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시피 힌두교는 ‘물’과 관계가 깊다. 힌두교에서 물은 인간과 신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또한 물로 몸을 씻는 것은 사바세계에서 인간의 죄를 씻는 것을 상징하기도 한다. 따라서 크메르의 사원들에는 예외없이 물이 등장한다. 앙코르왓이나 앙코르톰의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해자(연못)가 그것이다. 이 해자는 한편으로 적의 침략으로부터 왕궁을 지키기 위한 군사 전략상의 목적도 있을 것 같다. 그 너비가 엄청난데 적들이 이 연못을 건너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물’과 관련하여 앙코르왓 내부에는 왕이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목욕탕이 있는데 그 깊이는 사람 키보다 높고 너비는 배구장보다 더 큰 규모이다. 아래쪽 어디엔가 배수시설이 있다고 하는데, 왕 혼자를 위한 목욕탕 치고는 너무 크지 않나 싶다.ㅠㅠ
앙코르왓에 대해 말하면서 물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인도의 창조신화인 <우유의 바다 젓기>이다. 천지창조 신화는 서사시 <라마야나>에 묘사되어 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키워드는 아수라와 비쉬누 그리고 암리타이다.
세상이 혼탁해졌을 때 아수라가 횡포를 부리는 통에 무기력해진 신들은 비쉬누의 도움을 요청했다. 비쉬누는 신들의 힘을 회복하기 위해 우유의 바다를 저어 불로장생의 생명수인 암리타를 찾아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아수라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재미있는 포인트이다. 즉, 악마 집단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공조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거대한 뱀 바수키의 몸통을 이용해 우유의 바다를 젓는데 아수라들이 바수키의 몸통에 붙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장면이 앙코르왓의 부조에 실감나게 새겨져 있다.
앙코르왓은 3층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맨 위층의 중앙탑을 향해 오르는 계단은 매우 가파르다. 일반인들이 범접하지 못하는 신성한 공간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든 것이다. 앙코르 톰이나 다른 사원도 그렇고 이들의 사원에서 신을 모시는 맨 꼭대기 층은 하나같이 경사가 가파르다. 마침 우리가 갔을 때는 승려들이 제를 지내는 날일서 일반인의 출입을 막고 있었다.(아래 사진) 그래서 이 중앙탑에 오르기 위해 우리는 앙코르왓을 한 번 더 와야 했다. 하긴, 앙코르왓은 하루 만에 다 볼 수 없다.
크메르 왕국의 왕의 임무 가운데 정사를 돌보는 일 외에 중요한 것이 신을 섬기는 것인데, 이 가파른 계단을 매일 오르내릴 수 있는 체력을 갖추는 것이 왕의 중요한 자질로 평가되었다고 한다. 즉, 그럴 힘이 없으면 왕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던 것이다. 앙코르왓의 중앙탑은 우주의 중심인 메루산을 상징한다고 한다. 다섯개의 탑은 메루산의 5개 봉우리를 뜻하고, 앙코르왓을 둘러 싸고 있는 연못 해자는 우주의 바다를 상징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앙코르왓의 주조 양식은 크메르인들의 우주관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앙코르왓의 아름다움은 일출 장면에서 극치를 이룬다. 이 세상에서 이처럼 신비로운 경외의 장면이 잘 있을까 싶다.
특이한 것은 다른 사원들은 모두 동쪽에 출입구가 있는데, 이 최대 규모의 앙코르왓은 유독 서쪽에 문이 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앙코르왓의 일출장면을 보기 위해 모인 관광객의 위치가 서쪽 문에 있는 것이다. 후손들이 일출 장면을 잘 보게 하기 위해서일까? 사진을 잘 못 찍어서 유감이다. 이래서 여행하는 분들이 똑딱이 대신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시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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