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육실천가이자 교육작가이다.
교육에 관한 나의 글짓기는 학교에서 ‘교육’의 이름으로 아이들과 교사들과 부대끼는 나의 일상에 말미암는다. 치열하게 부대낄수록 좋은 글이 나온다.
치열한 부대낌 이후 찾아드는 상념을 글로 뱉어내는데, 처음엔 블로그에 남기다가 몇 해 전부터 페이스북을 나의 글밭으로 삼아오고 있다.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 가운데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과 같이 어떤 원초적인 배설의 욕구가 있다. 속에 담고 있으면 병이 될 것 같은 어떤 비상한 감정을 밖으로 드러냄으로써 정신의 항상성(恒常性)을 꾀해 가는 것이다.
그러나 사적 영역이라 할 블로그와 달리 페이스북은 공적으로 열려 있는 광장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배설의 욕구’가 ‘표현의 욕구’에 밀려난다. 즉, 내 개인의 감정과 생각을 거침없이 내지르는 것이 아니라 남의 눈을 의식하며 세상에 내놓는 것이다.
‘배설의 욕구’는 ‘자신과의 대화’라 할 수 있다. 반면, ‘표현의 욕구’는 이웃과의 만남, 이웃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특히 올 봄 이후 나의 페친과 팔로워 수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하면서 글쓰기가 조심스러워졌다. 최근 문득 이곳에서 뱉어내는 나의 글을 생각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지켜보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나의 글짓기는 배설의 욕구나 표현의 욕구를 넘어 (외람되지만) 오피니언 리더로서 어떤 ‘사회적 깨우침의 책무성’을 느끼게 된다.
예전에 나는 ‘자유로운 영혼’으로서 사회적 시선 따위엔 아랑곳하지 않고 동키호테처럼 용맹정진해 왔다. 전교조게시판에서 어느 파당에도 속하지 않고 우파든 좌파든 집행부를 향해 날선 비판의 글을 용감하게 쏟아냈다. 그러다 보니 적도 많이 만들고 그들로부터 욕도 많이 들었다. 내 비판의 강도가 셀수록 그에 비례해 돌아오는 욕도 거셌고 그로 인해 내가 받는 상처도 컸다. 요컨대 자업자득인 것이다.
그 모든 동키호테 짓거리가 결코 헛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받는 상처만큼 나는 성숙해졌고 또 내가 가한 집요한 비판은 내가 사랑하는 조직의 건강에 기여를 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그렇게 애써 욕을 벌면서 살아온 내 삶이, 비판과 반비판에 익숙한 내가, 이곳 페이스북에서 분에 넘치는 사랑과 관심을 받으니...... 이거 뭔가 좀 어색한 느낌이다.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을 거침없이 쏟아낼 때가 좋았는데,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니 좀 불편하기도 하다.
그러나, 안 좋은 점보다 좋은 점이 더 많다.
보다 덜 추한 세상, 보다 덜 미친 학교를 위해 분투하는 것이 내 삶의 전부인만큼, 이 페이스북이라는 공간은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의 달란트를 쓸 수 있는 멋진 가능성의 영토라 생각한다. 즉, 글을 매개로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벗들과 소통하고 연대하고 실천하기!
넋두리가 길어졌다.
‘자유로운 영혼’이니 동키호테적 기질이니 하기엔 내가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다. 내 글에 관심 갖고 지켜보는 이웃들을 생각하며, 젊은 혈기를 줄이고 나이에 걸맞은 품위 있는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 겠다. 여전히 솔직한 글을 쓰되 배설의 욕구를 자제하고 공적 책무성을 의식해서 이웃들이 불편을 덜 느끼도록 신경 쓰자.
요즘 왠지 내가 착해져 가는 기분이다. 나이를 먹는 게 이런 건가?
2016.9.25
'삶과 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족체험학습 (0) | 2017.01.01 |
---|---|
현상과 본질 (0) | 2016.12.28 |
사회적 모순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 없다 (0) | 2016.10.11 |
사람 그리 쉽게 안 변한다 (0) | 2016.10.11 |
작금의 개돼지 사태에 대해... (0) | 2016.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