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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여행기 - 오사카 성

리틀윙 2017. 2. 27. 01:19

오사카에서 가장 유명한 상징이 오사카성일 것이다.

 

 

 

 

 

 

소금은 짜야하고 고추는 매워야 제격이다. 그러면 성()은 어떠해야 할까? 성은 적의 침투를 방어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니 성의 본질은 철옹성이란 낱말이 표상하는 것처럼 적의 침입을 쉽게 허용하지 않을 만큼 높고 견고하고 두터워야 한다. 오사카성은 성의 이러한 속성에 충실한 성다운 성이다.

 

 

 

 

성벽을 구성하는 돌의 수가 총 50만 개에 달하는데 돌 하나하나의 크기가 우리나라 성의 그것과 비교가 안 돌 정도로 크다. 영문 안내판에 그 하나의 무게가 100톤이 넘는 돌도 있다고 하니 입이 딱 벌어진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이루는 벽돌과 달리 이 돌들은 모두 자연석에서 채취한 것인데 돌을 어떻게 자르고 운반했는지에 관해 지금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고 한다. 한 가지 자명한 사실은 이 성을 짓기 위해 백성들의 엄청난 고통과 희생이 따랐으을 것이라는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협업으로 통나무로 돌을 힘겹게 운반하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이 인상적이다.

 

 

 

 

이 맥락에서 나의 외람된 여행 지론을 다시 언급하노니...... 여행은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유적과 유물 속에서 사람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 문화재 속에 배어 있는 당대 민중의 희노애락을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삶과 동떨어진(alienated) 사물로서의 문화재를 바라보는 여행자의 시선은 (마르크스적 의미로) 일종의 물신숭배이다. 이러한 여행 방식을 나는 소외의(alienated) 관광이라 일컫겠다.

 

견고한 성벽도 성벽이지만, 오사카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지키기 위해 성 밖에 널따란 해자가 설치되어 있는데 당시엔 무려 삼중으로 해자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해자는 하나만 남아 있고 나머지는 모두 돌과 흙으로 매워 공원으로 조성되었다.

 

 

 

천수각은 현재 총 8층으로 복원되었는데, 원래는 5층 건물이었다고 한다. 학생이 그린 오사카 성 그림이 있는데 가작이라는 한자어가 눈길을 끈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이 말을 쓰는데 사설 피아노대회 같은 곳에서 가작을 받아온 아이가 내게 선생님, 가작이 뭔 뜻이에요?”라 물어오던 기억이 있다. 가작이 뭔 뜻인진 나도 모른다. 다만, 여기 와서 보니 이게 일본말이었구나!

 

 

 

 

경제대국 일본에서도 건설 노동자는 힘겨워 보인다. 오사카성에 들어갈 때 열심히 일하던 사람이 관람 다 하고 나와 보니 저렇게 불쌍한 자세로 취침을 하고 있다.

선조는 이 성을 짓기 위해 피땀 흘렸고 후손은 지금 이 성을 유지시키기 위한 노역에 고생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의 성격 면에서 양자는 큰 차이가 있다. 마르크스 식으로 말하면 생산관계가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그러나 고통스러운 노동, 죽은 노동, 소외된 노동이라는 점에서 둘 사이에 차이는 없다.

 

 

 

일본에서 만난 노동자와 덴마크에서 만난 노동자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북유럽에선 건설노동자도 행복하고 당당한 모습이었다.

우리의 노동자는 어디에 가까운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2016. 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