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말한다

수업에 관한 단상 -4

리틀윙 2015. 11. 30. 11:08

수업이 수업기법이나 수업모형의 문제일까?

 

좋은 수업을 수업 테크닉이나 수업 방식의 문제로 환원하는 것은 상자 속에 든 내용물 보다 상자와 포장을 중요시 여기는 것과도 같다. , 내용은 무시하고 형식에 눈독을 들이는 어리석음이다.

 

좋은 수업과 관련한 교사의 자질이나 태도는 교과를 이해하는 지적 역량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밖의 것은 죄다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훌륭한 미술/음악 수업이 테크닉의 문제일까?

학생들에게 영어/수학을 잘 가르치는 교사는 어떤 사람일까?

이에 대한 답은 영어/수학을 잘 아는 교사이지, 삼빡한 영어수업모형을 알고 있는 교사는 아니다. 둘 다 겸비하면 좋은 일이지만, 후자가 전자보다 우선하는 것은 말도 아니다. 굳이 비례배분을 하자면 91 정도의 비중일 터이다.

 

예체능 교과는 말할 것도 없고, 국영수도 그러하다. 그러면 가장 추상적인 내용의 교과목이라 할 <사회><도덕(윤리)>은 어떨까?

이 또한 좋은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지적 역량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사회학적 안목, 철학적 소양을 갖지 못한 사람은 훌륭한 사회/도덕 수업을 할 수 없다.

하다못해 초등 1학년의 <바른생활> 수업의 경우에도, 사회와 인간 그리고 세계를 바라보는 교사의 지적 소양과 세계관은 훌륭한 수업을 위한 결정적인 자질이다.

 

교사는 사물을 이해하고 통찰하는 만큼 좋은 수업을 할 수 있다.

수업 기법이라는 것도 사실상 이러한 지적 역량에 부수적으로 따라 오는 것이다. , 한 분야에 대해 깊이 있게 알고 그 본질을 꿰뚫는 안목을 가진 사람은 해당 교과목의 '지식의 구조(브루너가 말하는)'를 학생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수할 수 있다.

 

그런데......

27년 전 내가 교단에 처음 섰을 때나 지금도, 외발적인 교사연수나 내발적인 자기연찬이 수업기법이나 수업모형 문제에 천착하고 있음에 심각한 유감을 품는다.

배움의 공동체거꾸로 교실이니 하는 것은 형식(form)의 문제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수업의 콘텐츠는 학습자의 입장에선 '지식 그 자체'이고 교수자의 입장에선 '지적 자질이다.

 

좋은 수업을 위해 교사는 무엇보다 지적 소양을 닦을 일이다.

남의 수업 많이 볼 생각 말고 책을 많이 읽을 일이다. 학문탐구에 힘쓸 일이다. 수업모형에 관한 책 읽지 말고 교육학 서적을 탐독할 일이다.

 

야구선수가 훌륭한 선수가 펼치는 게임 많이 본다고 야구 실력 늘까? 피아니스트가 유명 뮤지션의 플레이를 많이 관람한다고 음악 실력이 늘까?

철학 교수가 철학 수업을 잘 하기 위해선 철학 책을 읽을 일이지 남의 철학 수업 참관 열심히 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왜 유독 초중등 교사들은 자기 내면을 채울 생각은 안 하고 남의 것을 모방하려 애쓰는가? 수업 내용의 질에 대해선 고민 안 하고 수업 형식에만 신경을 쓰는가?

 

좋은 수업은 교과에 대한 정통한 안목과 총체적 지적 역량의 문제이지 수업방식의 문제가 아니다. 좋은 수업을 위해 효율적인 전략/전술의 문제는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2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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