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말한다

수업에 관한 단상 -5

리틀윙 2015. 11. 30. 11:10

낮에 커피를 마셔서인지 잠이 안 와서 잠 잘 올 책을 잡았는데, 이 훌륭한 구절을 접하면서 오히려 잠이 확 깬다. 그래서 놋북 켜고 자판질 하게 된다.

 

교육은 고정된 외적 목표에 도달하는 제도/작업 같은 게 아니며...... 이점에서 피터스 같은 사람이 과업어 혹은 성취어 분석을 통해 교육의 개념적 준거를 설정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고심에 찬 교사는 내가 학생들에게 형성시키고자 하는 인간상은 어떤 것인가하는 극히 개인적인 문제를 갖고 그 해답을 각자의 인성에서 찾으려 한다. 그 해답은 오직 조금씩 서서히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다. 교사는 이 질문을 무용하다고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가르치는 일이란 자기몰입적 경험이지, 아침 9시에 시작하여 오후 5시에 끝나는 기계적인 직무는 아니다. 따라서 그러한 질문에 대한 당신의 대답은 다른 유능한 교사의 답과 크게 다를 수 있다. 왜냐하면 그 대답은 그 교사의 교육적 정체성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은사이신 김민남 선생님의 <삶과 교육>에서 발췌한 것이다.

 

옆 반 선생하고 다른 수업 하는 것에 두려움 갖는 분, 교사용지도서를 무시하고 나만의 수업 하는 것이 정당한가 하는 의구심을 품는 분들, 위의 문장들로 용기를 얻으시기 바란다.

 

교사는 우편배달부가 아니다. 교사는 교육부가 쓴 교과서라는 이름의 편지를 학생이라는 수신자에게 건네는 배달부가 아니다.

교사는 전달자(deliverer)’가 아니라 전수자(instructor)’이다.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다르다는 것은 교사에게 상식이다. 좀 더 과감하게 말하면, 교사는 교육과정을 나름대로 해석할 권한을 갖는다. 이에 대해 사회학(교육사회학)적 논의는 삼가겠다. 위의 인용문처럼 철학적으로 논하면...... 교육과정은 국가수준-지역수준-학교수준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교실수준에서 교사의 손끝에 의해 구현되나니, 교사는 그저 관에서 배급한 것을 앵무새처럼 전달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삶과 결부지어 자신의 언어로 생동감있게 전수해줘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흥미와 감흥을 느끼며 살아있는 수업이 된다.

알기 쉽게 이를 간단히 도식화 하면, (교육과정 교사의 삶 학생)이 된다.

 

바람직한 교육을 위한 교사의 고민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이며, 교사는 그 해답을 각자의 인성에서 찾는다는 말에서 인성이란 말을 교사 자신의 삶이라 바꿔 해석해 본다. 그 답은 조금씩 서서히 얻어지는 것이라 했다. 그런데 우리는 교사용지도서에서 답을 찾고자 한다. 더 심각하게는, 교무회의에서 교장선생님의 지시사항을 그대로 이행하는 것이 답이라 생각한다.

가르치는 일은 자기몰입적 경험이지 제조업 노동자의 직무 같은 것은 아니다. 그 질문의 답은 훌륭한 다른 교사와 크게 다를 수 있다. 그래도 나는 나의 답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나의 교육은 내가 하는 것이고 나의 교육적 정체성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교사용지도서를 모조리 없애야 한다. 초등에선 아이스크림(ice cream이 아니라 I-scream이다. 나는 이 괴물을 볼 때마다 비명을 지르고 싶다.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괴물)을 몰아내야 한다.

 

교육은 주로 신념과 철학의 문제이건만, 많은 교사들이 그저 관에서 배급한 교육과정을 천편일률적으로 학생들에게 배달하는 수업을 하고 있다.

마치 자판기에 동전 집어넣고 음료수 뽑아 주듯 가르치고 있다.

이렇게 패키지화 된 교육의 결과 학생들은 핑크 플로이드의 천재적인 표현처럼 공장에서 소시지처럼 만들어 진다. 영혼없는 교육!

https://www.youtube.com/watch?v=PDl6iuku_mw

 

30만 교사의 삶은 각기 다를 것이기에 교육과정의 수도 30만 개가 돼야 한다. 학생들은 자기 삶에서 이런 저런 다양한 결을 지닌 교사의 삶을 만나면서 씨줄과 날줄을 수놓게 된다. 개별 교사의 삶의 경험이 치열할수록 교육은 흥미와 진지함 그리고 생동감을 품을 것이고 또 그에 비례하여 학생의 성장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수업은 교사의 진솔한 삶이 매개된 교실수준의 교육과정으로 교사가 학생들을 만나는 것이다.

 

(글 쓰면서 잠 다 깨뿠다. 내일 수업 우야노???)

 

2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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