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나들이(TRAVEL)

덴마크 학교

리틀윙 2014. 4. 27. 19:06

바일레 호텔에서 첫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았다. 현지시간으로 1.18()이다. 일정상 주말에는 학교가 문을 열지 않으니 관광일정이 잡혀 있지만 이 날 우리는 덴마크의 학교 한 곳을 방문했다.

FINAIR의 문제로 일정이 꼬여 돌아가는 것이다. 원래는 16일 목요일 밤(현지시간)에 도착해서 17()에 세 학교를 돌아보기로 되어 있었는데, 17일 밤에 도착한 탓에 덴마크의 학교를 한 군데도 못 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일정을 수정하여 ()에 보기로 한 학교 가운데 한 곳을 다시방문하기로 하였다. ‘다시라는 말을 쓰는 것은 FINAIR가 아닌 다른 항공편으로 미리 도착한 팀들은 금요일 일정을 마친 상태였기 때문이다. , 이 분들은 우리 때문에 같은 학교를 두 번 방문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방문하기로 한 학교는 펠레삽스콜렌(Fælleshåbsskollen, #스콜렌=스쿨)이다. 아침에 호텔 앞에서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두 유럽인이 있었는데, 교장선생님과 버스기사일 것으로 짐작했다두 분 가운데 한 사람은 정장 차림에 넥타이까지 하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청바지 차림이었는데 우리는 당연히 전자가 교장선생님 후자가 버스기사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은 정반대였다. 우리 상식을 깨는 두 사람의 파격적인 옷차림은 덴마크 교육과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사회의 노동자들은 자기 직업에 프라이드와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버스 기사는 교장선생님 같은 위엄을 풍기고 반대로 일 학교의 교장은 버스기사 같은 소박한 인상을 풍기니 이 어찌 놀랍지 아니한가? 다음 글에서 상술하겠지만 이 기사는 카리스마가 보통이 아니었다. 일개 버스운전사가 마치 거함의 선장과도 같은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반면에 우리의 세월호 선장은 시쳇말로 기름쟁이(운수업 종사자를 비하해 일컫는 말) 꼬락서니가 아니던가?

 

 

 

 

위 사진에서 잘 생긴 젊은 분이 교장선생님이고 그 옆의 분은 우리 탐방단을 안내하고 통역 역할을 수행하신 21세기교육연구원 안승문 원장님이다. 39세의 덴마크 교장은 토요일임에도 우리를 위해 두 번씩이나 학교를 안내하러 나오실 정도로 헌신적이고 교육열이 있어 보이는 분이었다. 자신은 교사들보다 2배의 월급을 받지만 일은 4배 정도로 많이 한다고 한다. 덴마크의 교사들도 승진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지 내가 직접 물었더니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몇 년 전에 어떤 학교에서 교장과 역사교사를 각각 한 명씩 뽑는 채용공고를 냈는데 교장 지원자는 1명이었지만 역사교사 지원자는 10명이 왔다고 한다. 청바지 차림에서 보듯이 이 곳의 교장들은 권위를 내세우는 기색이 전혀 없다.

 

이 학교의 교장실 모습인데 규모나 외관 면에서 한국 학교의 교장실과 완전 딴판이다. 가죽 소파의자 따위도 보이지 않고 책상 위에 서류가 어지럽게 늘려 있고 뭔가 열심히 작업한 흔적이 엿보이는 만큼 이 사회의 학교장은 가만히 앉아 결재만 해대는 우리의 교장선생님과는 많이 달라 보인다.

협소한 교장실과 달리 아이들이 뛰 노는 운동장은 얼마나 넓은지 상상을 초월한다. 아래 사진과 같은 잔디 축구장이 6개가 있단다. 0~9학년 전체 학생수가 200명도 채 안 되지 싶다만. 물론 운동장은 비단 학생들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주민들을 위해서도 쓰일 것이다.

 

 

 

 

학생들을 위한 쉼터로 보이는데 대학교도 아닌 초중학교(종합학교)에 이런 시설물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 놀랍고 부러울 따름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못하는 것일까? 북유럽의 선진교육문물을 보면서 안타까웠던 것은 우리가 결코 돈이 없어서 이들처럼 못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공교육 예산으로도 충분히 이 같은 시설은 마련할 수 있지만 천문학적인 사교육비를 포함하면 전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지출하는 교육비용을 따라올 나라는 없다.

 

초등학생들에게 저런 소파를 놔두면 얼마나 좋아할까? 저곳에 몸을 던져 장난도 치고 휴식도 취하며 행복해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학교 구석구석에 아이들을 위한 소박한 배려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데 다시 말하지만 우리와는 현격히 다른 이 차이의 본질은 결코 의 문제가 아닌 마인드의 문제다.

 

 

복도에 간간히 저런 탁자가 마련되어 있어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저 탁자는 사용하지 않을 때는 벽에 걸어 놓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북유럽의 사람들은 놀라울 정도로 창의적이다. 아이들의 창의성을 발달시키는 놀이인 레고(LEGO)의 본산이 바로 덴마크이다.

 

 

 

 

 

 

목공실의 모습.

나는 중고등학교 때 기술/공업 시간이 너무 지겨웠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가르치는 초등학생들은 실과 시간을 무척 좋아한다. 세상에 실험실습을 싫어할 아이는 없다. 목공실의 모습을 보건대 이 학교 아이들은 흥미와 열의를 갖고 기술/가정 공부를 해 갈 것 같다.

사진의 장치가 아마 바이스(vice)’인 것 같은데, 나는 중학교 때 [기술]교과서에서 그림으로 바이스를 본 것이 전부이다. 바이스란 게 저렇게 생겼다는 것을 50이 되어 남의 나라 학교에 와서 배워 간다.

 

 

 

 

 

드디어 내 관심사인 음악실에 도착했다. 북유럽의 학교 시설은 세 나라가 비슷한 모습이었는데 음악실에는 모두 밴드 악기가 놓여 있었다. 이 학교 음악실이 특기할 만 점은 음악실이 합주실 겸 발표회(콘서트)장으로 이용하도록 설계된 점이다. 내가 사진을 찍은 공간은 무대 위이고 그 아래 선생님들이 서 계시는 공간과 그 너머로 여닫이문이 보이는데 그것들을 열어서 두 공간을 합치면 상당한 공간이 객석으로 확보되는 것이다. 참으로 창의적인 사람들이다.

그러나 밴드 악기의 퀄리티는 우리 학교 악기만 못한 수준이다.

 

 

 

덴마크 학교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뭐냐고 물으면 아이들의 그림이라 하겠다. 나는 그림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러나 초등교직생활을 20여년 하고 있지만 아이들의 이런 그림들은 처음 본다. 학생들이 자신의 내면을 저렇게 강렬하고 주체적인 방법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것은 덴마크가 키에르케고르의 나라인 것과 관계있을 것 같다.

 

 

거듭 말하지만, 덴마크와 스웨덴 사람들은 창의력이 매우 뛰어나다. 그런데 그 비결이 뭘까? 나는 자유라고 생각한다. 창의력과 비판정신은 거의 동의어와도 같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 학생들에게 비판정신이 허용되는가?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칠 여유가 주어지는가? 밤늦도록 이루어지는 야간자율학습이 자율이 아닌 강제로 이루어지는 한국학교에서 창의인성교육운운하는 것은 감옥소의 재소자들에게 창의성을 주문하는 것과도 같다.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자유가 일상화된 경험을 갖지 못한 식민지 백성들의 뇌 속에는 자유로운 사고와 창의적인 생각이 원천적으로 싹트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유는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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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달리 덴마크에 정시에 도착하여 일정을 밟은 팀들이 다녀온 학교에 대한 소개글로 울산동구문화공간 '더불어숲' 대표 노옥희 선생님께서 [울산저널]에 올리신 글을 인용한다.

http://www.usjournal.kr/News/38745

 

핀에어 때문에 이 두 학교를 가보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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