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여행은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이라는 게 내 지론이다. 그림에 대해 잘 모르지만, 나는 사람이 들어 있지 않은 풍경화나 산수화를 좋아하지도 않고 또 작품성이란 차원에서도 신뢰하지 않는 입장이다. 아무리 빼어난 자연경관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이나 인간 삶과 동 떨어져 있는 것이라면 예술적으로 무슨 가치를 가질까 회의하는 것이다.
캄보디아의 장엄한 유적지에서도 나는 사람을 보려고 애썼다. 50Km 떨어진 프놈쿨렌 산에서 그 많은 돌을 운반해온 인부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고 또 이렇듯 훌륭한 석조물을 만든 장인의 숨결이나 애환을 느끼려 애썼다.
그러나 사람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현재의 그 나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앞의 이야기에서도 캄보디아 사람들에 대해 어떤 관점을 피력했지만 다소 부정적인 논평 위주여서 쓰고 나서 후회와 반성을 했다. 이 글은 캄보디아 사람들의 소박한 모습 그리고 귀여운 아이들과 그 해맑은 동심에 초점을 두고 엮어보려 한다.
맨 첫 순서로 프놈 쿨렌에서 만난 사람들을 소개한다. 캄보디아의 수도(프놈펜)에도 '프놈'이란 말이 들어있는데 '프놈(phnom)'은 크메르(캄보디아)어로 '언덕' 또는 '산'을 뜻한다. 캄보디아인에게 프놈 쿨렌은 신성한 땅이다.
시엠립에서 프놈 쿨렌은 약 5~60Km의 거리인데, 거리도 거리지만 길이 좋지 않다. 우리나라도 70년대까지 비포장길이 많았지만 캄보디아의 비포장길이 우리 같으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툭툭이(오토바이 택시)로는 갈 수도 없고 승용차를 이용해야 하는데 멀미 하는 분들은 고생을 좀 해야 할 정도이다. 캄보디아의 비포장길이 험한 것은 아마도 우기 때 폭우 때문에 땅이 비폭탄(?)을 맞아 움푹움푹 패인 곳이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암튼 이런 힘든 여건 때문에 프놈 쿨렌은 패키지 여행에선 무조건 제외된다.
위의 사진은 프놈 클렌의 명소 '프레아 앙 톰(Preah Ang Thom)' 사원의 입구이다. 프에라앙톰에는 엄청나게 큰 규모의 '누워있는 부처상(와불)'이 있다.
위의 불상은 모조품이다. 진품은 캄보디아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저만한 크기의 불상이 하나의 돌(사암)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사진에 있는 바로 저 자리에 저 모습으로 말이다. 그 돌을 어떻게 옮겼을까? 죽은 부처 땜에 산 사람이 많이 죽었을 것을 생각하니... In sooth, I hate all gods! - Marx
프레아앙톰 올라가는 길에 기념품이나 음식 파는 상점이 많은데 사원에서 기거하는 동자승들이 상점에 진열된 물건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 보고 있다. 장차 스님이 될 아이들터인데 그때는 왠지 그 모습들이 불량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지금 생각하니 나의 이런 생각이 편견이었다는 반성이 든다. 동자승을 떠나 아이들은 그냥 아이들이다. 한국의 동자승들에게서도 도를 터득한 고승의 기풍을 기대할 수 없다. 한국의 청소년들이 교복을 걸쳐 입었듯이 저 아이들은 승복을 입고 있는 것 뿐이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사원 올라가는 계단에서 적선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초췌하고 남루한 이들의 모습에서 캄보디아의 현대사를 읽을 수 있다. 유념할 점은, 사원 앞에서 만나는 이런 분들의 행위는 '동냥'이나 구걸행위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행인들이 자기들에게 작은 돈을 건네주는 행위를 일종의 '보시'로 생각한다. 즉, 저들은 우리에게 문자 그대로 '적선(積善)'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항상 "그때 그럴 걸" 하는 후회가 밀려든다. 이 장면도 그렇다. 지금 생각해보니 저 분들은 지금 '일을 나온 것인데' 그냥 지나쳤던 나의 태도가 너무 무심하고도 인색했다는 반성이 든다. 1달러가 아까우면 1천리엘이라도 줄 것을 잘못했다. (현지에서 1달러는 4천 리엘로 통한다. 그러니까 1천리엘은 우리 나라 돈으로 약 300원쯤 된다.) 이들은 '원 달러' 외치는 아이들이랑 다르다. 우리의 마음 씀씀이가 이들의 생계를 좌우한다. 사족이지만, 아이들한테는 돈을 주면 안되는 것이, 돈을 주면 아이들이 학교에 안 가고 하루종일 거기 눌러 있기 때문이다. 앞글에서 말했듯이, 캄보디아 학교에선 '출결(출석 및 결석)'이라는 개념이 없다.
프레아앙톰에서 내려와 상점 주위에서 만나는 아이들마다 사진을 찍어 주었다. 캄보디아 아이들 가운데는 저렇게 신발을 신지 않고 다니는 애들이 많다.
찍은 사진을 즉석에서 프린트 해서 나눠주는 모습이다. 인터넷에서 만난 일행들인데 각자 상당 분량의 인화지와 프린터 잉크를 준비해 왔다.
이 아이들 가운데 자기 사진을 처음 가져보는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 사진과 함께 공책이랑 연필을 나눠주니 무척 좋아한다. 배부른 사람들이 약간만 마음을 쓰면 가난한 이들로하여금 큰 웃음을 짓게 할 수 있다. 사랑은 혀 끝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하는 것이다. 이게 '실천'이다.^^
프레아앙톰에서 나와 차를 타고 조금만 가면 시원한 폭포가 기다린다. 사진은 폭포 가는 길에서 만난 캄보디아 원주민(소수민족) 처녀의 모습이다. 차림이나 분위기로 봐서 신랑이 색시를 찍어주는 상황 같은데, 우리 식으로 말하면 결혼식 야외 촬영인 듯. 캄보디아에는 8개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고 한다. 가난한 나라에서 더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러나 순박한 얼굴에서 압구정동 아지매들보다 더 행복해 보인다.
물에 관한 한 캄보디아인들은 축복 받은 민족이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 톤레삽도 그렇고, 캄보디아에는 군데군데 물이 많다. 프놈 쿨렌에 갈 때는 가방 속에 여분의 옷을 챙겨가기 바란다. 시원한 폭포를 보기만 해도 즐겁지만 물에 뛰어 들어 다같이 동심으로 돌아가 물장난도 치고 하면 좋다. 힌두 사상의 나라에서 물에 몸을 담그는 것은 세속의 때를 씻고 또 신의 은총을 받는 주술적인 의미도 있다. 이상하게도 이 날 물에 들어 갔다 오니 전날 우리 일행을 괴롭혔던 고민거리 하나가 뚝딱 해결되었다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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