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하는 삶>
교실 1/3 정도 크기의 저 좁은 공간이 울 학교 교무실이다. 다부가 다 좋은데 시설이 굉장히 열악하다. 이 공간에서 선생님들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들러 커피 마시고 담소를 나누시곤 한다. 이 좁은 ‘다부 카페’에 올해는 손님들이 북적댄다. 교무행정사 말로는 올 3월 방문 고객수가 작년 한 해 내내 사람 수보다 더 많단다. 이 한 마디가 예전과 지금 다부 분위기의 차이를 대변해 준다.
학교에서 교직원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활발히 일어날수록 학교 교육이 좋아질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기존 학교에선 이 상호작용의 이면에 아이들의 소외가 자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침 시간에 아이들은 한 묶음의 학습지를 떠안고 헉헉 거리는데 교사들은 학년실에서 무익한 수다 떨기로 일관하는 것이 초등교직의 일상적 풍경이 아니었던가 싶다. “동학년 분위기가 좋다” 함은 주로 이런 분위기를 즐기면서 위에서 페이퍼워크 오더가 떨어질 때 일사불란하게 척척 해내는 모습을 말한다.
그러나 이건 ‘교육노가다’의 모습이지 ‘선생’의 자세는 아니다. ‘노가다’와 ‘노동자’의 차이는 자기 일을 즐기고 자기 일에 긍지를 갖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 자기 일을 즐기는 육체노동자(프레네의 책 ‘Education Through Work’에 이런 모습이 자주 묘사된다)는 노가다가 아닌 반면, 교실에서 아이들과 지낼 때는 불편을, 교실을 떠난 곳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교사는 노가다다.
진정한 교사의 학교살이는 ‘교육하는 삶’이어야 한다. 승진을 쫓는 삶, 배구하는 삶, 직원협의회 때는 침묵하면서 친목회 때 요설을 늘어놓는 삶이 아닌, 교육의 이름으로 웃고 울고 감동하고 분노하는 삶을 영위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좁다란 방에서 올해 다부 선생들은 늘 ‘교육이야기’로 수다를 뜬다. 때론 커피 마시면서 이를테면 학생동아리 문제를 논하면서 가끔씩 날선 공방을 펼치곤 한다. 교감 샘과 교무행정사님은 그걸 불편해 하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아니 나도 당연히 그 치열한 싸움판에 한몫 거든다. 경상도 남자들은 싸움하듯이 대화하는 것에 익숙하다. 뒷담화보다 앞에서 싸우는 게 백번 낫다. 첨예한 이슈일수록 이성적으로나 정서적으로도 치열해지기 마련이고 목소리도 높아지는 법이다. 그리고 그 치열함만큼 학교는 발전하고 교육동지 사이의 신뢰와 정도 깊어 간다.
토론은 퇴근 후에도 이루어진다. 매주 월요일은 저렇게 저녁 먹으며 토론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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