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육

육상대회에서 든 짧은 생각

리틀윙 2012. 6. 9. 22:14

 

 

 

  교직생활 20여년에 처음으로 육상대회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본다. 내가 달리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하루 종일 뻘쭘하게 있겠으려니 했지만 현장에 도착하니 몸도 마음도 바쁘다. 그리고 경기를 관전하는 재미도 있다. 흔히 재미있는 스포츠경기로 축구와 야구를 꼽지만, 사실 달리기만큼 스릴 넘치는 볼거리도 없다. 4학년 800M 달리기에서 우리 반 예은이가 역주하는 모습이다. 일그러진 얼굴 표정에서 아이의 고통이 느껴지지만 6위로 달리면서 앞에 가는 한 사람이라도 더 제치려고 안간힘을 쓰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언제 살면서 저렇게 애를 쓴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본다.

좀 있으면 6학년 아이들이 국가수준 일제고사를 치른다. 육상대회든 일제고사든 학교간 경쟁체제이기 때문에 아이도 교사도 학교장도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러나 육상대회와 달리 일제고사는 경쟁대열에 참가할 의사가 없는 아이도 강제로 치르게 하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육상대회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육상대회의 문제라기보다 엘리트체육에 지나치게 경도된 체육교육정책이 문제이다. 이런 대회를 통해 발굴된 육상 유망주들만 따로 모아 육상전문 코치의 지도하에 훈련을 시킨다. 우리 학교에도 아이가 있는데 나를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이 번갈아 가며 매일 아이를 공설운동장까지 차로 태워 갔다가 집에 데려다 준다. 교사라는 교육전문가가 이 아이들 운전기사로 전락하는 셈이다. 이 소수의 아이들을 위해 투자되는 교육예산도 엄청나다.

음악이나 미술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조기에 발굴해 전문적으로 교육시키는 노력은 왜 안 하는 것일까? 체육교육 예산의 10분지 1이라도 예술 교육에 투자하면 정말 좋겠다. 최근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부상하니 아이들 운동으로 스트레스 풀게 해야 한다면서 체육수업 시간을 늘린다. 증가시킨 체육시간은 어디서 빼왔을까? 국영수는 어림도 없다. 만만한 게 미술/음악 시간이다. 사실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떼마(아래 사진)의 경우를 보듯, 학교폭력 줄이기 위해서는 예술교육을 많이 시켜야 한다. 건강한 신체에는 건강한 정신이 깃들기 어렵다. 건강한 심미적 역량이 아이들을 인간다운 인간으로 성장시킨다. 체육교육 못지않게 예술교육이 중시되는 교육정책을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