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부초 이야기

어떤 이별 -1

리틀윙 2014. 11. 1. 21:44

우리 학교에 비정규직으로 일 하시는 어르신이 두 분 계신다. 한 분은 배움터지키미로 여든 쯤 되는 분이고 다른 한 분은 실내 청소를 담당하시는 (오늘에야 연세를 물었는데) 72세 되시는 분이다. 이 두 분은 정말 성실하시다. 열심히 일 해서 고용주(학교)로부터 얼마나 많은 돈을 받겠나만 늘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신다.
그런데 곧 이 분들이 일터를 떠날 전망이다. 배움터지키미 어르신은 건강 문제로, 또 청소 어르신은 집안 문제로 다음 주부터 못 나오신다. 이 아주머니는 지역 주민인데, 나이가 나랑 비슷한 자녀 분이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구미 어느 외진 곳(따라서 임대료가 싼)에 슈퍼를 차려 새출발을 하고자 한다는데, 아주머니께선 우리 학교 일을 관두고 아들 뒷바라지하기 위해 그곳으로 가신다는 것이다.

아주머니를 통해 한국의 어머니를 본다. 우리 어머니를 본다. 비질 하시는 아주머니의 굽을 대로 굽은 허리를 통해 질곡의 한국현대사를 본다.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 우리 어머니들은 죽을 때까지 고생이다.

그간 우리와 정이 참 많이 들었다. 이별 자체도 서럽지만, 사회적 약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하나 둘씩 떨어져 나가는 모습이 씁쓸하기만 하다.
그나마 이 분들은 자기 사정으로 이직을 하지만, 사회적 모순으로 학교라는 일터를 떠나는 분들이 내년부터 속출할 것 같다. 경상북도에만 내년 학교 예산이 3천억이 줄어든단다. 삼천 억이면 동그라미가 몇 개인가? 동그라미의 수가 주는 만큼 사람도 떨어져나가는 것이다.

유학산 중턱에 위치한 우리 학교엔 다른 곳보다 가을이 빨리 지나간다. 학교 운동장에 낙엽이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다부초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애이해교육  (0) 2015.04.09
어떤 이별-2  (0) 2014.11.01
2014 다부 도시체험학습  (0) 2014.10.31
다부 달빛축제  (0) 2014.10.05
소유와 사랑  (0) 2014.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