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교로 향하는 출근길에선 이 아파트 단지를 지나야 한다. 아침 7시 10분쯤 됐는데 동네 진입로에서 차가 이렇게 막힌다. 나는 이 동네를 통과하여 내 직장으로 출근 중이지만 이 분들은 집으로 향하는데 아침에 왠 차가 이렇게 많은가?
아뿔사, 그걸 몰랐다. 이 분들은 지금 퇴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는 구미다. 박정희가 탄생시킨 산업 역군의 도시.
내가 단잠을 이룰 때 이 분들은 한창 기계를 돌리고 있었다. 내가 아침을 열 때 이 분들은 일상을 닫는다.
얼마 전에 작고하신 황수관 박사가 말하는 건강 비법은, 자연의 리듬에 순응하는 삶이다. 해 뜨면 일어나고 어둠이 오면 잠자리에 드는 것. 그런데 이 분들은 박쥐 생활을 하니 건강에 좋을 리가 없다. 누가 이들의 생활 리듬을 바꾸었는가? ‘자본’이다. 한 번 돌리기 시작한 공장 기계시스템을 24시간 돌려야만 ‘이윤’이 나온다. 누군가가 한밤중에도 일 해야 하는 것이다. 기계를 돌보기 위해 누군가는 가족 돌보기를, 내 몸 돌보기를 포기해야 한다. 이들에게 건강비법은 사치인가?
하긴 그 나마 이들은 행복한 편이다. 착취당할 기회를 잡았으니......
내가 출근할 때 어떤 사람은 퇴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착각이었음을 깨닫는 아침이었다.
에릭 프롬 <사랑의 기술> 첫 페이지의 말이 생각난다.
딸기가 익을 때 모든 과일이 같이 익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포도의 익음을 알지 못한다!
2013. 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