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나들이(TRAVEL)

캄보디아 여행기 - 앙코르 왓(1)

리틀윙 2012. 1. 16. 20:56

   캄보디아 여행기, 그 첫 순서로 앙코르왓을 소개하고자 한다. 캄보디아에 간다는 것은 앙코르왓을 보러 간다는 말과도 같은 의미를 지닐 만큼 이 앙코르왓은 크메르 유적을 상징하는 명소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것이 왜 그리 훌륭한 유적지인가에 대한 긴 설명이 필요 없다. 한 장의 사진이면 충분할 것이다. 아래의 환상적인 앙코르왓 사진은 아마 우기 때 주변 연못(해자)에 물이 많이 차 있을 때의 모습인 듯하다.

 

 

 

 

앙코르왓이 훌륭한 것은 무엇보다 그 규모가 웅장한 것에 있다. 앙코르왓은 캄보디아에서 제일 크며 세계에서도 제일 큰 사원이다동서 길이가 1.5Km 남북이 1.3Km인데, 놀라운 것은 이 (1.5Km×1.3Km)의 직사각형 양쪽 끝 변의 길이를 재어봤을 때 그 오차가 1cm도 안 될 만큼 정교하게 지어져 있는 점이다. 2006년도인가 세계 각지에서 온 학자들이 앙코르왓의 비밀에 관한 답을 찾기 위해 세미나를 열었는데, 그 당시 슈퍼컴퓨터로 현재의 기술로 앙코르왓을 건조했을 경우 몇 년이 걸리는가를 시뮬레이션 해봤는데, 200년이라는 답이 나왔다고 한다. 앙코르와트는 수리야바르만2세 재위기였던 1113년~1150년 사이에 40년 정도에 걸쳐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기술로 200년이 걸리는데, 기중기도 컴퓨터 오토캐드 프로그램도 없었을 시대에 어떻게 이걸 그 짧은 시대에 만들었겠는가 생각하면,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웅장한 규모에 비례해 건물 벽면에 새겨진 부조물의 개수도 어마어마하다. 앙코르왓 건물 구석구석을 장식하는 압사라(apsara)의 개수만 하더라도 2천개에 달한다고 한다. 압사라는 힌두교와 불교에 등장하는 여자 요정으로 젊고 우아하며 인도의 신과 영웅을 기쁘게 할 목적으로 춤을 추는 무희이다. 말하자면 기쁨조인 요정이다. 참고로, 상반신을 노출해 있는 것은 당시 왕족을 제외한 사람들은 남녀 공히 상반신을 누드로 지내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었다고 한다.

 

 

 

 

 

앙코르왓의 벽면에 아로새겨진 부조물의 하이라이트는 인도의 대서사시 <라마야나><마하바라타>의 이야기일 것이다. 크메르 유적을 방문하면서 우리 상식으로 이해가 안 가는 것이, 이토록 뛰어난 건축 기술을 지녔던 위대한 민족이 왜 그 훌륭한 역사와 문화를 문자언어(역사서)로는 남기지 않고 이미지 체계로만 남겼는가 하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점이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문자 언어가 아닌 형상 언어에 충실했기 때문에 이토록 위대한 건축예술작품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이 대목에서 컬트영화의 제왕 데이빗 린치에 관한 일화가 떠오른다. 린치의 부모님은 성장기의 린치에게 책을 차단시켰다고 한다. 문자언어는 상상력의 발전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에서이다. 그 덕택에 린치의 작품은 관객으로 하여금 머리가 아플 만큼 논리적 이해는 어렵지만 풍부한 상상력을 제공하는 훌륭한 이미지의 조합이 자랑이다. 앙코르 유적지를 감상할 때도 크메르인들의 풍부한 상상력에 포커스를 둬야 한다. 이를테면, 시엠립 국립박물관에 가면 천불상이 있다. 말 그대로 1천개의 부처상이 저마다 다른 포즈, 다른 표정으로 만들어져 있다.

앙코르왓의 작품성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인도의 대서사시 <라마야나><마하바라타> 그리고 힌두교 신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이 위대한 민족의 서사시는 놀랍게도 호머의 <일리아드><오딧세이>를 합한 양의 8배나 된다. 앙코르왓 1층을 장식하고 있는 이 서사시의 부조는 무려 600미터의 길이에 달한다.

 

 

 

인도의 대서사시를 일일이 다 소개할 수는 없고 그 중 내가 인상 깊게 읽었던 <마하바라타>의 일부분을 언급하고자 한다. 인류문화사에서 서사시의 대명사격인 호머의 <일리아스/오딧세이>가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하듯, ‘위대한 바라타 가문의 이야기란 뜻의 <마하바라타> 또한 인도 북쪽의 쿠루 평원에서 사촌 형제끼리 왕권을 놓고 벌이는 18일 동안의 치열한 전쟁이야기가 배경이다. 정의의 화신 판다바 가문과 악의 화신 카우바라의 두 집안 사이에 벌어진 전쟁 이야기에서 사촌 간의 싸움에 대한 번민과 갈등 속에서 정의와 관련된 여러 가지 교훈이 담겨져 있는데 인도철학의 기반인 <바가바드기타>가 바로 <마하바라타>에서 연유한다.

<마하바르타>에는 선량한 가문 판다바의 아르주나가 차마 사촌 형제들을 죽이지 못해 번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그의 마부이자 <삼국지>의 제갈공명에 해당하는 훌륭한 참모 크리슈나가 진리에 관해 가르치며 싸움을 독력한다. 이 부분을 따로 분리한 것이 <바가바드기타>이다. 흥미있는 것은, 크리슈나는 시바와 더불어 인도 힌두교의 2대신인 비슈누 신의 화신이라는 것이다.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제목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인 아바타 avatar’란 말이 인도어에서 비롯된 것이다. 비슈누의 화신은 10가지인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크리슈나라마이다. 크리슈나는 쿠루평원의 전투에서 친족을 잔혹하게 살해함으로써 승리할 바에야 차라리 자신이 자진하는 것으로써 자기 양심에 충실하고자 한 아르주나의 청산주의적(?) 오류를 바로잡아 주기 위해 영혼의 불멸과 이기심 없는 의무의 수행을 설파한다. 그의 가르침은 쉽게 말해 공과 사를 구별하라는 것으로 이해된다.

 

오직 나만을 섬기고 생각하며, 항상 헌신하는 자에게 나는 그가 얻지 못한 것을 얻게 해 주고 이미 얻은 것을 온전하게 해 줄 것이다.

나는 일체존재에 대해 평등하다. 나에게는 미운 것도 없고 고운 것도 없다. 그러나 신애(信愛)로써 나를 정성껏 믿는 사람은 내 안에 있고 나 또한 그들 안에 있다.

실로 푸리타 여인의 아들 아르주나여, 나에게 귀의한 자들은 최고의 목적 즉 해탈을 이룬다. - 바그바드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