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학부모에게

진로교육 유감

리틀윙 2017. 2. 27. 00:08

존 레넌은 어릴 적에 어머니에게서 행복이 인간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배웠다. 그래서 레넌은 학교에서 이 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나? When you grow up, what do you want to be?”라는 물음을 만나자 행복이라고 답했다.

 

 

 

알다시피, 영어에서 be 동사의 보어로 형용사명사둘 다 올 수 있는데 두 경우에 따라 동사의 의미가 각각 ‘~이다되다로 달라진다. 레넌의 천재적인 유머는 이 차이에 바탕하고 있는 것이다.

 

넌 장차 뭐가 되고 싶냐 What do you want to be?”는 질문을 넌 장차 어떤 삶을 살고 싶냐 What do you want to be?”는 뜻으로 해석해 나는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 I want to be happy”라고 답한 것이다. 레넌의 천재성은 사람들이 자신이 문제의 뜻을 모른다고 면박을 줄 때 그걸 되받아쳐 "너희는 인생을 모른다"고 일갈한 것에서 절정을 이룬다.

 

.

.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을 연상케 하는 레넌의 에피소드로부터 최근 초등교육현장에서 강조되고 있는 진로교육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자 한다.

 

교육학에서 회자되는 경구로, “바보 같은 대답은 없다. 바보 같은 질문이 있을 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장래희망 따위를 묻는 자체가 바보 같은 짓거리라 생각한다.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아이가 어떻게 구체적인 장래희망을 품을 수 있을까? 어린 아이에겐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게 미덕이 아닐까?

 

그렇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게 어린 아이의 가능성이다. 존 듀이는 [민주주의와 교육]에서 성장의 제일 요건은 미성숙이라 했다. 어린 아이를 크게 성장시키기 위해선 어릴 때 섣부른 생각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장래희망에 대한 사고가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어린 아이의 꿈은 구체적이어선 안 된다. 미완의 대기(大器)로서 어린 아이의 꿈은 미분화되어 있는 것이 자랑이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아이에게 조잡한 적성검사를 거쳐 누구는 무슨 직업이 맞겠다는 식으로 정형화된 틀에 끼워 넣어 불구화 시키는 것은 온전한 교육 처방이 아니다. 생 떽쥐베리의 말대로, 넓은 바다로 향하는 꿈을 꾸는 아이를 위한 최선은 배 만드는 법이나 항해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그저 미치도록 바다를 그리워하게하는 것이다.

 

진로 교육이 아닌 행복해지는 법을 교육해야 한다. 장래희망이란 이름으로 내가 무슨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식의 물화된 욕망을 가르치는 사회엔 정말 희망이 없다. 레넌의 답변처럼, “장차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다는 존재론적인 희망을 가르쳐야 한다.

 

.

.

지금 내가 교사가 된 것은 어찌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지 어릴 적에 내가 품은 진로희망의 결과가 아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처럼 나는 진로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그럭저럭 선생이 되었는데, 그런 교육을 잘 받았더라도 더 나은 직업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지도 않는다. 솔직히 무슨 직업을 갖고 못 갖고는 수능점수가 결정하는 것이지 진로교육이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직업과 관련한 나의 희망에 대한 진지한 생각은 오히려 교사가 되고 나서 품게 되었다. 교사로서 내가 꿈꾸는 것은 행복한 교직 삶을 영위하는 것, 덜 나쁜 교사가 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 될 무엇이 되기 마련이다. 도리스 데이(Doris Day)의 노래 제목처럼 “Que sera sera”인 것이다. ‘케세라 세라될 대로 되라가 아니라, “뭐든 될 것으로 된다. what will be will be”의 뜻이다. 선생이든 의사든 농부든,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서 쓸모 있는 그 무엇, 자기 팔자(운명론의 의미가 아닌 저마다 타고난 소질을 발휘하는 무엇)대로 무엇이 되는 것이다.

“What do you want to be?”라는 물음에 대해 어린 아이가 생각할 답은 명사형이 아닌 형용사형이어야 한다. 명사형이더라도 명사 앞에 형용사로 수식어가 붙어야 한다. 그리고 그 수식어에 방점이 놓여야 한다. 대통령이 아닌 선량한대통령, “이명박 같은 대통령이 안 되는 게장래희망이어야 한다.

 

2016. 1.29.

 

'교사가 학부모에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추흰나비 기르기  (0) 2019.06.03
진정한 1학년  (0) 2019.03.28
정신과정과 교실의 행복  (0) 2019.03.28
인간은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만 떠안는다  (0) 2019.03.27
What do you want to be?  (0) 2012.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