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인의 음악이야기

POP ESSENCE 해설

리틀윙 2014. 1. 14. 01:19

01~02. Load Out - Stay

 

 

 

 

잭슨 브라운은 비판적인 사회의식의 소유자로 반전운동에도 앞장 선 행동하는 양심이었습니다. 팝 가수가 사회비판적인 포지션을 취하는 경우는 밥 딜런이나 조운 바에즈의 경우처럼 대부분 포크 뮤지션들이었는데, 잭슨 브라운은 일반 팝 뮤지션으로서는 드문 경우라 하겠습니다.

이 곡은 명반 [Running on Empty] 속의 맨 마지막 두 트랙에 담긴 명곡들입니다. 유념할 점은, 라이버 버전으로 두 곡이 연속으로(메들리) 연주되는 점입니다. 완전히 별개의 두 곡인데 절묘하게 이어집니다. 그런데 이 두 곡이 음반에서는 각각 별개의 트랙으로 분리되어 있으되 두 곡 사이에 간극이 없이 하나의 연속된 음악으로 흐릅니다. 그래서 곡을 모르시는 분들은 같은 하나의 음악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Load Out은 잭슨 브라운의 음악이지만 Stay60년대의 Maurice Williams라는 가수가 히트한 올드 팝으로, 90년대에 Dreamhouse라는 그룹이 레게 풍으로 불렀고 이 곡이 당대에 우리나라에서 CF 음악으로 유행하면서 우리 귀에 익숙해진 음악입니다. 세 가지 버전 가운데 잭슨 브라운의 Stay가 제일 훌륭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하겠습니다. 아무튼 이 두 곡은 팝 음악의 명곡으로 손색이 없을 훌륭한 곡입니다.

‘Load Out’은 제목에서 보듯 공연을 마치고 무대에 세팅해놓은 음향이나 조명 따위의 장비를 빼서(out) 차에 실을(load) 때 느끼는 음악인의 정취를 노래한 곡입니다. 80년대에 대학가요제 히트곡으로 유명한 [연극이 끝난 후에]라는 노래와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참고로, 이 앨범과 같은 이름의 유명한 영화가 있습니다. 리버 피닉스(River Phoenix)라는 미남자를 일약 스타로 만든 영화 [Running on Empty 허공에의 질주]가 그것입니다. 시드니 루멧 감독의 작품인데 이 감독은 늘 사회의식을 담고 있는 영화를 많이 찍는데 그런 점이 잭슨 브라운과 닮아 있네요. 1970년대 베트남전쟁으로 미국 사회 내에서 반전운동이 한창 일 때 네이팜탄 공장에 폭탄을 터뜨린 전문 운동권 부부가 FBI의 추격을 피해 벌이는 도피행각을 줄거리로 한 흥미진진한 영화입니다. 리버 피닉스는 이들 부부의 아들로 나오는데, 정말 남자인 내가 봐도 호감이 가는 미남자입니다. 안타깝게도 피닉스는 20대에 조니 뎁이 주최한 파티에서 약물과다복용으로 요절하여 전세계의 숱한 여성 팬들을 멘붕에 빠뜨렸으니 제임스 딘의 아바타 같은 느낌입니다. 극중의 주인공처럼 피닉스의 부모도 극단적인 히피즘에 심취해 사회로부터 은둔생활을 했는데 이렇듯 기이한 환경에서 성장한 탓에 피닉스가 헐리우드 스타라는 사회적 역할에 적응하지 못해 그런 비운의 삶을 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암튼, 이 영화도 강추하고 싶습니다.

참고로, 잭슨 브라운의 앨범과 동명의 영화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음악은 1978년에 발표되었고 영화는 1988년에 세상에 나왔습니다.

 

 

03. Sea of Love

이 곡에 대한 설명은 제 블로그 글을 참고 바랍니다. 예전에 썼던 원고에서 발췌했습니다. http://blog.daum.net/liveas1/6499033

 

 

 

 

04. Cry Me a River

이 곡은 유명한 여성 재즈 싱어들이 많이 불렀는데, 배우이자 재즈 보컬리스트인 쥴리 런던의 곡으로 가장 유명합니다.

노래 제목이 재미있습니다. 이 영어 표현을 단번에 우리말로 옮길 수 있으면 영어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분이라 하겠습니다(저는 그렇게 못했기에^^). 여기서 cry는 수여동사로서 이른바 4형식 구문입니다. Cry Me a River란 문장은 명령문으로서 내게 강물 같은 눈물을 흘려 보여주세요.”란 뜻이네요. 가사를 좀 더 풀이해 볼까요? 제 나름의 창의성을 발휘하여 색다르게 번역해보겠습니다.

 

Now you say you're lonely

You cried the long night through

Well, you can cry me a river, cry me a river

I cried a river over you

이제야 외로움을 알겠다고요?

밤새도록 울었다고요?

글쎄요, 펑펑 울어 눈물바다를 만들어 내게 보여 줘보세요.

나는 그랬어요. 당신 때문에 눈물을 펑펑 쏟았었요.

 

Now you say you're sorry

For being so untrue

Well, you can cry me a river, cry me a river

I cried, cried, cried a river over you

이제야 미안하다고요?

진실하지 못해서 내게 미안하다고요?

글쎄요, 펑펑 울어 눈물바다를 만들어 내게 보여 줘보세요.

나는 말이예요...... 당신 땜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답니다.

 

 

진부한 사랑타령의 노랫말이지만 시적 감성이 풍부하네요.

 

 

 

05. Crocodile Rock

엘톤 존은 [Piano Man]이나 [Sorry Seems Hard To Be]와 같은 조용한 발라드 곡으로 우리에게 유명한데, 이 곡은 정말 신나는 로큰롤 풍 음악입니다. 앞의 두 곡이 너무 정서적인 곡이어서 운전하다가 잠이 살살 오려고 할 때 분위기 바뀌면서 이 곡을 들으면 잠이 확 달아날 것 같습니다.

 

 

 

 

 

06. Eres tu

너무 유명해서 식상할 수도 있는 곡이지만, 언제 들어도 좋은 명곡입니다. 원래 Mocedade라는 그룹의 음악이지만 약간 색다른 버전이네요. ‘에레스 투는 스페인어  ‘바람을 만져라 Touch the Wind’란 뜻이라 합니다.

 

 

 

 

 

07. Do That To Me one More Time

Captain & Tennille이라는 남녀 듀엣의 곡인데 이 곡은 이들의 유일무이한 히트곡입니다. 제 고1(1980) 이 곡이 인기를 끌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이 곡만큼 유명한 남녀 듀엣곡이 있었으니 영화 [엔드리스 러브]의 동명의 주제곡 [Endless Love]입니다. 이 곡은 라이오넬 리치와 다이아나 로스가 불렀는데 최근 머라이아 캐리와 이름 모를 흑인 남자가수가 리메이크 하였다고 합니다. 또 비슷한 시기에 영화 [사관과 신사] 주제곡 [Up Where We Belong To]라는 음악도 남녀 혼성 듀엣곡입니다. 이 세 곡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발라드가 [Do That To Me one More Time]가 아닐까 싶습니다.

 

 

 

 

 

08. It Never Rains in Southern California

이 곡은 제가 팝송을 한창 좋아했던 고교시절에 올드 팝으로 즐겨 들었던 곡인데, 가수나 노래의 배경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습니다.

다만, 경박하지 않으면서 참으로 흥겨운 곡으로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점에서 좋은 곡이라 생각합니다. 이 음악은 컨츄리&웨스턴(C&W) 풍의 소프트록 음악인데, 맨 앞의 잭슨 브라운의 두 곡도 C&W 음악입니다. 이 곡과 잭슨의 음악이 어찌 비슷한 느낌이 전해져 오지 않나요?

 

 

 

 

 

09. Travelin'

이 곡도 8번과 마찬가지로 그냥 부담 없이 흥겹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는...

 

 

 

 

 

10. Adagio

록 음악 가운데 클래식적인 요소를 접목하여 나름 격조 높은 분위기의 음악을 연출하는 장르를 선진된 록이란 뜻의 프로그레시브 록이라 합니다. ‘뉴 트롤즈는 클래식음악의 본고장 이탈리아 출신의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입니다. 이 음반은 명반 중의 명반이라 하겠습니다. 이 앨범에 수록된 전 곡이 훌륭한 음악들입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곡이 이 [아다지오]인데, 중간에 노랫말로 나오는 대사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To die, to sleep... may be to dream.

죽는 것, 잠드는 것... 모든 것이 꿈을 꾸는 것이겠죠.

 

 

 

   

 

11. Desperado

[호텔 캘리포니아]로 유명한 미국의 서던 록 그룹 이글즈의 아름다운 록 발라드 음악입니다. 최근 국내에서 비운의 록 보컬리스트로 힘들게 살아오다가 TV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를 통해 일약 스타로 대박을 터뜨린 임재범씨가 부르면서 우리 귀에 익숙해진 음악이기도 한데... 개인적으로 임재범 씨는 이 곡을 잘 못 부릅디다. 우선, 발음이 완존 콩글리쉬여서리...

서던 록 Southern Rock’이라 함은 말 그대로 미국 남부에서 유행한 록 음악으로 컨추리 풍의 록음악입니다. 앞서 소개한 잭슨 브라운과 알버트 하몬드의 음악을 컨추리&웨스턴이라 했는데, C&W 음악에서 록 비트가 가미되면 서던 록이 됩니다. 우리나라에선 서던 록 그룹으로 이글즈가 가장 유명하지만, 서던 록의 황제는 Lynyrd Skynyrd라는 그룹입니다. 이글즈보다 대중성은 조금 약하지만 미국인들로부터는 아마 이글즈보다 더 사랑을 많이 받는 그룹일 겁니다.

‘desperado’라는 말은 ‘desperate 필사적인, 절망적인라는 형용사에서 파생된 단어 같은데, ‘절망적인 한심한 놈이란 뜻으로 우리 식으로 가장 적합한 말로 꼴통이라 옮기면 적절하겠네요. 보통 아주 흉측한 남자를 데스페라도라 일컫건만, 이 노랫말의 맥락으로는 꼭 그런 것은 아니고 여성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고집불통의 외곬수라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가수 임재범씨의 삶과 이 데스페라도가 닮은꼴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데스페라도하면, 저는 이 노래와 아무 관계는 없지만 안토니오 반데라스 주연의 동명의 영화 [데스페라도]가 떠오릅니다. 이 영화 정말 재밌습니다.

보통의 록 그룹은 3~5인조로 구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글즈는 아주 드물게 7인조입니다. 이글즈와 같은 장르의 서던 록 그룹 Lynyrd Skynyrd 또한 7인조이긴 합니다만. 이글즈의 경우 또 다른 특징으로 드러머가 노래를 부르는 것이 이채롭습니다. 드러머 Don Henry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너무 매력적인 이 곡... 가장 아름다운 록 발라드 곡 중의 하나로 손색이 없는 명곡이라 하겠습니다.

 

 

 

 

12. Flashdance (What a Feeling)

이 곡은 제가 작년에 약목 있을 때 애들 밴드 곡으로 지도한 음악인데, 그 때 우리 애들이 음악을 제법 잘 했습니다. 그 때 아이들에게 이 곡을 설명하기 위해 작성한 글을 그대로 연결해 봅니다.

http://blog.daum.net/liveas1/6498691

 

 

 

 

 

13. Wayfaring Stranger

많은 포크 뮤지션들이 부른 노래인데, 특별히 누가 작곡한 것이 아니라 구전가요(traditional)입니다. 수많은 버전 가운데 이 에밀루 해리스의 음악이 최선이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든 음악이든 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은 대체로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명작이 많은데, 그것은 인간의 삶 자체가 하나의 여행이고 한 편의 로드무비이기 때문이겠죠. 사랑하는 가족의 품을 떠나 정처 없이 방황하는(wayfaring) 나그네의 처량한 신세를 노래하는 또 다른 훌륭한 포크 송으로 [500마일]과 이탈리아 깐소네로 박인희씨가 번안해 부른 [Vagabondo]도 너무 아름다운 음악들이니 꼭 한 번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말을 달리다가 아무리 급해도 가끔씩 서서 뒤를 돌아본다고 합니다. 너무 빨리 달려서 자기 영혼이 못 따라올까 싶어서 그런답니다. 특히 우리 한국인들은 앞만 보고 너무 빨리 달리기만 삶을 살고 있습니다. 가끔씩 이런 음악 들으면서 자기 삶을 반추해 본다면 좋을 것입니다. , 차 운전할 때는 말고^^

 

 

 

 

 

14. Yesterday once More

우리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추억의 팝이네요.

이른바 라디오 시대의 과거를 회상하며 옛날의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며 마치 과거로 다시 돌아간 기분이라는 노랫말입니다.

이 노래에서 말하는 시대완 다르지만 학창 시절 FM 라디오 들으면서 시험공부 하곤 했던 추억을 가진 분이라면 이 노래가 남달리 정이 갈 겁니다. 아니, 그런 저런 추억이 없는 분이라도 누구든 이 아름다운 노래를 싫어하실 이유가 없으리라는...

Carpenters는 카펜터라는 성을 가진 두 오누이 듀엣인데, 이들은 이 곡 외에도 수많은 히트곡으로 아마도 한국인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팝 음악가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들의 노래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곡은 [Top of the World].

안타깝게도 여동생 카렌 카펜터는 과도한 다이어트가 원인이 되어 30대 초반의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이 노래에서 카렌의 아름다운 목소리는 계속 들을 수 있으니 그녀는 늘 우리 곁에 살아 있는 것이죠. 과거의 카렌을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Yesterday once More!

 

 

 

 

15. Monaco

프랑스 꼬부랑 말이어서 뭔 뜻인지 잘 모르지만 중저음의 남자 나레이션과 섹시한 여성 보컬, 멋진 기타 솔로 그리고 모나코 해변에서 직접 녹음한 파도소리인지 효과음향인지 모르지만 그 멋진 이국적인 분위기가 종합적으로 어우러진 훌륭한 음악입니다.

원제목은 [모나코 그늘 속 28]인데 보통 [모나코]로 통합니다. 앨범 자켓을 보면 모나코 해변과 야자수를 배경으로 늘씬한 한 여성이 반라의 몸으로 야자열매를 마시는 장면이 나오는데, 약간만 노출이 있어도 모든 음악을 금지시켰던 1978년 박정희 시절에(지는 밤마다 딸같은 여대생 데리고 주지육림에 빠져 있었으면서) 이 음악이 어떻게 우리나라에 들어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자켓은 다른 그림으로 바뀌어 수입되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당시 해적판으로 고교생들이 이 섹시한 음악과 자켓 그림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다만 칼러가 아닌 흑백이어서 우리의 타오르는 관음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긴 했지만 말입니다. 제가 며칠 뒤에 가게 되는 핀란드는 사우나의 나라로 유명한데 이 나라에선 모르는 남녀가 홀딱 벗고 같이 사우나탕에 들어가기를 같이 지하철 타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한답니다. 인간이 옷을 입고 안 입고의 차이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인간은 금기된 것을 욕망한다는 라깡의 말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언제 죽기 전에 저 야자수 그늘 속에서 섭씨 28도의 모나코 정취를 누려볼 기회가 있을래나.......^^

 

 

 

 

 

16. Misty Blue

통기타나 드럼을 배워 보신 분은 ‘slow rock’이라는 리듬을 들어 봤을 겁니다. 이 슬로우 록 리듬의 음악이 리듬 앤 블루스 R&B’의 원조입니다. R&B가 생겨난 배경이 그러합니다. , 느려터진 블루스에 리듬을 가미한 거죠. 물론 R&B는 리듬 자체보다 흑인 음악 특유의 분위기가 더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선 가수가 노래 중간에 ~ ~” 하며 무슨 소 떼 몰고 가는 소리 내면 죄다 R&B로 분류하더군요. 블루스라는 장르는 스케일(블루스스케일)이나 진행(이를테면 12마디 블루스진행)이라는 기준이 명확해서 분류가 쉬운 반면, R&B나 소울 따위의 장르는 분위기나 악기의 배치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아무튼 앞의 [Sea of Love]와 마찬가지로 이 곡도 훌륭한 R&B 음악인데 재즈 싱어 엘라 핏제랄드나 팝 싱어 디온 워윅의 노래도 유명하지만 도로시 무어의 곡이 제일 좋습니다. 이 노래를 들을 때 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15년 전에 온라인 음악클럽에서 알게 된 전라도 친구인데 몇 번 만나 술도 같이 한 잔 하고 했던 사이였습니다. 제가 이 곡에 관한 이야기를 클럽에 올리니까 그 친구 하는 말이 미스티 블루! 눈 올 때 들으면 거의 죽음입니다!!!”라고 댓글 달았더랬습니다. 당시 아내와 법적으로 정리하고 혼자 살면서 밤마다 아이가 보고 싶어서 눈물짓는다던 그 친구가 지금 어디서 뭐 하는지 무척 그립습니다. 혹시라도 나의 이 글을 보면 내게 꼭 연락 취해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친구의 말대로 다음에 눈이 올 때 [미스티 블루]를 볼륨 한껏 올려서 한번 들어봐야겠습니다.

 

 

 

 

 

17. Yester-me, Yester-you, Yesterday

 

모든 발전은 기존의 무엇을 부정(negation)함에서 시작됩니다. 부정이 없으면 발전도 없습니다. 사람이 성장하기 위해선 늘 기존의 자기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자기혁신을 꾀해야 하는 것이죠. 사실 아이들은 이 자기혁신을 잘 해갑니다. 한때 열심히 갖고 놀던 장난감을 뒤로 하고 바깥에서 공놀이에 몰두하면서 흥미의 장르를 혁신해가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지난 달 크리스마스를 맞아 우리 반(4학년) 아이들에게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 보라고 했더니 7명 가운데 2명은 확신을 하고 2명은 머뭇거리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만약 이 아이들이 대학생이 돼서도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믿으면 어떻게 될까요? No pain, no gain! 아이는 언젠가는 산타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며 그 씁쓸한 멘붕의 상태를 극복하고 새로운 세계관을 정립해야 합니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더라도 다들 그렇게 성장해가는 것이지요.(모든 인간이 그렇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가스통 할배들의 경우에서 확인됩니다만)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taste)도 이 자기 부정의 원칙에 따라 성장해갑니다. 삶에서 음악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매니아들은 대개 다음과 같은 경로를 밟습니다: POP ROCK BLUES JAZZ / CLASSIC. 보다시피 끊임없는 부정의 연속이니 이른바 부정의 부정 negation of negation’의 법칙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후자의 것은 반드시 전자의 것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봐야합니다. , POP 수준에 머무른 사람보다 JAZZ를 즐기는 사람의 취향이 더 앞선 것임은 당연합니다. 이걸 무시하고 그저 사람 취향 나름이라며 설운도 따위의 뽕짝 음악 예찬론을 펼치는 사람과는 음악에 관한 대화가 불가능합니다. 그건 가스통할배들과 시국에 관해 토론하는 것과 같죠. 물론, 개인의 취향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그걸 무시하거나 폄하해도 좋다는 말은 아닙니다. 이건 일종의 상대주의적 관점에서 존중되어야 한다는 뜻일 뿐, 사물의 본질은 상대성 외에 절대성의 차원에서도 논의되어야 진리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습니다.

 

스티비 원더는 재즈와 팝의 두 영역을 오가는 몇 안 되는 뮤지션입니다. 이건 그만큼 스티비 원더의 음악적 역량이 출중함을 방증한다 하겠습니다. 흑인으로 태어나 그것도 맹인이라는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힘든 인고의 세월을 보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지만, 역설적으로 가스펠에 기반한 그의 음악성은 굉장히 낙천적입니다. 이 곡에서도 그런 스티비 특유의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낙천적인 스티비의 음악이 체제에 순응하는 식은 아닙니다. 흑인민권운동이 한창이던 1960년대에 활동한 흑인뮤지션으로서 스티비 원더의 음악 세계 속엔 미국사회의 병폐를 고발하고 비판하는 생각을 담은훌륭한 곡들이 많이 있습니다. [Happy Birthday][Conversation Peace] 같은 곡들이 그러합니다.

 

곡 제목에서 범상치 않음을 느낍니다. Yester-me, Yester-you, Yesterday...

천편일률적인 사랑타령으로 일관하는 천박한 한국가요 수준과 비교됩니다. 물론 우리 가요에도 좋은 아이디어를 담은 음악이 적지 않지만 문제는 그런 음악은 늘 마이너리티로 밀려난다는 겁니다. 맹인이 자신의 역량을 꽃 피워 세계적인 뮤지션으로 성장하여 이렇게 훌륭한 음악을 생산해내는 나라... 그게 추악한 제국주의 미국을 세계가 우러러 보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18. You

Rod McKuen은 미국의 남자 가수 가운데 우리 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경우인데, 가수인 동시에 시인으로도 활약하여 흔히 말하는 음유시인입니다. 캐나다에 레오나드 코헨이 있다면 미국에 로드 맥퀜이 있다 하겠습니다. 다만 코헨과 달리 맥퀜의 음악성은 포크가 아닌 발라드네요. 로드 맥퀜의 곡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Seasons in the Sun]인데, 우리나라에선 이 곡이 테리 잭스의 곡으로 훗날 웨스트라이프가 리메이크 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노래를 맨 처음 부른 가수는 로드 맥퀜입니다.

사람을 겉모습 보고 판단해선 안 되겠지만 긍정적인 경우는 그러해도 좋으리라 믿습니다. 어떤 성직자 같은 인상을 풍기는 로드 맥퀜의 사진을 보면 그가 어떤 품성의 소유자인지 그의 음악성이 어떤지 대충 감이 옵니다. 그리고 이 노래에서 느낄 수 있듯이 보통의 팝 음악과는 달리 격조가 있어 보이지만 한편으론 너무 무거운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대중성이 없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리라 생각해 봅니다. 아무튼, 이 앨범의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로드 맥퀜의 이 중후한 분위기에 한번 빠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19. Suo Gan(from 'Empire of the Sun)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태양의 제국] 주제곡입니다.

영화와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미션]이나 [원스 어판 어 타임 인 어메리카], [시네마 천국]의 음악을 맡은 엔니오 모리꼬네나 [Moon River], [Days of Wine and Roses], [The Pink Panther Theme] 등의 주옥같은 OST를 남긴 헨리 맨시니의 음악들은 영화만큼 유명한 작품들입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는 영화는 허접하지만 음악이 좋은 것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필버그를 안 좋아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태양의 제국]은 형편없다고 생각하지만 존 윌리암즈가 작곡한 이 음악을 정말 좋아합니다.. 아이들의 합창 소리가 천상의 분위기 그것입니다.

 

 

 

   

20. Rain

앨범의 맨 마지막 음악은 영국 출신의 록 그룹 유라이어 힙의 곡으로 배치되어 있네요. 스탠더드 팝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록음악 하면 너무 시끄러워서 비호감이겠지만, 이런 음악은 록발라드로 일컫는 분위기 있는 음악입니다. 록음악을 싫어하시는 분들도 록발라드 곡은 대부분 좋아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우리 한국인들에게 그러합니다. 이 때문에 록 그룹의 음악 가운데 외국에선 인기가 없는 록발라드 곡들이 한국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곤 하는데, 대표적인 그룹이 스콜피온즈입니다. 스콜피온즈의 히트곡 가운데 외국에서 유명한 것은 우리 나라에서 안 유명한 반면 발라드 곡의 경우는 우리 나라에서 특별히 사랑을 받습니다. 그러나 [Always Somewhere], [Holiday], [Still Loving You] 따위의 스콜피온즈의 록발라드에 비해 유라이어 힙의 이 곡은 품위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비를 좋아해서 이 곡을 특별히 아끼는 면도 있습니다. ‘를 주제로 한 곡들은 대부분 많은 음악팬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아름다운 작품들입니다. [Rhythm of the Rain], [Rain And Tears] 등의 올드 팝 음악도 좋지만, 록 그룹 건즈&로지스의 [November Rain]이나 이 곡은 애정을 품을 만합니다. 내가 아는 비를 주제로 한 가장 훌륭한(?) 음악으로 다른 곡들과 달리 우수에 젖지 않고 상큼한 비의 느낌을 즐기시는 분은 Lee Oskar[Before the Rain]을 들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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