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여행기 – 일본인의 생활 모습

Seeing is believing.

일본에 대해 여러 루트를 통해 익히 들어온 바이기 때문에 특별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하지만, 말로 듣는 것을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면서 기존의 인식을 다져가는 데 여행의 의의가 있으리라.

 

듣던 바대로 일본인들은 정말 친절하다. 편의점에 알바 하는 젊은이들도 생수 한 병 사 가는 고객에게 최선을 다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의 검소한 생활 모습이다. 일본인들은 자전거를 많이 이용한다. 그 자체로 이들의 생활상이 건강해 보이지만, 이들이 타고 다니는 자전거는 한국에서 잘 볼 수 없는 것들이다. 한국보다 월등히 잘 사는 나라여서 화려한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는 말이 아니다. 그 반대다. 우리나라에서 70~80년대 중년 아저씨들이 타고 다니는 그런 자전거를 처녀 총각이 몬다. 우리처럼 20단 기어가 장착된 그런 자전거가 아니라 ‘자전차’라 일컫는 것이 좋을 법한 그런 자전거를 몬다. 우리나라 고교생에게 그런 잔차 타고 다니라 하면 아마 집 나가 버릴 것이다.

 

 

 

일본인들의 검소한 생활상은 온천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옷장의 크기가 우리나라 지하철 역에 비치된 라커 수준이다. 그리고 고객에게 주는 것이라곤 딸랑 수건 한 장 밖에 없다. 그런데 사용해 보니 별 불편이 없다. 수건 한 장으로 때 밀고 나오면서 그걸 짤아서 몸을 닦으니 그만이다. 목욕탕 샤워기에서도 근검절약의 정신이 배어 있는데 샤워를 작동시키면 물이 2초 정도 나오다 그친다. 머리 감기 위해선 계속 눌러야 한다. 한국에 비해 불편하기 그지없지만, 나는 이게 맞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 공중목욕탕에서 물 낭비가 얼마나 심한가?

 

 

 

‘가오’라는 말이 일본어에서 유래한 것이지만, 정작 일본인의 생활에선 ‘가오 잡기’를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반면, 한국인들은 쥐뿔도 없는 주제에 가오에 너무 신경을 쓰고 공공 물자를 아껴 쓰는 마음가짐이 너무 부족하다.

 

친절한 마음씨도 그렇다. 일본인에 대한 오명으로 ‘에코노믹 애니멀’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이들의 친절이 이해타산에 근거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마트나 음식점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친절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하기 쉬운데, 이해관계와 전혀 무관한 상황에서도 일본인들은 이방인을 최선을 다해 배려하고 돕는다. 오늘 오사카 성 관광을 마치고 근처에 있다고 들은 평화박물관(피스 오오사카)을 가기 위해 대학생으로 보이는 세 명의 젊은이에게 길을 물었다. 그런데 이들도 여기에 관광하러 온 지라 평화박물관이 어딘지 모르는 듯 했다. 그래서 우리 일행은 고맙다는 인사를 표하고 가려는 순간, 한 친구가 스마트폰으로 검색한 결과를 보여주면서 한참을 설명해주었다. 우리 같으면, “우리도 모른다. 미안하다.” 정도가 최선의 반응이련만 이들의 생각은 내가 보기에 “둘 다 모르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자신은 일본인이니 노력을 하면 우리보다 정확한 정보를 더 손쉽게 얻어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그런 친절을 보이는 것 같았다.

 

끝으로, 일본인의 생활상에서 가장 놀란 것이 있는데, 이들은 너무 조용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어제 저녁에 오사카 시내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는데, 시간상으로 피크 타임이었음에도 희안하게도 거리가 너무 조용한 것이다. 그렇다고 사람이 없이 한산한 거리여서 그런 것이 아니다. 다만 사람들이 너무 조용한 모습으로 제 갈 길을 가는 것이었다. 한국의 거리 같으면 욕지거리 내뱉는 사람이나 고함지르는 사람, 또 큰 소리로 동료와 떠드는 사람으로 인한 소음공해로 거리가 몸살을 앓겠지만, 이곳 일본은 너무 조용한 것이다.

 

너무 조용한 것이 한편으론 어떤 부정적인 생각까지 들게 했다. 즉, 이 사람들이 혹 말을 해야 할 때도 입을 닫고 사는 것은 아닌지, 침묵이 순종과 한 몸을 이루는 것은 아닌지?

 

2016. 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