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부초 이야기

성장

리틀윙 2016. 3. 24. 08:15

 

 

우리 마음은 아직 겨울이다 싶은데 자연은 벌써 봄을 알린다. 계절 변화의 추이가 하루하루가 다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저 나무는 맨 몸이었는데 이번 주엔 파릇파릇한 꽃눈을 열고 있다.

 

재작년에 1학년 입학하던 날부터 학교에 적응을 못해 아침에 등교할 때마다 아빠 차에서 내리기 싫어서 실랑이를 벌이곤 하던 아이가 있었다. 작년까지도 이 작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사건사고의 주역 노릇을 일삼던 아이가 3학년이 되면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 아이가 그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자연이 변하듯, 아이들도 날마다 성장한다.

다른 어느 곳보다 이 다부의 아이들이 유독 그러하다.

그렇다고 이 곳 교육과정이 이론적으로 아이들의 성장을 꾀하기 위해 정교하게 입안되고 진정성 있게 실천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3년 전 첨에 이곳에 왔을 때나 지금도 나는 고쳐야 할 게 많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처음 품었던 인상과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깜짝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이곳 아이들은 뭔가 다르게 성장한다.

앞서 예로 든 아이가 이를테면 도시의 큰 학교에 있었다면 지금 이렇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진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렇다면, 이곳의 무엇이 아이들을 다르게 성장시키는 것일까?

체험학습 따위를 다른 학교보다 많이 배치해서 이런 성장이 이루어진다곤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 다른 학교에 비해 이곳이 지닌 강점은 문서상의 교육과정, 표면적 교육과정에 있지 않다. 다부 특유의 시스템이 발휘하는 잠재적 교육과정에 있다. 오후 4시까지 학교에 머무르면서 실컷 뛰어 놀 수 있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다르게 성장한다.

 

만약!

며칠 뒤엔 더욱 화려한 모습으로 봄단장을 할 저 산수유나무에게 하루 종일 교실과 학원에 가둬 놓고 꼼짝 못하게 하고 또 집에 가선 숙제로 끙끙대게 한다면 저렇게 자연스러운성장을 할 수 있을까? 절대 그러지 못할 것이다.

아이들을 아름답게 성장시키는 최선도 그러하다.

자연의 이치에 따르는 것이다.

창의적 체험활동이니 복잡한 계산법이 필요 없다. 스스로() 그러한() 방식으로 자라게 하면 된다.

 

Let It Be!

아이들에게 놀 시간과 놀이터만 돌려줘도, 지금 이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는 거의 모든 사회적 질병이 치유될 것이다.

학교폭력이든 AD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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