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나들이(TRAVEL)

핀란드 교육박람회(EDUCA)

리틀윙 2014. 1. 27. 04:32

1011일의 북유럽 일정의 마지막 코스로 핀란드 교사단체에서 주관하는 EDUCA에 갔다. 실질적으로 우리는 구경을 간 것이지만 형식상으로는 한국의 교원노조 교사 자격으로 교육행사에 참가하는 모양새였다. EDUCA의 참가자는 크게 교육기자재를 홍보하는 교육상품 업자들과 현장에서 교육을 실천하는 교사들과 교육보조요원(코디)들이 주를 이루는데 소수의 교장들도 한 코너를 맡아 있기도 했다. 그러니까 교육박람회와 참실발표회(전교조 주관으로 해마다 열리는 참교육실천대회)가 섞여 있는 교육가족한마당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이 대회를 주관하는 핀란드교사들 수는 2천명이라 하는데 대회를 마치고 유람선을 타고 (우리가 갔던) 에스토니아로 여행을 떠나면서 친목과 연대를 다진다고 한다.

 

 

 

박람회는 헬싱키산업대학 맞은편에 있는 대형건물에서 열렸다.

 

 

 

 

 

 

대회장을 들어서면 오른쪽에 컴퓨터가 10대 정도 나열되어 있다. 외부 참가자들이 스스로 등록을 해서 등록증을 인쇄하면 입구에서 패찰을 달아준다. 때론 형식이 내용을 견인하는 법이어서 이 패찰을 부착하면서부터 우리는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온 구경꾼이 아니라 한국의 교원노조를 대표하는 사절단 같은 씩씩한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높은 PISA 성적 덕분인지 북유럽에서 한국의 교육 위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 이상이다.

 

 

 

 

 

전자칠판과 그것을 구동하기 위해 새로 개발한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코너이다.

 

 

 

 

 

이곳은 도자기를 만들어서 직접 구울 수 있는 가마(furnace)를 홍보하는 곳이다. 우리 같으면 학교에 이런 것을 설치하는 것을 상상도 못하겠지만 북유럽의 학교들은 공예 활동을 굉장히 중요시 여긴다.

 

 

 

 

드디어 우리가 기대했던 참실발표회 비슷한 장면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런 부스가 몇 개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참가자 수가 그리 많지 않다. 핀란드어로 열띤 발표와 토론을 벌이는 모습에서 핀란드 노동조합 교사들의 진지한 면모가 느껴져 왔다. 어떤 말들을 주고받는지 너무도 궁금하여 빨간 조끼(붉은 조끼가 아니라)를 입고 있는 전교조스러워 보이는여교사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젠더(gender)에 관한 토론이란다. 역쉬! 내가 한국에서 온 전교조교사라고 소개하니 매우 반가워했다. 계속해서 나는 열흘간 북유럽의 학교들을 둘러보고서 받은 신선한 충격 따위에 대한 것과 아울러 한국교육의 실상에 대해 이야기 해주니 굉장히 흥미롭게 귀담아 듣는 모습이었다. 이 분과 대화 하면서 느낀 건데, 2013 PISA에서 성적이 안 좋게 나와 핀란드 교육계에 모종의 위기의식과 교사들이 궁지에 몰린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내가 (짧은 영어 실력으로) PISA의 허구성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핀란드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즐겁게 공부를 해가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 한국의 학교는 prison이고 교사는 guard라고 말해주었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예쁜 핀란드 여선생님과 찰칵! 미녀와 야수?

 

 

 

 

팜플렛 안내도를 보니 부스 수가 150개 정도 되는 것 같다. 가는 곳마다 참가자의 주목을 끌기 위해 사탕이나 볼펜 따위를 공짜로 나눠주는 후한 인심을 보였는데 우리로서는 대박? 그 중 한 부스에서는 뱃지를 직접 제작해서 나눠주는 행사를 하고 있었다. 용기를 내어 내가 직접 해봐도 좋겠냐?”고 하니까 흔쾌히 승낙해주었다. 영상

 

 

 

연두색 바탕에 핀란드어로 뭐라 쓰여 있는데, 이게 영어로 뭔 뜻인지 물었더니... “Mistake is inevitable. 실수는 불가피하다란 뜻이란다. 일부러 on이라고 잘못 쓰고선 그것을 붉은 색으로 문지른 뒤 옆에 OVAT라고 정정했다고 하는데, 이렇듯 누구나 실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보인다. 내가 늘 강변하는 실패의 교육론을 핀란드 참실대회에서 만나니 감개무량하다!

실패의 교육론 ☞  http://blog.daum.net/liveas1/6499029

 

 

Mistake Is Inevitable!

 

그 옆 어디선가 일렉 기타 소리가 들려 따라가 보니 누가 기타를 치고 있었다. 내가 블루스를 한 곡 부탁한다고 했더니 기성 곡 음반을 틀고서 자신이 기타를 더빙하는 식의 연주를 보여주는데, 이 부스는 온라인 기타레슨 사이트를 홍보하는 사람들이었다. www.rockway.fi 라고 적힌 명함을 하나 받아 왔다.

 

 

 

백인백색의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주제를 선보이며 서로 어우러져 핀란드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교육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 전교조의 참실대회도 이런 식으로 만인에게 오픈하여 형형색색의 조화를 이루는 열린 행사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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