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9.10
작년까지는 아침활동 시간에 아이들에게 특강(?)을 했다.
영어 파닉스 - 음악 이야기 - 영화 이야기
그런데 올해 교무를 맡으면서 바쁘고 또 아침에 자주 인터폰이 걸려 와서 강의 중간에 맥이 끊기는 불편이 있어서... '독서'와 '영화' 빼곤 나머지 시간을 ‘바깥 활동’으로 돌렸다. 아이들이야 대환영이다. 말하자면 ‘0교시수업’ 안 하고 바깥에 나가서 노니까 좋아 하는 것이다.
0교시수업 나도 안 하면 편하다. 정말 편하다. 작년까진 어떻게 이 일을 했나 싶을 정도로 안락함을 느낀다.
그런데!
문득 뭔가 불안한 느낌이다.
아침시간에 특강이야 다른 대부분의 교사들이 안 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별나게 열정적으로 아이들에게 가르칠 때가 나다운 모습인데, 지금 그렇게 안 함으로써 편안함을 느껴가는 이게 혹 ‘맛이 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일단, 교직생애 처음 겪는 교무라는 특별한 역할 때문에 그렇다고 자위해 본다만...)
내가 하는 이 별난 짓 비슷한 것을 다른 선생님들은 또 다른 곳에서 열정을 쏟으실 것이다.
사람은 돈 안 되는 어떤 일에 미친 듯이 덤벼들 때가 가장 인간답다.
그 반대의 경우를 마르크스는 ‘소외’라 일컬었다.
나다움과 멀어져갈 때, 어느 날 내 영혼의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낯설어질 때, 나는 나로부터 소외되어 가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난해한 개념 ‘소외’는 한마디로 자기가 자신을 왕따시키는 기제를 말한다.
돈 되는 짓만 골라 하고 돈 안 되는 일에는 관심조차 갖지 않는 경우를 현명한 사람이라 하고 그 반대의 경우를 어리석은 사람이라 한다.
하지만 현명한 사람이 모르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건 세상이 발전하는 것은 현명한 사람이 아닌 어리석은 사람 때문이라는 거다. 신영복의 말인데, ‘우공이산’이란 고사성어가 이런 가르침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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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 보니 나도 좋다. 이 또한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유방임과 교사책무성의 방기는 종이 한 장의 차이다. 이 둘 사이의 긴장을 늘 고민해야 한다.
편안할 때 불편해야 한다!
전에 없던 편안을 느낄 때, 옷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을 느껴야 한다.
실컷 놀고 녀석들이 입장한다. 수업 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