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성

가을길

리틀윙 2012. 12. 16. 17:12

 

 

 

김규환 작곡의 <가을길>.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배운 이 노래가 아직도 4학년 음악 책에 나온다. 기악합주곡으로 소개되는데, 리코더의 화음이 참 아름답다. 특히 코러스(후렴) 부분의 화음 배치가 그러한데, 알토와 소프라노의 선율이 내 초등학교 때 외웠던 그대로이다.

 

소프라노) 라 도도도- 라 도도도라 도도 도도 도 시라 솔 파

알토)        미 미 미미 파 파 파파  피 피피 피피  솔 솔파 미 레

이렇게 되어 있다.

 

예전엔 몰랐는데, 이젠 이 화음 배치가 이해가 된다. 화성학이 보인다.

옛날에 4학년 담임 할 때 이 부분을 죄다 4도 화음(F, 파라도)으로만 반주했다. (라 도도)(도 시라)의 음 구성에 대한 나의 음악적 인식 능력은 (도파라)4도화음 밖에 몰랐다. 똑 같은 음 배열이니까 똑 같은 코드로 연주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이렇게 연주해도 된다.

그러나 화성학에서 말하는 클리세(cliche)’를 적용하면 음악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난다. (, )가 들어가는 어떠한 코드를 집어넣어도 멋진 조화를 이룬다. 이게 클리세이다. 그래서 위에서 보듯 알토 부분의 음 배열이 Am(라도미) F(파라도) D(레파#)로 늘어놓은 것이다. 이 부분의 피아노 반주를 이런 코드 진행으로 연주하면 음악이 훨씬 화려해진다. 그리고 미-파-피-솔... 이렇게 반음스케일을 살리자면 그 순서도 필연적으로 Am-F-D-G7이 될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리고 아는 만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아는 만큼 가르칠 수 있다.

교육을 사랑의 실천이라 할 때 사랑은 열정의 문제이기보다 역량의 문제이다. 에릭 프롬의 용법으로 사랑은 기술(art)이다.”

 

전국의 초등교사 가운데 클리세의 개념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면 갑갑하다. , 물론 나도 20년 동안 모르고 가르쳤다. 진부하게(cliche) 말이다. 그리고 화성학에 관하여 내가 아는 것도 여기까지가 전부이다.

무식해서 정말 속상하다.

 

음악은 평생 내 마음의 고향이어서 마르크스에 몰두하면서도 늘 기타를 만지작 거려왔다. 재즈기타와 화성학을 내게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정말 좋으련만 박정희를 반신반인으로 섬기는 이 이상한 동네에선 그런 사람 만날 수 없다.

무식한 동네에 사는 게 정말 속상하다.

 

.................

 

예전에 카메라에 담은 영상을 다시 돌려 보니, 리코더 텅잉이 안 되는 아이들이 많다. 올해 학교에서 정말 많은 일을 했지만 정말 가장 높이 섬겨야 할 우리 반 아이들에겐 소홀히 했던 것 같다.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화성학의 클리세를 모를 때에는 그래도 무식한따나 열심히 가르쳤는데, 지금은......

이래서 머리 좋은 게 손발 좋은 것만 못하다 했던가?

 

이제 모든 시험이 끝나고 진도도 대충 나갔으니 남은 기간은 예술몰입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