증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인 법, 이 울렁증은 어릴 때 무대에 자주 서는 경험을 통해 보다 쉽게 극복될 수 있다. 이것은 아무리 훌륭한 식견을 지닌들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수는 없다. 오직 학교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다. 그리고 돈(예산)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교육자 된 사람들의 마인드가 필요할 뿐이다.

다부초는 그런 교육자들이 있는 훌륭한 학교다.

 

2017.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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