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부초 이야기

차이는 축복이다

리틀윙 2017. 2. 26. 22:28

 

매주 수요일 5교시에 다모임을 한다. 혁신학교 용어로 다모임이란 학생자치회를 말하는데, 오늘 다모임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생일잔치(=소중한 날)이다.

작년까지 그리고 올해도 3월과 4월 소중한 날 행사 때는 학년별로 앉다가 이번 달부터 두레집단별로 앉기로 했다. 두레는 1~6학년 학생들이 고르게 편성되어 있다. 그러니까 무학년제 시스템인 것이다.

 

내가 강조하는 관계의 교육론에서 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만남이다. 이 만남은 실존주의 교육철학에서 말하는 심오한 수준의 만남도 좋지만, 우선 ‘eye-to-eye’의 접촉이 기본이다. 이런 나의 생각을 잘 설명해주는 영어속담이 “Out of sight, out of mind”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거꾸로 말하면, 마음을 가까이 하기 위해선 자주 접촉해야 한다.

순진하디 순진한 1학년 신입생과 능구렁이 같은 6학년을 같이 붙여 놓게 하면, 여러모로 갑갑하다. 6학년 입장도 그렇고 우리 교사들도 그렇다. 하지만, 이런 부대낌은 1학년과 6학년 사이의 머나먼 관계를 좁혀준다. 이런 부대낌을 의도적으로 배치하면 학교폭력이라는 불상사도 생겨날 여지가 없다. 사실 고학년 아이가 저학년을 상대로 돈 뺏고 폭력을 저지르는 일이 큰 학교에서 많이 일어나는 이유도 군중 속의 소외라는 역설적 이치 때문이다.

그리고 어린 동생과 성숙한 형아들을 같이 붙여 놓으면 (지난 번 운동회 글에서 말했듯이) 동생은 형에게서 근접발달을 꾀하고 형은 동생을 추스르면서 리더십 따위를 배워 간다. 서로가 서로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 일이 한 가지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학년별로 앉다가 두레별로 앉으니 너무 소란하다. 조금 전 연수회 끝에 선생님들께서 이 문제를 제기하신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특히 이 학교에 새로 오신 분들... 나도 처음엔 그랬다. ‘뭐 이런 데가 다 있냐?’고 말이다.

상당 부분 맞는 말이다. 지금 이 학교에 많이 적응된 나 역시도 아직 이 학교가 고쳐야 할 문제점이 산적해 있다고 본다.

 

큰 틀에서 생각이 같으면서 작은 부분에서 이견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다. 어느 누구의 생각도 무조건 옳거나 반대로 무조건 그른 것은 없다.

 

 

 

혁신학교에서 구성원들이 싸우는(?) 것은 어찌 보면 아주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

저 사진 속의 장면이 한 예이다.

빈 우유곽을 반듯하게 정리해 놓게 교육시키자는 것과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 저렇게 무질서하게 던져 놓는 것을 허용하자는 의견이 경합을 벌인다.

각각의 입장이 나름 일리가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를테면, 보수주의적 입장과 진보주의적 입장의 대립이다.

생각이 서로 다른 것은 좋은 일이다. 모든 대립은 발전을 낳는다. 서로 상처를 안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치열하게 대립해야 한다. 인간적 신뢰에 바탕한 대립은 축복이다. 개인을 위해서나 조직을 위해서도.

2016. 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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