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성

나를 있게 한 세 가지 (1) 음악

리틀윙 2013. 1. 22. 02:32

내 나이 오십이다. 백년쯤 살 것 같으니 이제 막 마라톤의 반환점을 돈 셈이다. 내 지나온 삶을 돌아본다. 내 삶을 살찌운 것, 지금의 나를 키운 것, 로또1등과도 바꾸지 않을(절대로!) 소중한 세 가지, 그것은 1)ROCKJAZZ음악, 2)Karl Marx, 3)변증법 철학이다.

그런데 현재의 나를 있게 한 이 세 가지는 학교에서 배운 것이 아니다. 아니, 학교교육시스템 속에서 이 세 가지는 터부시 되는 것들이다.

나를 성장케 한 이 세 가지 가치체계들이 학교와 무관하거나 그 맞은 편에 위치한 것이라면......

도대체 학교는 왜 있어야 하는 것일까?

.................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가장 소중한 세 가지 가운데,

첫째가 음악이다. 마누라 없는 삶과 음악 없는 삶 가운데 한 가지만을 고르라면 나는 주저 없이 전자를 택한다. , 사랑하는 내 마눌이 나 없이 잘 살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중학교 때 팝송에 눈을 뜨면서 삶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Olivia Newton John<Let Me Be There>를 아마 수 천 번은 듣고 따라 불렀을 것이다. 교육()적으로 놀라운 것은, 그 덕분에 내가 영어를 잘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의 이 경험으로 나는 배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흥미라고 결론짓고 있다. 뭐든 스스로 좋아서 미치지 않으면 큰 발전은 절대 없다. (흥미의 중요성에 대해서 나중에 글 올리겠습니다.)

 

 

 

대학교 3학년 때 캠퍼스 밴드활동 하면서 ROCK 음악을 접하고선 기존 이지리스닝 위주의 내 취향이 지양된다. 록 음악에 심취하게 되면 누구나 급진좌경으로 돌변한다. 사상적으로가 아니라 음악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록 음악 외에는 음악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특히 뽕짝은 쓰레기로 취급한다. - 일제강점기 때부터 배호시대까지의 트롯은 그래도 일정한 음악적/문화사적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설운도-현철로 대표되는 것들은 쓰레기 맞다. 이것들 전부 박근혜 지지했다는... (트롯에 대해서도 나중에 글작업 해 올리겠슴다) -

ROCK 음악의 최정점에는 지미 헨드릭스가 자리한다. 락 히스토리에 이름을 남긴 거의 대부분의 뮤지션들이 자신에게 영향력을 가장 많이 미친 음악가로 헨드릭스를 꼽는다ROCK음악은 사실상 지미 헨드릭스와 동의어다. 리치 블랙모어나 잉베이 맘스틴의 파격적인 퍼포먼스나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모두 헨드릭스의 아류에 불과하다.

20대에 ROCK에 죽고 살던 나의 음악성은 40대 초반에 재즈를 접하면서 또 다시 지양(부정의 부정)된다. 그러나 변증법적 지양은 단순한 부정이 아니라 기존의 가치 가운데 일부분을 보존하는 법이어서 지금도 나는 락을 좋아하지만, 내가 지금 인정하는 락의 가치는 앞서 말한 헨드릭스레드 제플린그리고 비틀즈정도이다. 솔직히, 오지 오스본 따위의 음악, 노랫말을 우리말로 옮겨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다.

재즈는 음악의 최고봉이다. 클래식과 재즈는 현대에 와서 양자 사이에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있을 정도다재즈도 찰리 파커 이전의 음악들은 사실상 팝 음악과 별반 차이가 없다. 프랭크 시나트라, 냇 킹 콜 같은 가수들이 이때의 음악가들이다. 비밥(Bebop) 이후부터 재즈가 위대한 음악으로 정립되기 시작한다. 이 시기부터 재즈 뮤지션들은 바르톡이나 스트라빈스키와 같은 현대 클래식 음악가들과 교류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거쳐가는 음악성의 노정이 (팝 -> 락 -> 블루스 -> 재즈/클래식)의 순서로 옮아 간다. 보다시피 락과 재즈 사이에 과도기로 '블루스'를 좋아하게 된다. 그런데 이 블루스나 재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화성학적 지식이나 재즈음악사를 공부해야 한다. 나도 아직 재즈에 관해 많이 알지 못한다. 음악도 그리 폭넓게 알지 못하고 이론 면에서도 많이 딸리는 편이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이론'과 '실천'은 나란히 나아간다. 아는 만큼 들리고 아는 만큼 사랑할 수 있다.

 

혁신적인 재즈의 아이콘 마일즈 데이비스에 와서 jazz는 rock과 만나 Jazz-rock 또는 퓨전이란 장르를 잉태한다. 나처럼 락 기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호감을 품게 되는 뮤지션이 존 맥라플린(John McLaughlin)이다. 이 양반은 인도에서 도 닦으면서 '마하비쉬누'라는 이름을 얻어 자신의 밴드 이름을 Mahavishnu Orchestra라 지었다. 

 

재즈는 위대한 음악이다. 예술의 형식과 내용 양면에서 위대한 인간정신의 보고다. 재즈가 클래식보다 위대한 점은, 그 태동과 형성 발전 되어온 과정에서 치열한 역사성이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나는 해석한다. 말콤 엑스의 말대로 아프로어메리칸의 역사는 백인악마들에 의한 수난사다. 그 속에서 블루스와 재즈가 배태되었는데, 놀라운 것은 백인이 가져온 유럽의 클래식 전통과 아프리카 원시부족의 토속음악이 절묘하게 만나 이 위대한 음악이 만들어지는 점이다. 이건 '변증법'이란 개념으로만 설명할 수 있다. 서로 이질적인 두 대립물의 절묘한 통일! 콜럼버스 이후 백인 악마들이 남북아메리카의 유색인종에게 저지른 만행을 어떻게 되갚을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재즈라는 위대한 음악은 그 극단의 대립물을 사랑과 조화로 품어 화해시켰다.

또한 재즈 속에는 저항과 혁명 그리고 자유가 있다. 프리재즈는 1960년대 흑인민권운동이라는 사회적/역사적 맥락 속에서 발전했다. 그리고 음악적(화성학이론)으로도 재즈는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오면서 현대음악을 더욱 풍성하게 살찌웠다. 재즈는 혁명과 자유 그리고 창의성 그 자체다. 혁신적이고 비판적인 기질에다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이성 능력을 갖지 않으면 재즈를 엄두도 못 낸다. 한국에선 공부 못 하고 돈은 많은 학생들이 음대를 지망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클래식은 해도 재즈는 못해 낸다. '자본의 논리'로부터 자유로운 음악이 재즈다.

 

에고 어찌하다 보니, 음악 이야기 한다는 것이 먹물 이야기로 많이 흘러 버렸다.

암튼, 음악이 오늘의 나를 있게 했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나란한 두 축이 '이성'과 '감성'이라면, 이 둘은 언제나 수레의 나란한 두 바퀴처럼 함께 굴러간다. 다만 사람에 따라 어느 쪽에 약간 더 치우쳐 있는가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인데, 나의 경우는 다분히 감성적인 편이다. 나의 감성 속에 빛나는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사랑하는 음악으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말하겠다.

음악에 감사한다. 올해 오십줄에 접어들면서 새삼 '에이징(나이듦)'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건만, 아무리 젊음이 좋아도 나는 재즈를 몰랐던 삼십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지금 이대로의 내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