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인의 음악이야기

Honeydrippers, [Sea of Love]

리틀윙 2014. 1. 14. 00:15

  1970년, 지미 헨드릭스-짐 모리슨-재니스 조플린(이른바 3 J) 등 기라성 같은 록의 영웅들이 요절하고 만 탓으로, 70년대에 과연 누가 이들의 명성을 이어갈 것인가하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음악관계자들은 회의를 품었다. 하지만 그러한 우려는 레드 제플린 Led Zepelin이라는 거대한 비행선 - 레드 제플린은 2차 세계대전시 독일의 전투기 이름이었다 - 이 웅비함으로써 불식되고 만다.

 

 

 

레드 제플린이 있기 이전에 야드버즈 Yard Birds라는 영국 그룹이 있었다. 야드버즈는 크림 Cream이라는 그룹과 함께 하드 록이라는 장르를 탄생시킨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 이들 두 그룹 이전에는 하드 록이란 말조차 생겨나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렇듯 오늘날 청년문화의 전세계적인 열병인 록음악의 산실은 미국이 아닌 영국이었다는 점도 간과되어서는 안될 사실이다.

크림을 이끈 주역은 에릭 클랩튼 Eric Clapton이었고, 야드버즈의 핵심은 제프 벡 Jeff Beck지미 페이지 Jimmy Page 였다. 그리고 이들 세 사람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불렸다. 재미있는 것은 야드버즈에서 지미 페이지가 기타를 치지 않고 베이스를 맡았다는 점이다. 알다시피, 록 그룹에서 화려한 명성과 영예는 대부분 기타리스트의 몫이다. 물론, 한국과 같은 음악 후진국에서는 무대의 스포트라이트가 가수(vocal)에게만 향하고 있지만...... 야드버즈의 기타리스트 제프 벡은 특유의 날카로운 기타 연주법 때문에 면도날 기타리스트란 닉네임으로 통하는데, 전하는 이야기로는 사람 좋은 지미 페이지가 팀의 인화를 위해 신경질적인 제프 벡 밑에서 묵묵히 베이스를 쳤을 것이라고 한다. 실로, 지미 페이지는 수려한 용모에 인격과 음악적 역량 이 세 가지를 겸비한 팝 음악계에선 보기 드문 탤런트로서 많은 음악인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온 뮤지션이다.

 

 

 

그러다가 크림과 야드버즈는 비슷한 시기에 해산되었다. 에릭 클랩턴과 제프 벡은 솔로로 전향하였으며, 지미 페이지는 드디어 자신이 평소 구상해오던 드림 팀을 결성하기 위해 인물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마침내 소문을 듣고 모인 네 사람의 음악인들이 록 음악계를 평정하기 위한 도원결의(桃園結義)를 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팝 역사상 최고의 다이내믹 파워로 무장한 레드 제플린 편대의 시험비행은 성공적이었다. 이들은 스튜디오에서 단 6시간만에 1집 앨범 [Led Zepelin]의 녹음을 마쳤다.

지미 페이지 Jimmy Page(기타), 죤 폴 죤스 John Paul Jones(베이스), 로버트 플랜트 Robert Plant(보컬), 죤 보냄 John Bonahm(드럼) 이 네 사람들은 한결같이 출중한 역량을 갖춘 아티스트들이지만 그래도 가장 비중 있는 인물 둘을 꼽으라고 하면 지미 페이지와 죤 보냄을 들겠다. 레드 제플린의 음악성(melody line)은 지미 페이지의 몫이었고, 묵직한 사운드(rhythm line)는 죤 보냄의 가공할 드럼 터취에서 비롯되었다. 레드 제플린의 음악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하다.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의 음악은 자기 색깔이 한정적이어서 우리가 모르는 곡을 대할 때 이것이 누구의 음악인지를 쉽게 예상 수가 있다. 그러나 레드 제플린이 발표한 음반들은 모두 형형색색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것은 클래식의 웅장함과 재즈의 즉흥성을 잘 소화하고 있었던 지미 페이지의 역량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레드 제플린을 알고 싶어하는 분들을 위해 앨범별로 이들이 발표한 명곡들을 소개해 본다.

 

[Led Zepelin ] : Baby, I'm Gonna Leave You ; Dazed And Confused ; You Shook Me

[Led Zepelin ] : Whole Lotta Love ; Moby Dick

[Led Zepelin ] : Since I've Been Loving You

[Led Zepelin ] : Rock And Roll ; Stairway To Heaven

[Presence] : Tea For one

[In Through the Outdoor] : I'm Gonna Crawl

 

 

 

[The Song Remains The Same] : 레드 제플린 멤버들의 사생활을 주제로 만든 동명의 영화 사운드 트랙 앨범으로 전곡이 라이브 버전으로 녹음되어 있다. 레드 제플린의 음악은 같은 곡이라도 라이브 레코딩 된 것은 원 곡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 준다. 멜빌의 고전에서 제목을 따온 [Moby Dick]은 진귀한 드럼 인스트루멘털 곡으로 원래 레드 제플린 2집에 실렸던 곡이다. 이 앨범에서는 원 곡 보다 드럼 솔로 부분이 길게 연장되어 연주되고 있는데, 드럼을 아는 사람이면 죤 보냄이 펼치는 신기의 테크닉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드러머를 꿈꾸는 자는 반드시 이 곡을 비디오로 감상해야 할 것이다. 죤 보냄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최고의 록 드러머이다.

이 음반의 제 3(side 3)에 녹음된 [Dazed And Confused]는 러닝 타임이 무려 2653초나 되는데, 아마 지미 페이지가 클래식의 음악 형식을 빌어 원 곡의 베리에이션(variation, 변주)을 시도한 것으로 생각된다. 멜로디 라인에 변화를 주기 위해, 보컬이 히피들의 로고송인 [San Fransico]를 마이너 스케일로 바꿔 읊어 대는 것하며, 기타 솔로 도중에 바이올린 활을 기타 줄에 후려대는(왼쪽 그림) 지미 페이지의 파격적인 무대 매너는 이 음반의 압권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실험정신이 레드 제플린을 록의 신화로 남게 한 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음반은 오디오보다는 필히 비디오로 감상하기 바란다.

 

레드 제플린은 하드록에 대중적인 설득력을 부여한 최초의 그룹이었다. 그러나 드러머 죤 본햄의 사망과 함께 [레드 제플린]은 추락할 수밖에 없었고, 기타의 지미 페이지와 보컬의 로버트 플랜트는 각각 솔로의 길을 간다. 그후 플랜트는 제프 벡을 회유하여 허니 드리퍼스 Honey Drippers라는 프로젝트 그룹(공연이 아닌 음반제작을 목적으로 결성된 그룹)을 통해 우리들에게 [Young Boy Blues][Sea of Love]라는 너무나 달콤한 리듬 앤 블루스 음악을 선사해 주었다.

소위 샤우트 창법(shout)‘의 독보적인 록 보컬리스트인 로버트 플랜트는 개인적인 생각에 록 보컬로서는 별로 이다. 레드 제플린 시절의 라이브 음반을 보컬 파트에 주목하며 들어보면 누구나 내 말에 공감할 것으로 생각한다. 플랜트는 고음부에서 악쓰는 고함소리(shout)보다는 저음부의 굵직한 목소리가 훨씬 매력적인데, 바로 이 곡에서 우리는 로버트 플랜트의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다.

 

 

 

 

'honey drippers'는 굳이 우리말로 옮기자면, '꿀을 떨어뜨리는 사람들'이다. 그룹 명칭에 걸맞게도 음반 [A Taste of Honey(꿀맛)]에 수록된 [Young Boy Blues][Sea of Love]는 그야말로 꿀맛이다. 그러나 이 두 곡은 허니 드리퍼스의 창작품들이 아님을 일러두고자 한다. 앞의 것은 벤 이 킹 Ben E. King의 곡이며, 뒤의 것은 원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기 팝 Iggy Pop엘비스 프레슬리가 불렀다. 그러나 허니 드리퍼스의 음악을 듣다가 구형 버전으로 두 곡을 감상하면 크게 실망하게 된다. 환언하면, 음악이 좋은 것은 원래 원 곡이 괜찮은 작품인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 허니 드리퍼스가 리메이커를 멋지게 잘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을 통한 은은한 현악기의 음색과 더불어, 제프 벡의 탁월한 제작 역량이 빛을 발해, 썰렁한 원 곡이 세련된 음악으로 거듭나게 된 것은 허니 드리퍼스 멤버들의 역량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편곡은 또 다른 창작의 한 형태임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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