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어떤 이별

리틀윙 2013. 1. 10. 14:45

 

우리 가족이 자주 찾는 막창집이 문을 닫았다. 폐업한 지 두 달이 다 돼 가는데 아직 새 주인이 들어서지 않고 있다.

7년간 장사를 하셨던 것 같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갔던 날 남자 주인은 평소처럼 우리를 대했지만 아주머니께선 단골손님에게 이별의 정리를 나눌 심정으로 곧 떠난다는 귀뜸을 해주셔서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태어나서 어머니 품을 떠날 때까지 한 번도 이사나 전학을 가 본 적이 없어서인지 나는 이별에 익숙해 있지 않은 편이다. 그간 정들었던 그 분들과의 이별도 섭섭했지만, 떠나는 이유를 듣고 나니 마음이 더욱 편치 않았다. 개업 초기엔 구미 경기가 좋았지만 LG가 파주로 가고 나서부터는 매출이 하락세를 겪어 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내가 신청한 신용카드를 이 분이 오토바이로 배달해 준 기억이 있다. 여가선용 차원에서 그랬을 리는 없고 부업으로 카드사의 심부름을 하셨던 모양이다. 이렇듯 성실한 분이셨다.

당진으로 간다 하셨다. 구미보다 그 쪽이 경기가 좋을 테니 오라는 처형의 말을 듣고 용단을 내리셨다고 한다. 부디 그 곳에선 하시는 일이 잘 되기를 바란다.

 

자본주의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를 한 가지만 들라면, 이렇듯 열심히 일 하는 사람들은 빈곤에 허덕이는 반면 부유한 사람들은 땀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라 하겠다.

'삶과 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머니  (0) 2013.01.13
대한민국의 국격  (0) 2013.01.12
눈 오는 날 –1  (0) 2012.12.28
굶주리는 아프리카 어린이들  (0) 2012.12.04
가자(GAZA)에 관해 알아야 할 10가지  (0) 2012.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