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론

Cultural Shock –1

리틀윙 2012. 7. 1. 10:46

어제 오랜 만에 아내와 함께 대구 동성로에 진출(?)했다.
대구 사람에게 동성로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소시 때 우리들은 동성로를 걷기만 해도 부자된 듯한 기분이었다. 레코드 방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과 새로운 패션을 비롯하여 자본주의가 토해내는 물질적 풍요가 마치 내 것인 양 이상야릇한 쾌감을 느꼈다. 그 시절의 우리들처럼 지금 나보다 젊은 청년들도 그런 마음이리라 생각한다. 젊다는 것은 즐거움이다.

청년들에게 동성로가 주는 특별한 즐거움은 주로 눈에 담는 즐거움일 것이다. 여성들은 쇼윈도에 걸린 옷이나 가방 같은 것을 구경하는 즐거움을 느끼지만 남성들은 지나가는 여성들을 구경하는 즐거움을 맛본다. 기본적으로 동성로에 가면 예쁜 여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개중에는 자신의 늘씬한 몸매를 뽐내기 위해 과감한 옷차림을 한 여성들을 훔쳐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젊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과감한 노출이든 뭐든 다 좋은데, 너무 높은 하이힐을 신고 걷는 여성들을 보면서 씁쓸한 생각에 젖는다. 아내에게 앞에 가는 아가씨의 굽 높이가 얼마쯤 되겠는가 물어보니, 15센티미터는 족히 되겠다고 한다. 힐의 높이가 문제가 아니라 끝이 너무 뾰족하다. 그러니 그런 하이힐을 신고 걸음을 내딛는 것은 서커스를 방불케 한다. 저런 신발을 신고 발목을 접지르지 않는 것은 일종의 묘기가 아닐까 싶다.
이성의 눈길을 끌기 위해 자기의 몸을 화려하게 치장하고 또 그런 여성에게 성적인 호감을 품는 남성의 욕망도 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문자 그대로 자연 즉 ‘동식물의 세계’에서도 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자기 몸을 학대하면서까지 남의 이목을 끌고자 하는 심사는 그저 무모하고도 아둔한 발상일 뿐이다. 이건 일종의 마조키스트적 자기만족이다. 그리고 그런 하이힐 신은 여성의 발을 보면서 성적 쾌감을 느끼는 남성은 사디스트들이다. 물론 나 또한 이미 그렇게 조건화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하이힐과 성적 쾌감 사이에 자연발생적인 연관성은 없다. 이건 학습의 결과다. 생각해보라. 원시인 남성이 끝이 뾰족한 하이힐 신은 여성을 보면서 성적 쾌감을 느끼겠는가? 이렇듯 자본주의란 괴물은 사람들의 선량한 정서를 정신병적으로 왜곡시킨다.
끝이 너무 길고 뾰족한 하이힐의 창백한 미학에 염증을 느낀다. 아무래도 나는 보수주의자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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