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나들이(TRAVEL)

오사카 여행기 - 오사카 평화 박물관 : Peace Osaka

리틀윙 2017. 2. 27. 01:37

(일본여행 둘째 날) 오사카 성을 둘러본 다음 그 근처에 있는 오사카 평화 박물관(피스 오사카)에 갔다. 오사카 성과 평화 박물관은 오사카 공원 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둘 사이의 거리는 직선거리로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는 바로 가는 길을 몰라서 한참을 돌아갔다.

 

우리가 많이 헤맸던 것은 중간 중간에 만난 일본인들에게 길을 물었음에도 그들이 박물관의 위치를 잘 몰랐던 탓이 크다. 그들을 원망하는 게 아니라, 이것은 현지인인 일본인들의 관심사에서 이 평화박물관이 얼마나 먼 거리에 있는가 하는 것을 말해 준다.

 

구체적으로, 오사카 성 관련 글에서 말했듯이 우리처럼 성 관광을 온 세 명의 대학생들 가운데 평화박물관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들의 반응으로 미루어 평화 박물관이란 게 이 근처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 같았다. 그들도 일본의 어느 먼 지역에서 큰 마음먹고 오사카 성에 왔을 텐데 평화박물관이란 존재는 처음부터 그들 관심 대상으로 포착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시골 할아버지도 아니고 선량해 보이는 대학생들이 자기 나라 현대사에 대한 감수성이 빈곤한 것이 참으로 씁쓸했다.

 

선사시대의 역사가 아니라 불과 70년 전의 역사다. 현존하는 일본인이 겪은 비극의 역사로 그 후손들이 그렇게 쉽게 잊어서는 안 될 끔찍한 참사다. 오사카가 당한 고통이 얼마나 비참했는지 그리고 그 가해자들이 얼마나 잔인했는지를 이 박물관은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1관에서 맨 먼저 만나는 전시물에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1945, 오사카는 남김없이 타버렸다!

 

 

 

 

 

미군의 가공할 B-29 폭격기는 융단 포탄투하로 오사카 전체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1941466만 명에 달하던 오사카 시 인구가 미군의 공습 이후 280만 명으로 줄었다. 4년 간 인구의 자연 증가를 감안하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그런데 그 희생자들은 전부 민간인이라는 점이 더욱 경악스럽다. 사진에 담은 안내문 글귀처럼, 왜 미군은 일본 제 2의 도시 오사카의 인구밀집 지역에 왜 그렇게 자주 공습을 감행한 것일까? 이어지는 글귀는 미군의 전략에 관해 더 자세히 살펴보자.”는 것이었는데 아무리 주위를 둘러 봐도 그에 대한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그 옆엔 실물 크기의 네이팜탄(소이탄)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뭐든 닿는 것은 다 태워버린다는 끔찍한 살상무기인데 이와 관련하여 유명한 사진을 덧붙인다. 베트남전 종군기자가 찍어 미국의 잔혹성을 전 세계에 알린 유명한 반전사진이다. 네이팜탄은 2차 세계대전이 종결되기 직전에 미국 군수회사가 만든 신무기인데, 미군은 전쟁이 끝나서 더 이상 공습이 필요 없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서 그 위력을 실험하기 위해 이 무기를 최초로 썼다고 한다. 얼마 전 작고한 미국의 몇 안 되는 양심적 지식인 하워드 진의 말이다. 2차 세계대전 때 공군조종사로 참전한 진이 직접 그 폭탄을 투하하였다고 한다.

 

 

 

 

미국이 오사카를 초토화시키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터뜨렸을 때 일본은 거의 패망 직전이었다. 그렇게 잔인한 전략을 취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원폭 개발에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것을 터뜨려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특히 소련을 겨냥하여 누구든 나한테 까불면 이렇게 된다.”는 패권주의적 기세를 만방에 알리고자 했다. 하워드 진은 같은 책에서 다음과 같은 블래캣의 말을 인용한다.

 

원자폭탄 투하는 곧 시작될 소련과의 냉전에서 미국이 최초로 취한 가장 중요한 작전이었다.”

 

 

 

전쟁이 끝난 지역에서 떨어진 뜻밖의 출격 명령에 야간 비행으로 프랑스의 작은 마을 위에 네이팜탄을 투하한 하워드 진은 그 비범한 풍경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네이팜탄이 땅에 부딪히면 마치 성냥불처럼 불꽃이 일어났다. 하지만 하늘에서는 피흘리는 사람들의 비명 소리도 안 들리고 잘려 나간 팔다리도 보이지 않는다...

 

전쟁이란 그런 것이다. 한 줌 밖에 안 되는 군수 자본가의 배를 불리기 위해 선량한 민간인들이 전쟁 장난감의 위력을 선전하기 위해 벌이는 게임에서 피 흘리고 팔다리가 잘려나가고 죽어 가는 것이다. 한국전쟁 때 평양 시내를 초토화 시킨 B-29 조종사도 임무 완수 뒤 그렇게 무덤덤하게 말했다.

더 이상 폭격할 대상이 보이지 않는다!

그 완벽한 승리를 거둔 게임에 가담한 조종사의 귀와 눈에도 민간인의 처참한 고통과 비명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전쟁이란 그런 것이다.

 

역사란 강자의 이야기(His story)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은 이기고 독일과 일본은 패했다. 독일은 유대인에게 저지른 홀로코스트로 20세기 악의 화신의 오명을 쓰고 있고, 일본도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만행에 대해 세계인으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오사카와 히로시마 그리고 나가사키 시민들을 대상으로 저지른 잔인한 학살에 대해서는 아무도 죄과를 묻지 않는다. 역사란 그런 것이다.

 

2016. 1.12.

'세상나들이(TRA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1  (0) 2020.04.04
오사카 여행기 - 간사이 공항  (0) 2017.02.27
오사카 여행기 - 사우나에서  (0) 2017.02.27
오사카 여행 - 빌보드 라이브  (0) 2017.02.27
오사카 여행기 - 오사카 성  (0) 2017.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