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말한다

수업에 관한 단상 -2

리틀윙 2015. 11. 30. 11:04

어제 수업에 관해 올린 글에 페친들이 보여준 폭풍 반응에 대해 놀라움 금치 못한다.

사람인 이상 내 글에 좋아요와 댓글이 많이 달리면 기분 좋아지는 게 사실이지만, 그런 마음보다 두려움이 앞선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 갖고 읽을 줄 알았으면 좀 더 정교하게 썼을 것이라는......

 

어쨌건 페친들의 반응은 교사 수업과 관련한 중요한 교육현상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건 너무 웃기는 것이기도 하고 또 그래서 너무 슬픈 사실이기도 하다. 그것은,

누구나 설명식 수업을 해오고 있다는 것인데, 죄의식 속에서 그걸 해왔다는 것이다.

(아마 교사가 아닌 일반인들은 이것이 이해가 안 갈 거다. 어제 내 글에 폭풍 반응을 보이는 현상에 대해서도 의아해 하셨을 것이다. 우리가 초중고 12년 동안 경험한 수업이 전부 설명식 수업이었는데, 수업이 다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는 건데 그게 뭔 문제란 말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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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기 위한 수업(공개수업)에선 설명식 수업은 금기대상이다. 누구나 평소엔 설명식 수업을 하면서, 1년에 한두 차례 공개수업 때만 협동학습을 함으로써, “나는 설명식수업주의자가 아님을 가장해 보인다.

 

이건 일종의 위선인데, 집단 속 구성원들의 대부분이 똑같은 위선의 행태를 보인다면, 그건 시스템 자체가 위선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교육 발전을 위해 이 허구적인 시스템은 혁파되어야 한다. 교사는 수업으로 교사임을 드러내 보인다. 수업은 교육의 전부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런데 교사집단에서 수업과 관련하여 벌어지는 이 위선적인 역할놀이에 대해 어느 누구도 심각하게 거론하지 않는 자체로 이 나라 교육은 모순덩어리임을 보여준다.

 

교사들에게 공식적으로설명식 수업을 허하라!

설명식으로 수업하지 않는 교사 있으면 나와 보라. 모든 교사가 절대 다수의 단위수업시간에 설명식 수업을 하는데도 그것을 죄스러운 짓거리로 폄훼하는 시스템이 죄스러운 것이다.

 

그리고 설명식 수업이 뭐가 문제란 말인가?

교육은 사상행위(thought-action)이다. 군바리나 조폭 깍두기들은 윗선의 명령에 따라 몸을 움직이지만, 교사는 자기논리에 따라 행위 한다. 그 행위의 배경은 이론이다. 조폭은 더 나은 조폭이 되기 위해 주먹을 단련할 것이지만, 교사는 더 나은 교사가 되기 위해 이론을 섭렵하고 사상을 단련해 가야 한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휘갈겨 쓴 거친 내 글에 대해 그간 가슴에 응어리진 것이 풀리는 기분이다는 페친들의 반응을 보면서 현장교육이론의 담지자로서 어떤 책임감을 느낀다.

설명식 수업은 결코 죄가 아니라는 것, 아이들을 망치는 게 아니라는 것, 설명 속에 담긴 콘텐츠와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 여하에 따라 어떤 수업보다 효율적인 것이라는 논리를 정립해보고 싶다. 이론적 측면과 실천적 측면을 종합한 글 작업을 펼쳐 가보자.

 

2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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