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인의 영화 이야기

아키라 앤 더 비

리틀윙 2017. 2. 26. 06:17

[아키라 앤 더 비 Akeela And the Bee]

교육영화인데, 열악한 가정에서 자란 흑인 소녀가 영어단어 스펠링 맞추기 대회(대회 이름이 the Bee이다)에 출전하여 유복한 가정 출신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전국 최고의 영예를 안는다는 줄거리이다.

 

 

 

 

오락 영화와 거리가 먼데 의외로 아이들이 영화에 깊이 몰입해 왔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같은 아이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나, 내용면에서도 가난한데다가 피부색이 검으며 또 여자 아이라는 이런저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마침내 승리하게 되는 시적 정의(poetic justic)’가 주는 짜릿한 카타르스시의 쾌감을 만끽할 수 있는 측면 때문이 아닌가 싶다.

 

완성도가 높은 것도 아니고 심오한 깨달음이나 진한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도 아니다. 아니 그런 무거운 면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의 영화로 딱 그만인 것이 아닌가 싶다.

 

아동 교육자로서 이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몇 군데 대목을 말하면,

 

교내대회에서 우승한 아키라가 10명의 대표선수를 뽑는 지역대회에서 11등으로 아깝게 탈락될 뻔했는데, 10위에 해당하는 아이가 부정한 방법(엄마가 답을 알려 줌)으로 답을 맞혔다고 아키라 측이 이의를 제기할 때, 아이가 솔직하게 그것을 시인하는 장면이 있다. 심판진에선 목격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가 딱 잡아떼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아이는 자신의 부정을 고백한다.

일반인들의 시각에선 비현실적인 인과관계의 설정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 초등교육자들은 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거짓으로 버티는 아이는 아이가 아니다.

 

이 외에 모두가 가장 감동적인 장면으로 평가할 대목은 전국대회에서 아키라와 함께 마지막으로 남은 라이벌인 중국계의 천재 소년 딜런 치우가 불꽃 튀는 경쟁 끝에 두 사람이 결승전에서 주어진 25문제를 모두 통과함으로써 공동우승의 영광을 안는 장면이다. 2년 연속으로 우승의 문턱에서 실패를 맛본 딜런, 딜런의 아버지는 오직 ‘1만을 주문하면서 자식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한다. 그런 딜런을 가엾게 여긴 아키라는 일부러 문제를 틀림으로써 우승 트로피를 양보하려 하지만, 딜런 또한 일부러 그 문제를 틀림으로써 아키라의 우정에 보답을 한다.

 

이 장면 이후 두 친구는 상대가 떨어져나감으로써 자신이 살아남는 제로섬 게임의 모순을 극복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주면서 지금까지 그 어떤 천재도 이루지 못한 결승전에서 제시된 고난이도의 25문제를 모두 해결하면서 공동우승이란 감동의 드라마를 그려낸다.

 

어린아이에게 어른도 모르는 어려운 영어단어의 철자를 암기하게 하는 저런 대회를 왜 여는가 싶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더 나은 자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은 아름답고 또 경쟁자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는어른이 만든 돼먹지 못한 구조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풋풋한 우정을 발휘하는 아이들의 순박한 동심이 감동적인 영화다.

 

2016.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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