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론

Cultural Shock –2

리틀윙 2012. 7. 1. 10:53

 

 

 

한 줄로 쭉 서 있는 청년들은 호스트들이다. host는 hostess의 남성형 단어다. 그러니까 이들은 남자 호스테스들인 것이다.
몇 달 전에 서울에서 호스트바 업소가 공공연히 운영되고 있는 것이 충격이라는 글을 올렸는데, 이젠 보수적인 지역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시내 한복판의 대구백화점 앞에서 홍보를 하고 있으니 놀랍기만 하다. 그것도 전단지 따위를 통한 홍보가 아니라 실제 호스트들이 자신의 예쁜(?) 얼굴과 몸매를 자랑하며 서 있으니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문화적 충격을 어떻게 봐야 할까?
한국사회에서 호스테스든 호스트든 본질적으로 음지의 문화이다. 호스테스들이 저렇게 얼굴 내놓고 자기 신체의 상품성을 홍보한 적이 있었던가? 하물며 남성 접대부가 저럴 수 있는 것은 유교의 본고장 중국보다 더 유교적인 한국사회의 가부장적 헤게모니가 해체되고 있는 징후일까?

 

이걸 ‘세상말세다’라는 관점으로 봐서는 안 된다. 남성이 룸살롱에서 호스테스의 감정을 구매하는 것(대부분 거기서 그치지 않지만)은 괜찮고, 여성이 호스트를 끼고 술 마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사고는 가부장이라는 기득권에 터한 도둑놈 심보에 불과하다. 이러면 아마도 이런 반문이 돌아올지 모르겠다. 즉, “당신의 마누라가 호스트바에 출입해도 좋은가”라고. 이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하겠다. “당신은 아내한테 허락 받고 노래방 보도 껴안고 블루스 추는가?”

4학년 아이들 앞에서 한국이 성평등과 거리가 먼 사회라는 걸 설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주 간단한 예 하나만 들어 보이면 된다.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여성을 봤냐고? 이어서, “여성이 남성과 대등하게 담배를 피울 수 없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남녀불평등을 말해준다. 하지만 남성이든 여성이든 담배는 몸에 해로우니 너희들은 담배를 배우지 말라”는 말로 설명을 접으면서 혹 꼴통 학부모가 제기할 민원의 소지를 차단한다.


마찬가지로, 호스테스든 호스트든 이들이 파는 웃음은 인간의 행복과 무관하다. 돈으로 욕망을 사고파는 행위는 자본주의가 빚어낸 비인간의 전형이라는 점에서 그 웃음보다 더한 슬픔을 나는 알지 못한다. 인간의 감정을 판매하는 측이든 구매하는 측이든 스스로 인간성을 황폐화시키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성노동자’라는 개념을 인정하지 않는다. 경순 감독의 [레드 마리아]를 한 번 봐야겠다. 그러고 보니 저 친구들이 홍보하는 업소의 이름이 ‘레드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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