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교를 일찍 출근한다. 우리 학교에서 내가 늘 일등을 찍곤한다. 뿐만 아니라 학교를 가장 늦게 나서는 사람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것을 ‘조출만퇴’라 하는데, 교장선생님은 나의 이 조출만퇴 습관에 대해 ‘근면성’의 모범으로 여러 사람들 앞에서 칭송하곤 하신다.
그러나 나는 결코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다. 내가 이렇듯 품위있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이유보다 내가 ‘남성귀족’이기 때문이다. 가부장 한국사회에서 ‘남자’라 함은 가사일로부터 자유로운 특권의 소유자임을 뜻한다. 나는 가족들을 위해 아침밥을 지을 필요가 없다. 그리고 총각 때 자취할 시절부터 귀찮아서 아침을 거르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는 관계로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세수하고 바로 출근할 수 있다.
고백하건대, 이게 내가 부지런한 근무자로 인정받는 비결이다. ‘남성귀족’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부지런하기론 아내가 나보다 몇곱절 더하지만 아내는 직장에서 ‘근태’면에서 나만큼 인정받지 못한다. 이렇듯 부당한 결과는 ‘남과 여’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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