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말한다

좋은 수업에 관하여 -4

리틀윙 2015. 11. 30. 11:18

수업과 관련하여 현장 교사들 사이에 팽배해 있는 인식이나 학교문화에 대해 내가 품는 문제의식은 다음과 같다.

, 수업과 관련한 교사의 역량강화는 수업모형이나 수업기법 연구에 힘쓸 것이 아니라 교과 관련 지식과 교육학적 소양 기르기에 경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중요성이 후자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중요성을 굳이 비례배분 하자면 19 정도인데, 황당하게도 많은 현장 교사들은 9를 위한 노력은 방기하고 1에 천착하고 있다는 말이다.

(내가 볼 때, 여기에 대해선 별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데, 비판자들은 내가 보론으로 제시한 어떤 부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시는 것 같다. 이를테면 어제 글에서 배움은 동적이 아닌 정적인 형태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명으로 별도의 글을 올릴 것이다.)

 

앞의 글들에서는 그 이유를 적지 않았지만, 이 기형적인 한국 현장교사들의 문화는 학교를 지배하고 있는 전시 교육행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교육실적으로 내세우는 것들이 그러하듯, 교사와 학생이 벌이는 지적 활동의 요체인 수업 또한 가시적으로 번드레한 무엇을 요구하는 것이다. 배움은 속성상 외현적이지 않아서 학생의 내면에서 이루어질 것이며 현재의 효과보다 수업을 통해 미래에 학생이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가 중요한데, 우선 당장에 비까번쩍한 무엇을 만들어내기 위해 쇼를 벌이는 것이다.

 

물론, 수업모형도 중요하다.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그리고 수업모형과 관련하여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만병통치약 같은 모형은 없다는 것이다. 수업모형을 전도하는 이런저런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것이 최고라며 대중을 미혹시키고 있지만, 최선의 수업모형은 항상 구체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교과목에 따라, 수업주제에 따라, 학생 특성에 따라, 그리고 교사 특성에 따라 달리 선택해야 한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변인은 교사 특성이다.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입는 사람이 불편해 하고 그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으면 그 옷은 무용지물이다. 수업모형도 그러하다. 교사는 기성의 모형을 다만 참고로 삼아, 자기만의 것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그런데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하는 판단은 오직 나름의 실천과 교육이론에 근거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나의 경우 최근에 탐독했던 존 듀이와 비고츠키의 책이 내 수업을 발전시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교사는 아는 만큼 가르칠 수 있다. 교과에 대한 지식과 교육을 이해하는 이론적, 철학적 깊이 만큼 질 높은 교육을 실천할 수 있다.

 

따라서 훌륭한 수업을 위한 교사의 역량강화는 독서가 가장 중요하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스승된 사람에게 요구되는 근본적인 자질이다. 내 책에서 인용했듯이 최선의 수업을 위한 준비는 평생토록 하는 것이다. 그것은 폭넓은 독서를 통해 이룰 수 있다.

 

교사를 보석에 비유해보자. 그렇다면 훌륭한 보석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원석이 좋아야 하는 것이다. 지성의 단련 없이 수업모형에 연연하는 것은 원석의 완성도에는 아랑곳없이 보석 세공술에 대해 고민하는 것과도 같다.

원석을 키울 일이다. 보석 세공의 일은 부착적인 문제일 뿐이다.

 

20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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