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나들이(TRAVEL)

덴마크(4)

리틀윙 2014. 8. 15. 09:00

1.18() 오전에 펠레삽스콜렌 학교 방문을 마치고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으로 향했다. 오후 일정은 코펜하겐에서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오덴세(Odense)에서 안데르센 기념관을 둘러본 다음 코펜하겐 시내 구경을 마치고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바일레에서 코펜하겐으로 넘어가는 길에 바다 위에 세워진 거대한 다리가 굉장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수심이 엄청 깊어 보이는 바다 한복판에 다리가 놓여져 있는데 그 길이가 자그마치 18Km나 된다. 뿐만 아니라 반대편 길에는 바다 속으로 기차가 지나가도록 해저터널이 닦여 있다고 한다. 우리 한국도 건축기술이 세계 수준이지만 덴마크 사람들의 건축술은 감탄할 정도다.

백문이 불여일견, 그 다리의 모습을 한 번 구경해보자.

 

 

다리의 중간지점을 지날 때의 모습을 편집한 것이다. 양쪽으로 바다가 펼쳐진 것이 장관이었는데, 아쉽게도 우리 앞에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트럭 때문에 시야가 가린다. 내심 운전사가 트럭을 추월해주길 바랐지만 이 양반은 제한속도를 눈꼽만큼도 초과하는 일이 없다. 내가 뒷자리에서 계기판을 유심히 지켜봤는데 속도계의 바늘이 마치 고장 나서 움직이지 않은 것처럼 늘 같은 자리에 있었다. 성질 급하고 융통성좋아하는 한국남성의 입장에서 기사양반의 로봇 같은 처신머리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이 기계적 원칙론의 압권은 코펜하겐 구경을 마치고 국경을 넘어 스웨덴으로 향할 때 돌출되었다. 그 날은 아침부터 눈이 내려서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다. 스톡홀름 호텔에 도착하여 호텔에서 제공하는 저녁을 먹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선 버스가 무리하진 않더라도 가급적 빨리 가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이 양반이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갑자기 휴게소로 향한다. 우리는 기름이 떨어져서 주유를 하러 그러는 줄 알았다. 우리 중 어느 누구도 휴게소에 들르기를 요구한 적이 없으니 말이다. (앞글에서 말했듯이) 교장선생님의 카리스마를 풍기는 그 무뚝뚝한 기사양반, 사이드브레이커를 당기고선 하는 멘트가 대박이다!

 

이 나라에선 운전기사가 차를 운행할 때 3시간마다 무조건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

 

우리는 기사양반이 융통성이 없다고 원망했는데 알고 보니 이 나라에선 이게 상식일뿐더러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할 원칙이란다. 다시 말해 이걸 지키지 않으면 운전사가 불이익 처분을 받게 된다. 이게 덴마크라는 나라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관광버스 문화는 어떤가? 우리 학부형 가운데 관광버스 모는 사람이 있는데 그 분 말씀으론 성수기엔 12일 동안 잠 한 숨 자지 않고 꼬박 운전을 하곤 한단다. 자식새끼 공부 시키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덴마크에선 운전사가 그런 살인적인 모험을 감행하지 않아도 자식새끼 공부는 시킬 수 있다. 공부도 무상, 병원도 무상으로 이루어지니 말이다. 또 이 사회에서는 책가방 끈이 짧아 청소부가 되더라도 자기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며 경제적으로도 쪼들리지 않으니 굳이 만인이 기를 쓰고 대학 진학을 하려는 교육열병 diploma disease’도 없다.

 

원칙과 정반대편에 있는 관행이라는 게 상식으로 자리하고 있는 사회에서 대형사고의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다. 최근 19명의 사상자를 낸 송파 버스사고의 원인이 운전사의 졸음운전이었는데, 그 이면엔 더블 운전이란 관행이 있었다. 노모를 간병해야 하는 동료의 부탁으로 무려 18시간 동안이나 연속으로 운전을 했던 것이다. 노모를 간병하고자 하는 노동자의 효심이 사고를 부르는 사회가 어찌 건강하게 유지되겠는가? 회사에서 대체인력을 마련해 주면 다 해결될 것을 자본의 욕심이 결국 화를 부른 것이다. 그러니까 관행의 이면엔 자본의 물욕이 있고 그것이 모든 악의 근원이다.

세월호의 선장과 선원들을 너무 욕하지 말자. 말이 선장이지 그는 자기 지위에 하등의 자부심이나 권위도 못 느끼는 삼류인생일 뿐이다. 그런 사람에게 승객의 안전을 위해 멸사봉공하는 시맨십(seamanship)을 바라는 것은 애시당초 어불성설이 아닐까?

사장은 어떻게든 이윤 한 푼 더 건지기 위해 자기 직업에 소신도 자부심도 없는 선장을 헐값에 고용하고, 대부분의 선원들은 비정규직으로 채워 수시로 일자리를 떠나게 하는 시스템 속에서 금쪽같은 우리 아이들의 생명도 처음부터 헐값에 매겨진 것은 아닐까?

 

인간의 상식이 아닌 자본의 논리가 우선되는 사회, 자본의 가치가 인간의 가치 위에 군림하는 사회에서 안전은 기약할 수 없고 생명은 존중받지 못한다. 이게 뭐 장관을 비롯한 관료들 엄중처벌로 유사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겠는가?

어느 유가족 분의 말씀이 생각난다.

하루 두 끼밖에 못 먹어도 안전한 나라에 살고 싶다는......

 

인간다운 삶이란 뭘 말하는 것일까?

살기 좋은 나라란 어떤 곳일까?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인가?

 

 

결국 우리는 호텔 석식을 취소하고 교장선생님 같은 기사님의 뜻대로 맛없는 맥도널드 햄버그로 저녁을 때워야만 했다. 태어나서 먹어본 햄버그 가운데 제일 맛없는 햄버그였다. 그렇지만 운전기사가 3시간 이상 운전을 못한다는 원칙을 품는 사회가 이 지구상에 있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고 값진 배움이었다.

우리는 예정보다 30분 늦게 호텔에 도착했는데, 따라서 다음 날 일정도 30분 늦게 시작해야만 했다. 우리의 의지가 아닌 기사님의 의지에 따른 것이었다. 그것도 원칙이란다. 기사의 수면시간이 30분 늦어졌으니 버스 출발 시간도 30분 늦춰져야 한다는 것!

하지만 우리는 불만을 갖지 않는다.

왜?

기사님을 위하는 것이 우리 모두를 위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도 버스기사를 교장선생님처럼, 페리호 선장을 사장처럼 섬긴다면 모든 국민이 두끼 밖에 못 먹어도 안전한 나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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