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튀어서는 안 돼. 무조건 같이 가는 거야!
교사인 사람이 해마다 이맘 때 쯤 학교에서 자주 듣게 되는 말이다.
흡사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비장한 공동체적 결의를 연상케 하는 위의 슬로건은 실은 비합리적일뿐더러 폭력적이기까지 한 점에서 문제가 많다.
한국사회에서 ‘같이’ 혹은 ‘함께’ 라는 단어는 일견 어떠한 이의나 유감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가치어로 간주된다.
그러나 문제는 ‘같이’의 표준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저런 말을 후배교사가 선배교사에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교육 현실 속에서 “같이”가 의미하는 바는 후배교사가 선배교사와 보조(步調)를 같이 하라는 의미가 된다. 즉, ‘같이’의 표준은 선배교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풀이하면, 새 학년도를 맞아 담임교사가 교실을 꾸미거나 학급경영을 실천함에 있어 낡은 방식을 고수하는 선배교사들의 스타일을 따르라는 것이다. 후배교사는 참신한 방식을 알고 있어도, 아이들을 즐겁게 할 의지와 열정이 있어도 “나대지 말라”는 뜻이다.
언제부터인가 교직사회에 ‘혁신’이라는 화두가 하나의 습관처럼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보다시피, 학교사회보다 혁신과 거리 먼 집단도 없다. 학교가 지금보다 발전하기 위해선, 혁신교육이 구호 속에 머물지 않고 교육의 내용 속에 도도히 펼쳐지기 위해선 무엇보다 “절대 튀어서는 안 돼. 무조건 같이 가는 거야!”라는 따위의 말이 사라져야 한다.
올해 우리 다부에 새로 오신 선생님들 가운데 “튀는” 분들이 많아서 학교가 활기가 넘친다.
엊그제 입학 한 1학년 아이들 올해 복 터졌다.
사실, 엄마 품에서 귀하게 자란 1학년 병아리들에게 학교라는 공간이 얼마나 낯선 곳일까?
스무 살 청년이 군대 가듯 비장한 각오로 학교라는 곳에 던져진 것인데, 저렇게 섬세하고 따스한 사랑으로 어미닭이 병아리들을 품듯이 아이들을 맞이하는 담임선생님을 만난 것이 이 아이들에겐 실로 어마어마한 행운이요 축복인 것을......
교사인 나는 안다.
다부에서 4년을 살아온 나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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