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축구 -1

리틀윙 2012. 7. 26. 10:05

 

 

 

체육부장이 옛날에는 제일 할랑한 부장이었는데, 요즘은 일이 너무 많다. 육상대회다 뭐다 하며 툭 하면 애들 데리고 시합 나가야 한다. 어제는 스포츠클럽 축구 리그전에 출전했다. 아무 생각없이 애들 데리고 나갔는데, 출전에 임하는 아이들은 매우 진지하다.
경기 결과는 5대0 참패다.
방과후 축구부 코치가 가르쳤지만, 그래도 공문서상으로는 내가 감독인지라 경기를 지켜보면서 열 받는다.
“너거 이래가 되겠나. 내일부터 아침 7시30분까지 학교 온나. 강훈련이다!”
과연 몇 녀석이 나올까 싶었는데, 거의 대부분 정시에 집합했다.
...
참혹한 경기 결과에 아무래도 나보다 당사자인 아이들이 더 심각했나 보다. 어제 시합 떠날 때는 친구들이 “이기고 오라”는 인사말에 웃으며 화답하더니 5대빵으로 지고 나니 또래집단 세계에서 낯 들고 다니기가 부끄러운가 보다. 그래서 오늘 아침시간과 점심시간 그리고 수업 마치고 나서도 우리 교실로 와서 연습 시켜달라고 졸라서 내가 죽을 지경이다. 뜨거운 햇빛 아래, 인조잔디구장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에고, 그냥 평상심을 유지할 것을... 괜히 아이들 마음에 전의를 불태워 안 그래도 바쁜데 혹 하나 더 붙였다.
그래도, 자발적으로 뭘 열심히 하려 하니 아이들이 참으로 기특하다. 진정 학습이 이런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 내가 고생하는 것을 녀석들도 아는가 보다. 점심시간 마치고 헤어지면서 딴에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의 마음으로 눈인사를 건넨다.

꼴찌면 어떠한가. 진지한 눈빛으로 축구공을 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기특하기만 하다. 교육의 가치는 결과보다 과정에 있다.

 

201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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