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부초 이야기

다부교육공동체 만남의 장

리틀윙 2017. 2. 26. 23:18

 

매년 3월 중순이면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학교교육설명회를 연다. 2016년에 다부초는 이 행사를 다부교육공동체 만남의 장이란 이름으로 토요일 오후2시부터 열었다. ‘교육과정이니 뭐니 하며 어렵고 딱딱한 전문용어 써가며 학교가 일방적으로 설명하고 학부모들은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는 방식을 벗어나 서로 진정성을 갖고서 학교교육을 위해 허심탄회하게 만나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한 취지다. 교사-학부모의 온라인 소통공간인 네이버 밴드에 올렸던 글을 그대로 옮겨 본다.

 

어제 행사 다부교육공동체 만남의 장’, 학부모님들의 성원과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행사를 잘 치른듯합니다. 이 점 여러 선생님들을 대신하여 깊이 감사합니다.

어제 못 오신 분들을 위해 현장의 모습을 전할 겸 행사 진행자로서 반성할 겸 소회를 남겨 봅니다.

 


  

  

프로그램에서 보듯, 올해는 내용과 형식 양면에서 나름 변화를 의도했습니다. 학교설명회라는 이름으로 학부모님들을 앉혀 놓고서 학교주도의 일방적인 설명을 하고 그치는 자세를 벗어나 학부모-교사, 학부모-학부모가 활발히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자는 것이 저희 교사들의 바람이라 하겠습니다.

1부 순서로 학년소통의 시간이란 이름으로 교실에서 학부모님들과 담임선생님께서 따뜻한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따뜻한이란 수식어가 무색하게 현실적으로는 학부모님이나 담임선생님께서 적잖이 긴장된 만남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담임을 맡지 않은 관계로) 제가 함께 하진 못했어도 대충 그림이 그려집니다. 처음엔 다소 어색했을지언정, 일정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교육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좋은 시간들을 나누셨으리라 확신합니다.

2부 첫 순서로 선생님들이 무대에 올라서서 한 분씩 마이크 잡고 한마디씩 하셨습니다. 보통은 인사만 하는 식이었는데, 선생님들이 한 말씀씩 하니까 참 좋았습니다. 선생님들 입장에선 부담이 되셨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통과의례(?)를 거침으로써 다부 교육가족으로서 소속감이 더해지고 또 학부모님들께도 더 가까이 다가가는 효과가 있었으리라 생각해봅니다. 불편을 감수하며 한마음 한뜻으로 학교 분위기 쇄신을 위해 동참해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처음 제안 드렸을 때 난색을 표하시던 것과는 달리 막상 마이크 잡으시니 하나같이 호소력 있는 말씀을 피력하시는 것을 보며 올해 다부 교육 역량에 대한 기대감마저 들었던 순서였습니다.

이어서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끝난 뒤 1학년 신입 학부모님들을 무대 위로 모셨습니다. 한 분씩 돌아가며 말씀을 하시는데, ‘신참답지 않게 모두들 달변이셨습니다. 이것으로 1학년 학부모님들의 신고식(?)에 갈음할 수 있을지 여부는 제 판단 밖의 문제입니다만, 어쨌든 신입 학부모님들의 다부교육공동체 입성을 환영합니다!

다만, 학교에 대한 너무 큰 기대를 품지 마셨으면 합니다. 학부모님 발표 때 어느 모둠장님께서 말씀하셨지만, 우리가 갈 길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다함께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다부초가 훌륭한 학교인 것은 맞지만 완성된 학교는 아닙니다. 미완의 무엇, 부족한 여백은 우리 모두가 한 해 한 해 조금씩 채워가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학부모가 참여하는 순서로 다부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말하자면, 학부모님들이 학습자가 되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6개 모둠을 구성하여 분임토의를 거친 뒤 한 문장 또는 그림으로 2절지에 나타내어 모둠장이 앞에 나와 발표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이 주제는 다부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 입장에선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며 나름의 상()을 그려보신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다만, 이런 식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학부모 대 학부모가 생각을 나누거나 하신 경험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순서가 상당히 의미 있었다고 자평해 봅니다.

 

이어서 연구부장님께서 학교교육과정에 대한 설명을 하셨습니다. 깐깐한 교무부장으로부터 시간 제약의 압박을 받으면서 이례적으로 동영상 등의 나름 알차게 준비한 자료를 제시하며 발표를 잘 하셨던 것 같습니다. 행사 마치고 가졌던 뒤풀이 자리에서 말씀 드렸지만, 다부란 곳은 학생 못지않게 교사도 성장해 가는 학교입니다. 연구부장님도 나날이 발전해 가는 모습을 옆에서 보게 됩니다. 저 역시도 그러할 겁니다. 저는 바깥에서 자주 말합니다. ‘다부 와서 내가 교사로서 적잖이 성장해 가는 것 같다고 말이죠.

이어지는 순서로, 연구부장의 교육과정 설명이나 학교교육 전반에 관해 학부모님들이 질의하고 교사들이 답변하는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떤 면에서 학교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이 될 수 있는 순서였지만, 저희들은 극단적으로 우리가 망가지더라도학부모님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습니다.

몇몇 분이 용기 있게 말씀을 주셨고 저희들이 답변을 드렸습니다. 모든 질문과 (약한)비평의 말씀들이 다 일리 있고 또 평소 저희들도 고민하는 부분들이었습니다. 반면, 답변들이 흡족하지 않으셨을 겁니다. 현문우답이라고나 할까요. 또 제 개인적으로 답변 드리면서 보다 겸허한 자세와 부드러운 톤을 유지했어야 했는데 다소 뻣뻣한 어투로 화답하여 혹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이 듭니다. 하지만, 모든 결핍을 떠나 이 시도 자체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시간이 부족하여 더 많은 대화를 시원스럽게 나누지 못한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해서, 이 다음에 언제 학부모와 교사가 대화를 나누는 토론한마당을 따로 마련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지막 순서로, 교감선생님께서 닫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뒤에 서서 계속 저보고 그냥 마치라고 손짓을 하시는데 일부러 앞으로 모셔서 발언 기회를 드렸습니다. 교사들이 이끌어 가는 이 학교에서 교장·교감 선생님의 존재감이 다른 학교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것이 사실입니다. 나쁜 관리자라면 몰라도 선량한 관리자 분들은 위신을 세워 드리는 게 맞다는 생각입니다. 요컨대, 다부라는 울타리 내에선 모든 교육주체들이 상호 존중과 배려 하에 모두가 행복감을 느껴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렇게 다부교육공동체 만남의 장의 하이라이트인 2부 시간을 끝맺었습니다. 저희 교사들이 올해 나름 파격적인 소통의 장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기획했던 것인데 대체로 만족합니다. 제 교직생애에 경험한 최고의 학부모-교사 만남의 장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교사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아이디어와 역량을 결집하니 이런 좋은 결실이 맺어지는 겁니다. 아니, 아무리 좋은 기획이라도 다부의 학부모님들이 아니었더라면 어제와 같은 훌륭한 작품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거 마음에 없는 립서비스가 결코 아닙니다. 아무 예고도 없이 모둠 만들어 2절 도화지에 혁신교육의 아젠다 만들어내라고 할 때 근사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학부모 집단은 잘 없을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제가 어제 뒷풀이 자리에서 명품 학부모란 말을 썼다가 좌중으로부터 면박을 받았다는 말씀을 끝으로 지루한 글 접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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